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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인 전북 고창 동호해수욕장은 썰물이 되면 500여 미터가 넘는 갯벌이 드러난다.
서해안인 전북 고창 동호해수욕장은 썰물이 되면 500여 미터가 넘는 갯벌이 드러난다. ⓒ 서종규
지난 10일 오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갯벌을 찾았다. 그냥 갯벌 위를 걸어보고 싶었다. 해수욕철이 아니어서 한적할 것 같은 바닷가에서 그냥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었다. 그래서 직장 동료 몇 명과 무작정 출발하여 도착한 바닷가가 서해안 전북 고창 동호해수욕장이다.

갯벌하면 어민들이 몸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널(갯벌썰매)을 타고 멀리 나아가 꼬막이며 조개며 낙지를 잡아 널 앞에 올려놓고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미 몸에는 검은 흙으로 범벅이 된 어부의 모습이며, 질퍽거리며 빠지는 수렁이 생각난다.

동호해수욕장은 해변에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가 특히 아름답다고 알려진 해수욕장이다.

갯벌 위로 걸어서 산책하는 기분, 상쾌도 하다

바닷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전북 고창 동호해수욕장의 갯벌이 시원하다.
바닷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전북 고창 동호해수욕장의 갯벌이 시원하다. ⓒ 서종규
동호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약 2~3㎞ 정도이고 수심 또한 0.5~1.5m로 경사가 완만하여 썰물이 되면 바닷가에서 거의 500m 정도까지 물이 빠진다. 백사장은 100m 정도 펼쳐지다가 어느새 거대한 갯벌로 변하여 바닷물이 닿는 끝까지 펼쳐진다. 대부분의 서해안 바닷물이 깨끗하지 않듯이 여기 바닷물도 흙탕물이다.

그런데 이 곳은 사람의 허리까지 빠지는 갯벌이 아니다. 백사장을 지나 갯벌 끝까지 경운기가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만큼 단단한 모래밭이며 단단한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철이 아닌 계절에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데, 해수욕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개벌을 체험한다든지 산책하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동호해수욕장은 그동안 서해안 갯벌 보호 문제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서해안 방조제 밑에 있다. 그리고 아래로는 영광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이 해수욕장에 닿아 있는 바다는 칠산 앞바다로 영광 조기를 비롯하여 풍부한 어자원의 보고인 곳이다.

너무 시원하였다. 툭 터진 사방이 시원하다. 썰물이 되어 바닷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갯벌이 시원하다. 변산반도 격포의 채석강 끝자락은 눈에 들어오지만, 한 때 방사성 폐기장으로 지정되어 논란이 심했던 위도는 그 어름만 짐작이 갈 뿐 보이지는 않았다.

펼쳐진 백사장이며 갯벌의 시원함은 산행을 하면서 산봉우리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들이 날라놓은 모래 알갱이, 밟아서 미안

동호해수욕장엔 봄철에도 개벌을 산책하려고 찾는 사람들이 있다.
동호해수욕장엔 봄철에도 개벌을 산책하려고 찾는 사람들이 있다. ⓒ 서종규
썰물이 되자 어느새 활동을 개시한 게들이 자기 집 구멍을 파면서 뭉쳐서 날라 놓은 모래알갱이들이다.
썰물이 되자 어느새 활동을 개시한 게들이 자기 집 구멍을 파면서 뭉쳐서 날라 놓은 모래알갱이들이다. ⓒ 서종규
소나무 숲을 지나 바닷가 모래밭에 내려갔을 때 콩알같은 수많은 모래알갱이들이 펼쳐져 있었다. 썰물이 되자 어느새 활동을 시작한 게들이 자기 집 구멍을 파면서 뭉쳐서 날라놓은 모래 알갱이들이다.

바로 백사장에서부터 살아 숨쉬는 갯벌의 호흡을 듣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 자기 구멍에 숨어 있다가 어느새 고개를 내밀고 옆으로 살금살금 옮겨 다니는 게들의 모습은 경이에 가까웠다.

밟고 지나가기 미안할 정도로 많은 모래알갱이들이 흩어져 있다. 사람이 그렇게 방조제를 쌓고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여 뜨거운 물을 내보내도 바다의 게들은 썰물이 되는 그 짧은 시간마다 그렇게 콩만 한 모래알갱이들을 끝없이 몰아 올려놓을 것이다.

