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9일 오후 6시 30분]
성공회대의 '승연관' 명칭 변경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성공회대 학생 60여 명은 이날 오후 4시부터 학내 피치버그홀 앞에 모여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이름을 딴 '승연관'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학생들은 "대학은 기업의 계열사가 아니다" "조폭재벌 깡패재벌 김승연관 떼버리자" "학우들의 의사결정으로 승연관 이름 바꿔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또 기타연주, 노래 등의 공연으로 집회 열기를 더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김무곤(사회복지학과 1)씨는 "'북창동 사건' 주인공인 김 회장 이름이 성공회대 심장인 대학본부 건물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함께' 성공회대 모임 소속인 손지은(사회과학부 3)씨도 "'진보'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성공회대가 진정한 진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의식을 느끼고 변화해야 한다"며 "우리가 가져야 할 진보 대학생들의 모습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유소라(일어일본학과 4)씨는 "정부가 대학 지원 예산을 줄여서 기업의 논리가 대학에서 득세한 것"이라며 "'조폭 재벌'의 이름을 딴 건물명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원(사회과학부 2)씨는 "건물명에 사람 이름이 걸리는 것은 업적이나 정신을 기념할만한 사람으로 하는 것인데 검증되지도 않은 비리 재벌 총수의 이름을 붙인 것은 정말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아무개씨는 "지금은 조사과정이고 진실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학생들의 집회는 조금 과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여한 안진걸('한국사회와 NGO' 수업 담당) 외래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사회나 학교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상에서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없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뒤 학생들은 공개 항의서를 학교측에 전달하기 위해 피치버그홀에서 승연관까지 행진했다. 학생들은 학교측에 오는 11일까지 학생들 주장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며 답변이 없을 경우 계속 반대 집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개 항의서를 전달하는 동안 '승연관' 입구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건물명 짓기' 행사가 열려 건물 새 이름으로 '무명관' '인권관' '진보관' '사랑채' '평화관' '본부동' 등이 즉석에서 제안됐다. 학생들은 이 이름들을 '승연관' 표지판 위에 붙이기도 했다.
이날 학생들이 학교측에 제출한 공개 항의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승연관' 건물명에 대한 공개 항의서
- 제22대 총학생회는 '승연관' 건물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알립니다.
최근 '조폭 영화'를 상기시키는 '북창동 사건'의 주인공인 김승연 한화 회장의 이름을 딴 승연관이 우리 대학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본부 명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승연 회장은 1993년 외화 밀반출로 구속됐고 대한 생명을 헐값에 인수한 바 있습니다.
김승연이 우리 대학의 교리를 믿고 있고 학교 발전기금을 지원 해준 상황은 인정하더라고, '승연관'이라는 건물명은 대학 구성원들과의 대화없이 결정한 것이고 살아있는 사람의 이름을 건물명으로 한다는 것은 외부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성공회대 인으로서 상당히 부끄럽습니다.
소위 '진보 대학, 진보 성공회대'라 불리는 우리 대학에서 폭력과 비리에 얼룩진 기업 총수의 이름을 대학 건물의 이름으로 쓰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항의하는 바임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 '대학본부명 공개 공모'를 받아 대학본부 명을 바꾸기를 요구합니다.
[1신 : 9일 오후 3시 30분]
성공회대학교 학생 60여명이 9일 오후 4시부터 교내 피치버그홀 앞에서 '보복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이름을 딴 '승연관'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승연관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승연관은 94년 완공된 건물이다. 성공회교인인 김 회장이 이 건물 건축에 개인 후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집회는 총학생회, 사회과학부 기독교 모임 '파란민들레',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다함께' 성공회대 소모임이 주도적으로 준비했다.
'다함께' 소속 유민(사회과학부 2)씨는 "지난 3일 교내에서 뜻을 모았다"며 "이번 집회는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학생들에게 이 내용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최측은 또 "지난 3일부터 세차례에 걸쳐 승연관 명칭 변경 서명운동을 벌여 성공회대 1800여명의 전체 학생 가운데 250여명이 참여했다"며 "인권과 평화를 주장하는 대학의 한복판에 승연관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다는 사실은 수치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측은 승연관의 명칭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종국 학생과장은 "성공회교도인 김 회장이 순수 개인 후원금을 낸 것"이라며 "기부 납부자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승연관'으로 이름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과장은 "승연관 명칭 변경은 소수의견인 만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집회는 네개 단체 대표자 및 '한국사회와 NGO'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안진걸씨의 발언, 기타 공연 등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된다. 집회 참가자들은 행사 후 승연관으로 이동해 학생교류처, 총무처, 총장실을 돌며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밖에 승연관을 대체할 새 이름을 학생들이 직접 쓰게 하는 퍼포먼스도 준비중이다.
덧붙이는 글 | 천주희 시민기자는 성공회대에 재학중이며 <오마이뉴스> 대학생 시민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