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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uela / 아서 도로스 지음, 엘리사 클레븐 그림
ⓒ Elisa Cleven
두 팔을 날개 삼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랑 살랑살랑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날 수 있다면… 날다가 힘들면 구름 위에 앉아 쉬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게다가 그것이 맨하탄 하늘 위라면 정말 얼마나 재미있을까?

로살바(Rosalba)는 할머니 아부엘라(Abuela)와 함께 뉴욕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곤 한다. 버스를 타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기도 하고. 할머니와 함께 공원에 온 로살바는 새들에게 모이를 주면서 '만약에 이 새들이 할머니와 나의 옷깃을 붙잡아 하늘로 날아 올려준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상상 속인지 진짜 현실인지 하늘을 날아 오른 로살바와 아부엘라, 그들의 아래로 맨하탄이 펼쳐져 보인다. 공원도 보이고, 사람들과 개들도 보이고, 버스와 공장도 보인다. 자유의 여신상과 공항의 비행기들을 보면서 이 나라에 처음 들어온 날을 떠올리기도 한다.

할머니의 사촌이 일하는 항구에도 날아간다. 그 곳에서 방금 막 스페인에서 들어온 과일 박스 위에 쓰여 진 스페인어를 읽으며 놀기도 하고, 숙부와 숙모가 일하는 가게에 가서 레모네이드를 마시기도 하고, 아빠가 일하는 빌딩 창가에서 아빠와 손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높은 하늘 위에서 두 손 꼭 잡고 공중제비를 돌기도 하고, 바다 위를 날 때는 파도를 만질 듯 낮게 날기도 하고, 날다가 지치면 구름 위에서 쉬기도 한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온 로살바와 아부엘라, 호숫가를 거닐며 또 다른 여행과 모험을 꿈꾸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스페인어로 말하는 할머니

로살바의 할머니는 스페인 사람이라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한다. 할머니의 대사들은 그림책 속에 스페인어로 쓰여 져 있고, 책의 뒷부분에는 할머니가 했던 말들이 영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 실제로 'abuela'는 '할머니'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다. 책 제목 '아부엘라'는 '할머니' 이기도 하면서, 로살바의 할머니 이름으로 쓰이기도 한 셈이다.

<아부엘라>(Abuela 아서 도로스 지음, 엘리사 클레븐 그림) 그림책의 첫 부분, 할머니를 소개하면서 로살바가 해 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우리 할머니는 스페인어로 말을 해요. 왜냐하면 이 나라에 오기 전에 우리 할머니가 살았던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스페인어로 말을 했었으니까요"라고.

미국에 처음 온 엄마들 중엔 혹시라도 영어에 서툰 우리 아이가 미국 아이들 틈에서 '왕따'라도 당할까 봐 불안한 나머지 어서 빨리 영어로 말하라고, 미국 아이들 앞에서는 한국말을 하지 말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설프게 영어 몇 마디 하기 시작하면 무조건 좋아하면서 한국어 못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엄마들도 있다.

긴 안목을 품고, 하루 이틀 빨리 영어 몇 마디 흉내 내게 하는 것보다 먼저 아이의 정체감 형성에 마음을 더 쓰기를 바란다.

"내가 나고 자란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어로 말을 했어. 미국에 왔으니 이제 영어를 배우고 영어로 말을 하게 되겠지만, 세상에는 영어가 아닌 나라의 말을 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웠으면 좋겠다. 다른 외모를 갖고 있고, 다른 언어를 쓰고, 나아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분명히 가르치길 바란다.

하늘에서 본 도시의 모습 그리고 만들기

두꺼운 종이, 색연필, 마커, 크레파스, 가위, 풀 등 다양한 미술 도구를 준비한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인상적이었던 여행지 등을 하늘 위를 날면서 내려다본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 보게 한다. 특별한 건축물이나 빌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간단한 방법은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게 하는 거다. 혹은 두꺼운 종이에 빌딩들을 그리고 색칠해 오려 낸 후, 탁자 위에 도시를 세워 보게도 한다. 이 경우, 매일매일 빌딩을 하나 둘 추가해 가면서 도시가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함께 축하할 수도 있다.

▲ 만 네 살 둘째딸이 뉴욕 자유의 여신 상과 맨하탄의 빌딩, 허드슨 강 등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 김윤주
▲ 만 일곱 살 큰딸은 프랑스 파리를 상상해서 만들었는데, 에펠탑도 서 있고 세느 강도 흐른다.
ⓒ 김윤주
위의 그림은 운 좋게도 마침 뉴욕 여행을 다녀온 직후 이 그림책을 접한 우리 집 둘째딸이 맨하탄의 마천루와 자유의 여신상을 자신의 느낌으로 그린 것이다. 아래 '조형물'은 큰딸이 아직 가 보지 못한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세히 보면 빌딩들 틈에 에펠탑도 있고 세느강도 흐른다.

이 일이 있은 후, 아이들은 방 하나를 박물관 삼아, 한 쪽에는 파리, 한 쪽엔 이집트, 한 쪽엔 호주의 시드니, 한 쪽엔 대한민국 서울 등을 며칠 동안 꾸며 가며 좋아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초원 위도 좋고, 서울의 빼곡한 빌딩 위도 좋다. 어디든 맘껏 날아 보게 하자.

덧붙이는 글 | 미국 버지니아 주 래드포드대학에서 주최한 '유아 및 초등교육 컨퍼런스(2006년 여름)'에 참가해 발표한 내용을 다소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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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기호와 이야기 찾아내기를 즐기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인문학자입니다. 이중언어와 외국어습득, 다문화교육과 국내외 한국어교육 문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교수입니다.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 <다문화 배경 학생을 위한 KSL 한국어교육의 이해와 원리>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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