시간이 썰물 시간이어서 바닷물은 약 500m 정도 밖에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 갯벌 끝부분에 몇몇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들도 모래밭을 지나 갯벌로 나아갔다. 발이 갯벌에 빠지지 않았다. 잔물결처럼 주름진 갯벌 표면 사이사이에 빠지지 않은 바닷물이 고여있었다. 그래서 신발이 빠지지 않았다.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지점의 갯벌에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먹이를 찾고 있는 많은 갈매기들이 걸어가거나 날아오른다. 사람들이 다가가면 또 그 옆으로 살짝 날아서 갯벌의 먹이를 찾고 있었다. 그들도 썰물이 되어 갯벌이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게 잡느라 옷 젖는 줄 모르는 사람들

먹이를 찾고 있는 많은 갈매기들이 걸어가거나 날아오른다.
먹이를 찾고 있는 많은 갈매기들이 걸어가거나 날아오른다. ⓒ 서종규
갯벌에 군데군데 앉아서 조개를 캐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갯벌에 군데군데 앉아서 조개를 캐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 서종규
군데군데 앉아서 조개를 캐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제법 비닐봉지에 숟가락 같은 도구들을 들고 열심히 갯벌을 파헤치고 있다. 이 갯벌 속에는 고동·백합조개·바지락·맛조개 등 많은 조개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조개를 찾기 위하여 갯벌 바닥을 열심히 파헤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비닐봉지 안에는 움직이는 것들이 있었다. 거의 게들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파헤쳤지만 조개는 찾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게라도 잡히는 것이 신이 나서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땅을 파헤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표정에 즐거움이 가득하였다. 그 자체가 즐거움인 것 같다. 자연은 그대로 자연이어서 좋은 것이다. 갯벌은 그대로 갯벌인 것이 좋다. 가끔은 무작정 다가와 갯벌 바닥에 앉아 두 손을 벌려 갯벌이라도 파헤치고, 지나가는 게라도 한 번 건드려 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약 83%가 서해안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서해안 지역에 분포하는 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의 5대 갯벌로 꼽힌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갯벌이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 간척·매립사업의 대상이 되었단다. 그러나 환경 보호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생태계의 보고인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하천과 해수의 정화, 홍수 조절 등 갯벌의 가치를 확인하게 되었고, 그렇게 오랫동안 새만금 방조제 공사에 대한 중단을 외치기도 했다.

아아아, 이젠 바지락도 백합조개도 없다

우리들도 갯벌 바닥에 앉아 땅을 파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대학생들의 말처럼 조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서해안 갯벌에서 많이 잡히는 바지락이며 백합조개가 보이지 않은 것이다. 몇 곳을 파보다가 우리들은 그대로 일어섰다.

걸어 나오는 발걸음에 동료인 김동수 선생은 조개가 잡히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10여 년 전, 중학생들을 데리고 이 동호해수욕장 밑에 있는 구시포해수욕장으로 소풍을 오곤 하였다. 그 때, 학생들에게 호미나 모종삽 등을 가지고 오게 하여 갯벌을 파면 수많은 조개들을 잡았다는 것이다.

"선생님, 참 아쉽죠. 그 땐 갯벌만 파면 조개를 잡았어요. 학생들이 땅을 파면 쏟아져나오는 조개를 잡느라고 소풍이 늦어질 정도였다니까요. 그런데 그 이듬해에 다시 소풍을 갔는데 바닷가에 수많은 조개껍질이 모래밭에 흩어져 있더라고요. 집단으로 폐사한 것이지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되어 버렸고 그 뒤로 소풍 장소를 바꾸었지요. 그런데 아직도 조개가 보이지 않으니 안타깝죠."

잔물결처럼 주름이 져 있는 갯벌 표면 사이사이에 빠지지 않은 바닷물이 고여 있었다.
잔물결처럼 주름이 져 있는 갯벌 표면 사이사이에 빠지지 않은 바닷물이 고여 있었다. ⓒ 서종규
갯벌에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갯벌에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서종규
아무리 열심히 파헤쳤지만 조개는 찾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아무리 열심히 파헤쳤지만 조개는 찾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 서종규
갯벌은 그대로 갯벌인 것이 좋다.
갯벌은 그대로 갯벌인 것이 좋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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