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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있는 게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일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랜 옛날부터 있어왔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하시모토(橋本芳郞)라는 학자가 오끼나와 여러 섬을 중심으로 독이 있는 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물고기가 독을 갖는 것은 독이 있는 게를 먹기 때문’이라고 전하는 얘기를 듣고 그 지역에서는 게를 먹지 않으며 실제로 게로 인한 중독이 일어나 사람이나 가축이 사망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8과 72종 약 1천 마리에 이르는 게의 독성을 조사한 결과 몇몇 게에서 독성이 나타나며 실제로 독이 있는 게는 그다지 많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들이 미량의 독성을 갖고 있으며 오끼나와 일대에 사는 여러 종류의 게에도 독성이 있어서 그 독성을 조사했다. 태평양 열대지역에서도 두세 종의 게로 인한 식중독이 간혹 발생해 사망자도 생겼다.

복어 독을 갖고 있는 동물은 복어 독에 대해 강력한 저항성을 갖고 있으며 마비성 패류의 독이나 복어의 테트로도톡신을 갖고 있는 게는 복어독에 대해 경이로울 정도로 뛰어난 저항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복어독을 갖고 있는 게에 사람의 치사량에 맞먹는 5000MU의 마비성 패류독을 투여해도 게는 죽지 않았다. 테트로도톡신에 대해서도 높은 저항성을 나타냈다.

복어나 복어독을 갖고 있는 게가 복어 독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은 게의 신경이 독에 대해 높은 저항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위게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결과를 말하기 전에 신경저항성시험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신경전달 모습은 오실로스코프라는 장치를 사용하면 전기신호의 변화로써 저항성을 측정할 수 있다.

체내에 마비성 패류의 독이나 복어 독을 갖고 있는 게는 이들 독에 대해 강한 저항성을 보이며, 이것이 특정 생물종이 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특이하게도 독을 갖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게 자신은 독을 갖고 있지 않은데도 복어 독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 특수한 힘을 갖고 있는 게는 바위게과로서 발에 줄무늬 모양이 있으며 집게발에 짙은 자색 반점을 갖고 있다. 갑각의 폭은 3cm 정도이며 우리나라나 일본의 연안이라면 갯바위 조간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바위게이다.

야마모리(山森邦夫)의 실험결과로는 바위게(갯게)가 테트로도톡신을 해독하거나 강력하게 방어한다는 것과 그 독은 복어에 비하면 매우 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위게의 독은 수치상으로 체중 20g 당 10~20마우스 유니트(MU, 독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복어의 경우 독을 체중 20g인 쥐의 복강 내에 주사했을 때 쥐를 30분 이내에 죽일 수 있는 양을 1MU로 정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은 독이 있는 게가 1000~2000MU의 저항성을 갖는데 비하면 확실히 적은 수치이지만 일반 게가 0.1MU 이하의 독으로 사망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저항성에 대해서는 1994~1995년 2년 동안의 조사 결과 4~5월에 다소 높고 11~12월에 저하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된 바 있다. 여기서 아주 흥미 있는 것은 이 바위게(일명 갯게, 일본명 ‘이소가니’)는 테트로도톡신과 마찬가지 약리작용을 갖는 마비성 패독(貝毒)에 대해서는 전혀 저항성을 갖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비성 패독이나 복어독을 갖고 있는 게가 이들 독에 대해 뚜렷한 저항성을 나타내는 주된 이유는 독게의 신경이 독에 대해 높은 저항성을 갖기 때문일 거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야마모리(山森)는 바위게 신경표본의 테트로도톡신 및 삭시톡신에 대한 저항성을 조사했지만 바위게 신경은 다른 무독한 게의 신경과 차이가 없었다. 테트로도톡신에 대한 바위게의 저항성은 다른 어류나 갑각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 마디로 테트로도톡신 해독효과가 뛰어난 것이다.

거기서 야마모리 교수는 체액에 뭔가 비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게의 신경표본을 게에서 추출한 체액 속에 넣어 실험을 해보니 예상 대로였다. 나중에 이 물질을 복어 독결합성고분자화합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이것은 30~50℃에서 5분간 가열해도 쥐에 대한 테트로도톡신 작용을 떨어트리지 않았다. 그러나 60℃ 가열로 효과가 반감되고 70℃ 이상 가열하면 효과가 완전히 사라졌다.

대표적인 단백질 분해효소의 하나인 트립신으로 복어독결합성고분자화합물을 처리하면 테트로도톡신을 결합하는 능력은 상실하므로 이 화합물은 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낚시잡학'에도 실렸습니다.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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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및 중국 고대사 연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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