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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산소 앞에 놓아드린 빨간 카네이션
어머니 산소 앞에 놓아드린 빨간 카네이션 ⓒ 정현순
"언니 올핸 카네이션 안 사요?"
"그러게 올핸 빨간 카네이션 살 일이 있어야 사지. 이젠 빨간 카네이션 꽃을 달아줄 사람이 안 계셔. 작년에 친정엄마 돌아가셨잖아."

"어머 언니 내가 깜빡했네요."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가끔 가는 꽃가게 주인이 그 앞을 지나가는 나를 보고 건네는 말이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나를 챙겨주는 그가 고마웠다.

그 꽃집이 생기고부터 5월 8일 어버이날이 되면 항상 그 꽃집에서 빨간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사 가지고 엄마를 찾아갔었다. 그러니 그가 그런 말을 할만 했다.

그는 남의 일이니 깜빡 잊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나도 아직까지도 순간순간 엄마가 안 계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곤 하다. 그 꽃집을 지나면서 보니깐 길가에는 많은 빨간 카네이션이 화사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빨간 카네이션이 진열되어 있는 곳을 지나던 한 중년의 여인이 "이 꽃은 얼마이지요? 이것보다 조금 더 큰 것은 없나요?"하고 묻는다. 난 그를 다시 쳐다보았다. 속으로 '아직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줄 부모님이 생존에 계시니 정말 좋겠다' 하곤 길을 건너왔다.

한 달 전쯤 엄마의 첫 기일도 지나고 해서 지난 4일 올케와 난 엄마가 계신 곳에 미리 갔다 왔다. 올케는 준비해간 빨간 카네이션을 엄마의 산소 앞에 놓아 드렸다. 행여 물이 부족해서 마를까 봐 플라스틱 통에 물을 붓고 그곳에 빨간 카네이션 화분을 넣고 산소 앞에 놔 드렸다.

그러면서 올케가 하는 말이 "형님, 저는 아직까지도 문득문득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것 같아요" 한다.

"그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너무나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럴 거야. 지금 생각하면 많이 서운하지만 잘 돌아가셨지. 자식들 고생 안 시키려고."
"주변에서 들으면 그렇긴 해요."

난 딸이라고 하지만 며느리인 올케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내심 고맙기도 했다. 만약 오랫동안 병환에 계시다 돌아가셨다면 자식들이 이렇게까지 아쉬워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올케가 빨간 카네이션을 사서 여기에 놓아 드리니깐 정말 좋다."
"하얀 카네이션은 없더라고요."
"하얀 카네이션은 우리가 다는 거 아닌가?"
"아, 맞다. 정말 그런가 보네."

작년에는 어버이날에 49제를 들이는 동안이라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마트, 시장, 길거리 등에서 빨간 카네이션을 보니깐 난 정말이지 이젠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났던 것이다.

더군다나 아침 TV에서는 어버이날 특집 방송이 방영되었다. 출연자들마다 어버이에 대한 아쉬움과 고마움을 하는 방송을 보니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도 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질 않을 때가 간혹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반면, 가끔 너무 외롭거나 힘들 때, 좋은 일이 생길 때,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엄마의 목소리가 어떤 소리였더라? 머릿속에서 뱅뱅 돌 때도 수차례이다. 그럴 땐 나는 너무나 속상하다. 살아 계실 때 전화도 왜 자주 못 해드렸나 하는 후회가 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닌 것이다. 엄마도 이제나저제나 딸의 목소리를 무척 기다렸을 텐데.

하늘에서 맺어준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있는 법. 엄마 산소 앞에 놓인 빨간 카네이션을 보니깐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비록 육신은 헤어졌지만 마음 안에서는 영원히 살아 계실 엄마.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에게 보내드린 화사한 빨간 카네이션 꽃이 어버이날을 정말이지 쓸쓸하게 만들고 있다.
#어머니#카네이션#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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