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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기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오병이어 모자이크 그림
4세기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오병이어 모자이크 그림 ⓒ 이승철
갈릴리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팔복교회를 둘러보고 다음에 찾은 곳은 오병이어교회와 베드로수위권교회였다. 팔복교회 언덕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오병이어교회는 역시 갈릴리호수변의 언덕 밑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상당히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그곳에 버스를 주차하고 우리 일행들은 교회를 찾아들어갔다. 교회입구 길가에는 역시 커다란 야자수 나무들이 서있는 모습이 여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교회마당에 들어서자 커다란 맷돌처럼 생긴 돌이 놓여 있어서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고적을 찾은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었지만, 안쪽의 화단에 서있는 커다랗게 늙은 올리브나무 고목이 역시 머나먼 이국땅을 실감케 한다.

겉으로 보이는 교회 건물은 특별할 것이 없는 모습이다. 다만 건물 꼭대기의 십자가가 여느 것과는 달리 바람개비처럼 넓은 모습이어서 이채로웠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맨 먼저 눈길을 붙잡은 것이 제단 아래 바닥의 모자이크 그림이었다.

오병이어교회 전경
오병이어교회 전경 ⓒ 이승철

오병이어의 이적을 행한 바위 위에 만들어진 제단
오병이어의 이적을 행한 바위 위에 만들어진 제단 ⓒ 이승철
"어! 떡 한 개는 어디로 갔지? 물고기는 두 마리 맞는데 떡이 왜 네 개뿐일까?"

침착한 성격의 일행 한 명이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외친 말이다. 양쪽에 물고기가 한 마리씩 그려져 있고 가운데 있는 바구니에는 둥그런 모습의 떡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물고기는 두 마리가 맞는데 정말 떡이 한 개 모자랐다. '오병이어'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아! 그거요, 떡 한 개는 예수님이 손에 들고 축사하고 계시거든요, 하하하."

가이드 서 선생이 웃으며 설명을 해준다. 아하! 그랬었구나. 그래서 떡이 한 개가 모자랐구나. 그래서 그 모자이크 그림 바로 앞에는 예수가 떡을 손에 들고 축사했던 작은 바위가 있고, 그 바위 위에 조그마한 제단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 오병이어교회는 예수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인 이적을 기념하여 세워진 교회라고 한다. 이 교회의 다른 이름은 헬라어로는 헵타페곤(Heptapegon), 히브리어로는 엔 세바(Ein Sheva), 아람어로는 타브가(Tabgha)라고 하는데. 모두 일곱 개의 샘이란 뜻이다.

교회 마당에 있는 우리나라의 맷돌과 비슷한 모양의 돌 도구
교회 마당에 있는 우리나라의 맷돌과 비슷한 모양의 돌 도구 ⓒ 이승철
이것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합친 일곱이라는 숫자와 관련이 있다. 현재의 교회는 독일 천주교회에서 4세기 비잔틴시대 교회의 옛 터에 1936년에 세운 것이라고 하는데, 이 장소가 꼭 예수가 오병이어의 이적을 행한 장소라는 것을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이곳에선 1930년대 초 독일의 고고학자들에 의하여 타브가가 발굴되었고 그때 4세기 비잔틴 시대의 유적이 발견됐다. 발굴과정에서 옛 교회 바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많은 모자이크 그림들이 발견되었는데 이것들 중에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가 묘사되어 있는 모자이크가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이곳이 바로 오병이어의 이적을 기념하여 세워진 교회임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들이 바라보고 있는 모자이크 그림이 바로 4세기 비잔틴시대에 만들어진 그림이었다.

"자! 성경을 한 번 찾아볼까요? 마태복음 14장 14~21절과 마가복음 6:35~44절 말씀, 그리고 누가복음 9:12~17과 요한복음 6:5~14절에 나와 있는데, 요한복음 6장 9절로 11절까지 누가 한 번 읽어보세요."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졌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삽나이까. 예수께서 가라사대 이 사람들로 앉게 하라, 하신대 그곳에 잔디가 많은지라 사람들이 앉으니 수효가 5천 쯤 되더라, 예수께서 떡을 가져 축사하신 후에 앉은 자들에게 나눠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저희의 원대로 주시다."


