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된 한미FTA 6차 협상에서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전체회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된 한미FTA 6차 협상에서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전체회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류승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조건부 재협상 수용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해당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미국쪽 요구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16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재협상에 나선다면 명분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조건이 맞는다면 (재협상을) 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쪽(미국)에서 구체적인 것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선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대신 "미국쪽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재협상 시기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재협상 불가 원칙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협상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이를 흔드는 일방적인 재협상 요구는 받을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겉으론 재협상 불가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사실상 조건부 재협상 수용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훈 "일방적 재협상 경우, 협상 깰 수도 있다"

지난달 2일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종훈 수석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달 2일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종훈 수석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도 이날 "미국쪽의 재협상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힘들게 균형을 맞춰 타결한 협상에 대해, 일방적인 내용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면 협상을 깰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방적'이라는 조건만 해결된다면, 재협상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이어 "미국쪽으로부터 아직 공식적인 재협상 제안을 받지 않은 상태"라면서 "미국 행정부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소개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재협상 사안이 아니라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FTA 협상 결과의 균형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FTA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쪽에서 최근 요구해 온 노동과 환경분야는 협상 타결 전에도 이미 예상이 됐던 사안"이라며 "문제는 미국의 요구가 과연 이것만 있을것이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하원쪽에선 지난 10일 수전 슈워브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자동차와 공산품, 농업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협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협정문 공개, 공식 체결 등 한미FTA 일정 차질도

이밖에 한미FTA 재협상 논란이 증폭되면서, 향후 협정문 공개 등의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정부는 한미FTA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협정문 공개 일정과 범위, 수준 등에 대해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김종훈 대표는 "한미 양국간 협정문 공개시점을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하지만, 다음주 중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인간개발연구원 주최 조찬 간담회에서 "오는 20일 부속서를 포함한 협정문 전문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재협상 진행 여부에 따라 협정문 공개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또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한미FTA 협정문 공식 체결도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미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6월말로 끝나는 무역촉진권한을 연장 받았고, 재협상을 통해 의회의 요구수준을 끌어내지 못하면 협정 공식 체결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기존 협정문에서 드러난 많은 독소조항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