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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S클럽 종업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청계산 기슭의 상가 건물 신축 공사 현장.
지난 3월 8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S클럽 종업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청계산 기슭의 상가 건물 신축 공사 현장. ⓒ 연합뉴스 임헌정

"당시 상황을 모두 내가 주도했다."

10일 '보복폭행'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한화그룹 진아무개(40) 경호과장이 기자들을 만나 내놓은 말이다.

진 경호과장은 "어린 대학생을 폭행한 사람을 감추고 나를 속이려 해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주먹으로 2~3차례 때린 적은 있지만 청계산에서 폭행하지는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김승연 회장은 (청담동, 청계산) 현장에 없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진 경호과장의 호소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말 바꾸기가 됐기 때문이다.

"청계산 안 갔다"→"갔지만 폭행 없었다"

경찰조사를 4차례나 받은 진 경호과장은 처음부터 "청계산에 가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휴대폰 위치추적 등으로 증거가 확보되자 "가긴 갔다"고 시인했다. 거짓말이 들통난 셈이다.

진 경호과장은 말을 바꾼 것에 대해 "너무나 이 사건이 커지고 진실과 다르게 피해자 쪽 주장이 편향적으로 가다보니 청계산에서 폭행이 없었어도 오해할까봐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너무 뒤늦은 변명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청계산 폭행은 없었다"는 진 경호과장의 말이 믿길 리 없다. 피해자들은 초기부터 "김 회장에게 손과 발로 수십 차례 얻어맞았다"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다음날(3월 9일) 피해자들의 병원치료 기록까지 확보한 상태다.

ⓒ 오마이뉴스 한은희

거짓말로 의심받은 사람은 진 경호과장만이 아니다.

지난 8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한화그룹 김아무개(51) 비서실장은 청계산에 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김 회장 부자는 현장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납치, 감금한 것처럼 보도되는 게 가장 억울하다"고 말했다. "피해 종업원들이 장소 이동에 흔쾌히 동의했고 차 안에서 자유롭게 담배도 피우고 휴대폰을 사용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S클럽 업주인 조아무개(41)씨와 종업원들은 "맞으러 가는 사람이 어떻게 담배 피우고 전화도 하고 그러겠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정황상으로도 김 비서실장의 말보다 피해 종업원들의 말에 더 신뢰가 갈 수밖에 없다. 김 회장 부자가 현장에 없었다는 김 비서실장의 주장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김 비서실장은 한화 측이 '거짓말' 해왔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김 비서실장은 8일 '언론에게 드리는 글'에서 "경찰수사를 믿지 못하여 우리 직원들이 다소 솔직하게 진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도 진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사를 받은 경호원들이 진실을 감췄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두 사람이 '청계산 현장'을 인정하면서도 폭행을 부인하는 것은 김 회장 부자를 향한 '충성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달 29일 경찰 조사에서 "청계산 폭행은 모른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다음날엔 차남 동원씨도 "종업원을 때린 적 없다"고 발뺌했다.

김 회장 대신 십자가 지려 했지만...

'청계산 폭행'이 들통나게 되자 한사코 자신들이 떠안으려는 것도 김 회장 부자의 혐의 부인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마치 조폭 영화에서 부하 폭력배가 죄를 지은 '보스' 대신 들어가듯 김 회장 부자 대신 십자가를 지겠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충성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보스'를 감싸려던 진 경호과장의 영장도 함께 청구됐고 김 비서실장은 불구속입건됐다. 두 사람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영장 청구는 경찰이 신청한지 딱 하룻밤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경찰과 검찰은 그만큼 혐의 증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김 회장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 사용 폭행ㆍ상해, 공동감금, 공동폭행, 공동상해와 형법상 업무방해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김승연 회장이 폭력 혐의로 구속되는 첫 재벌총수가 될는지 결정될 시간도 가까워졌다. 법원은 11일 오전 10시 30분 영장실질심사를 해서 김 회장의 구속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승연#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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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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