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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주말농장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새로운 것을 하게 된다는 기쁨 때문에 덥썩 오케이라고 해버렸다. 그리곤, 주말마다 한 번은 그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4평 짜리 좁은 땅이라 뭐 그리 할 일도 없어 보였는데, 이거 왠걸. 하다보니, 손이 꽤 가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퇴비를 주어 땅을 갈아엎고, 모종을 하고, 잡초를 뽑아주고, 벌레도 없애주어야 한다.
원래는 시골 출신이라 농사 일이 다른 도회지 사람들에 비해서는 익숙한 처지이다. 그러나, 농사일이 고된 탓에 한 번도 그걸 즐기면서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죽하면 일하기 싫어 도시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게을리하지 못했을까?
생각대로 도시로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을 나왔다. 그리고 농사라고 해봐야 고작 일년에 서너 번 시골 엄마가 홀로 짓는 농사를 가끔 도와주고는 허리며 몸이 아프다고 바등대는 정도였다.
그런데 직접 내 손으로 땅을 관리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 든 것은 내 손으로 직접한다는 사실이었다.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가 되도록 내 일이 없었겠냐만, 그래도 신기한 것은 생명이 자라고, 그걸 나눠주는 걸 내가 담당한다는 조물주와도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혼자가 아닌 하늘과 땅, 비와 바람이 같이 하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참으로 땅에게 자연에게 감사한다는 것이 이런 의미구나 하는 것을 첨으로 몸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 첫 수확을 거두었다. 상추가 많이 웃자라 겉을 잘라내어 반찬으로 삼겹살과 싸서 먹어보았는데, 그 맛이 아주 좋았다. 웃음이 절로 퍼진다는 의미도 이제 알겠다. 향긋한 냄새가 흙과 함께 섞여 올라오는 게 참 좋다.
어린 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듯 이제 내 맘은 주말농장 텃밭에 머무르고 있다. 혹시 바람에 넘어가지는 않았나, 비가 많이 오면 짓무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거다. 감자, 고추, 상추, 토마토, 오이를 그 좁은 땅에 옹기종기 심어두었다.
어머니가 자식 걱정하는 맘이 이런 거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결혼 안 한 내가 부모 맘을 알겠냐마는, 그래도 반 푼이나마 그런 맘을 헤아릴 수 있게 해준 농장과 땅에게 감사를 올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