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민족에게 '12'라는 숫자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성서에서 선택된 백성의 완성을 상징한다. 아브라함은 12명의 아들이 있었고, 예수에게는 12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리고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막에서 이스라엘의 12부족이 유랑생활을 했다.
흔히 '13'이라는 숫자를 불길하게 생각한다. 그 근거로 예수를 고발한 가롯 유다가 예수의 13번째 제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다는 예수의 13번째 제자가 아니라, 12제자 중 한 명이었다.
예수가 죽고 나서 유다도 자살한다. 예수의 제자는 11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자 베드로가 주도해서 마티아를 제자 중의 한 명으로 포함시킨다. 그래서 다시 예수의 제자는 12명이 되었다. 예수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늘 12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이 12제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베드로다. 베드로는 언제나 다른 제자들보다 언행이 앞서는 인물이었다. 예수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 바다 위를 걸으려 했던 것도 베드로이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대제사장의 병사에게 칼을 휘두른 것도 베드로였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는 베드로에게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것이니…'라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예수의 말처럼 베드로는 로마의 초대주교이자, 1대 교황이 되었다. 이것은 모두 예수가 죽은 이후에 베드로가 로마에 도착해서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장악한 결과이다. 이후에 베드로는 네로황제 시절에 바티칸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베드로가 죽은 장소에 세워진 성당이 바로 성베드로 대성당이다. 오늘날 로마 교황청을 '바티칸'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 장소가 바티칸 언덕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베드로의 행적은 위와 같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쿠오 바디스>에서 베드로는 예수에게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묻고, 로마로 돌아가서 십자가형을 받는다. 베드로를 둘러싼 전설의 결정판이다. 하지만 2천년 전의 이야기인 만큼, 여기에도 논란의 여지는 많다. 베드로가 정말 로마에 갔을까? 갔다면 어떤 이유 때문에 갔을까?
13번째 제자가 남긴 기록을 추적해가는 신부
프랑스의 작가이자 전직 신부였던 미셸 브누아의 <13번째 사도의 편지>에는 예수의 13번째 제자가 등장한다. 이 13번째 제자는 계속해서 베드로와 충돌한다. 예수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베드로와 티격태격하고, 예수가 죽고 나서는 서로 증오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 13번째 제자는 예수가 무척 사랑했던 제자이다. 그래서 이 제자는 누구보다도 먼저 예수에게 부름을 받았고 오랜 세월동안 예수와 많은 일을 함께 해왔다. 이 제자가 기록하는 예수의 모습은 다른 기록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기록이다. 이 제자는 베드로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패하고, 쿰란의 동굴에 자신의 기록을 남겨둔다.
이 기록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그로부터 천 년도 더 지나서이다. 13번째 제자가 남긴 기록에는 서구 문명의 바탕이 되는 가톨릭 교리를 뒤흔들 비밀이 담겨 있다. 이때부터 이 기록에 접근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성당기사단은 고문 끝에 몰살당하고, 가톨릭 교회는 이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온갖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한 비밀은 없는 법. 뭔가 눈치를 챈 사람들 몇몇이 단서들을 끼워 맞추면서 이 비밀에 다가간다.
<13번째 사도의 편지>는 로마를 떠나서 파리로 달려가는 특급열차 안에서 시작한다. 오래된 콥트문서 사본을 조사하던 안드레이 신부가 바로 비밀에 접근해가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는 이 비밀이 드러나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외부요원을 이용해서 안드레이 신부를 살해하고, 이것을 자살로 위장한다. 안드레이 신부는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동료에게 뭔가 단서를 남겨둔다. 안드레이의 동료 닐 신부는 이 단서를 가지고 조금씩 사건을 추적해간다. 닐 신부는 과연 비밀의 정체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12제자의 모습을 색다르게 묘사한 <13번째 사도의 편지>
<13번째 사도의 편지>에서 묘사하는 베드로의 모습이 흥미롭다. 로마에 대항하는 젤롯당 당원인 베드로는 항상 칼을 가지고 다니며 교활한 계획을 꾸민다. 그리고 베드로는 13번째 제자와 가롯 유다를 증오한다.
반면에 13번째 제자는 자신만이 예수의 참된 모습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예수는 병을 고치는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메시아도 아니고, 새로운 다윗 왕도 아니다. 다만 12제자들은 권력욕에 눈이 멀어서 그 사실을 바라보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권력싸움에서 패한 13번째 제자는 모든 힘을 잃고 쫓겨난다.
12명의 제자들은 모두 예수의 모습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꾸민다. 베드로와 야고보, 바울은 다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13번째 제자는 씁쓸하게 이런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베드로가 로마로 떠났던 이유는 어쩌면 야고보, 바울과의 싸움에서 패했기 때문 아닐까?
<13번째 사도의 편지>에는 조금 낯선 용어인 에세네파, 쿰란 동굴이 나온다. 에세네파는 사두개파, 바리새파와 함께 1세기에 있었던 유대교의 분파이다. 그리고 쿰란은 예루살렘 동쪽, 사해의 서쪽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0년 전인 1947년 5월, 이 쿰란 지역의 한 동굴에서 2천 년 전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성서의 사본이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이 문서가 바로 '20세기 성서고고학 최대의 발견'이라 부르는 사해문서이다.
이 사해문서를 작성한 사람들이 바로 에세네파 사람들이다. 이 사해문서는 가톨릭을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서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문서의 내용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교회에서 이 문서의 내용을 고의로 은폐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 정도이다. 음모이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입맛에 맞는 소재가 바로 이 사해문서일 것이다.
사해문서를 소재로 하는 역사 미스터리 소설도 여러 편이다. 사해문서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덧붙이는 글 | <13번째 사도의 편지> 1, 2. 미셸 브누아 지음 / 이혜정 옮김. 노블마인 펴냄.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전후로 해서, 로마 가톨릭을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끊이지 않고 출간되고 있습니다. 관련 작품들을 소재별로 분류해서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