오병이어교회 화단에 서있는 올리브나무 고목
오병이어교회 화단에 서있는 올리브나무 고목 ⓒ 이승철

오병이어교회 입구풍경
오병이어교회 입구풍경 ⓒ 이승철
성경구절을 맨 먼저 찾은 사람이 큰 소리로 그 구절을 읽어내려 갔다.

"그런데 같은 내용이 성경에 네 군데나 기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좀 특이한 것은 이 요한복음에만 보리떡과 .물고기를 아이가 가지고 있었다고 나오는데 무슨 특별한 다른 뜻이 있는 것 아닐까요?"

정말 그랬다. 다른 곳에는 그냥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유독 이 요한복음에는 그 보리떡과 물고기를 아이가 가지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군요, 성경해석의 문제겠지만 실제로 그런 이적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굳이 보리떡 다섯 개나 물고기 두 마리는 사실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빈손으로 축사해도 그만한 능력을 충분히 행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다른 면에서 보면 비록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작은 수량이지만 그것을 내 놓음으로서 5천명이 나누어 먹는, 나눔의 정신을 나타낸 것 아닐까요. 특히 이 요한복음에서 아이가 가지고 있던 보리떡과 물고기를 가지고 축사하여 행한 이적은 그 아이의 순결하고 순수한 나눔의 정신이 본문 속에 잠재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오병이어의 기적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여서 비록 기독교도가 아니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나 대부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기적만을 강조할 뿐, 그 기적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이 나눔의 정신은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

베드로수위권교회 전경
베드로수위권교회 전경 ⓒ 이승철
오병이어교회를 둘러보고 베드로수위권교회를 찾았다. 이 교회는 바로 호숫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 마당에는 잘 가꾸어진 넓은 정원과 발밑에 물고기가 있고 베드로가 열쇠와 지팡이를 든 형상의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성경 마태복음 16:13-20에서 나오는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베드로의 이름 위에 교회를 세우고 천국의 열쇠를 맡기겠다는 예수의 약속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베드로의 손에는 천국열쇠가 들려져 있고 교회의 이름도 베드로수위권 교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교회는 유대인들에게 붙잡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후 3일 만에 부활하여 갈릴리에 다시 온 예수가 고기 잡는 어부로 되돌아와 있는 수제자 베드로에게 나타나 "네가 이 사람들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고 "내 양을 먹이라"고 당부하던 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이 교회도 오병이어교회처럼 4세기 후반에 세워진 비잔틴시대 교회의 벽면을 보존하면서 1933년에 호숫가에 다시 세워진 것이다. 이 교회 안에는 예수가 베드로와 함께 잡은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던 바위 Mensa Christi가 보존되어 있었다.

멘사 크리스티가 있는 교회 내부 모습
멘사 크리스티가 있는 교회 내부 모습 ⓒ 이승철

베드로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을 먹이라!
베드로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을 먹이라! ⓒ 이승철
교회를 둘러보고 밖으로 나서니 바로 호숫가다. 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바다처럼 넓어 보이는 호숫가의 풍경 또한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어머! 저 물고기 좀 보세요?" 여성일행의 호들갑에 바로 옆의 물속을 들여다보니 정말 어른 팔뚝만큼이나 크고 굵은 물고기 몇 마리가 유유히 물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일행들은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모래밭을 뛰어다니기도 하면서 모처럼 즐거운 표정들이다. 주변에는 우리일행들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머나먼 이국 땅 아름다운 호숫가에는 나이를 잊고 여행의 즐거움에 빠진 일행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가득히 넘쳐나고 있었다.

베드로수위권교회에서 바라본 호숫가 풍경
베드로수위권교회에서 바라본 호숫가 풍경 ⓒ 이승철
"자! 이제 모이세요, 곧 오늘 밤 묵을 숙소인 엔게브 키부츠로 출발하겠습니다."

주변에는 어느새 어둠이 내리깔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노을 지는 하늘 아래로 갈매기와 물새 떼들이 나르는 호수 건너편에는 희부연 안개 속에 희미한 불빛이 하나 둘 반짝이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월22일부터 2주간 북아프리카 이집트 남부 나일강 중류의 룩소르에서 중동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까지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갈릴리호수#오병이어#예수#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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