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17일 오전 경찰은 '보복폭행'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김 회장 신병도 함께 인계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뒷문에 대기한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그는 일반 형사범과 똑같이 수갑을 차고 있었으며 양 옆에 형사들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수갑은 보이지 않도록 검은 코트로 덮었다.
김승연 회장, 서울구치소 수감
경찰은 보복폭행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총 25명을 입건했고, 이 중 2명(김승연 회장, 진아무개 경호과장)을 구속했으며 2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입건된 25명 중 24명은 김승연 회장과 관련된 인물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와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했고, 나머지 1명은 북창동 S클럽 종업원으로 형법상 상해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장 서장은 또 "해외에 도피중인 전직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아무개씨와 추가보강수사는 검사 지휘를 받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 계열사의 한 간부로부터 인력동원 요청을 받고 폭력배를 동원한 오씨는 현재 캐나다로 도피 중이다.
아울러 경찰은 최근 논란이 된 '80억 합의금설'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 서장은 "80억 합의금설에 대해 피해자도, 피의자도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경찰이 김 회장에 대해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함에 따라 공은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갔다.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검찰은 경찰이 적용한 6개 혐의(흉기 등 상해, 흉기 등 폭행, 공동상해, 공동폭행, 공동감금, 형법상 업무방해)를 모두 인정해 김 회장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 넘어간 '보복폭행' 사건... 수사기록만 4000여쪽
한편 늑장수사와 외압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은 보복폭행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지난 3월 29일부터 50여일간 총 1194명을 동원해 수사를 펼쳐왔다. 이날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보복폭행 사건 기록도 총 4029쪽에 달한다. 이번 사건으로 입건된 25명 외에도 김 회장 차남의 친구 이아무개(22)씨 등 모두 47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다음은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의 브리핑 일문일답.
- 조폭이 동원됐다는 물증이 있나. 또 김 회장이 조폭동원을 직접 지시했는지 파악했나.
"외부세력은 총 12명이 동원됐다.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 오아무개씨가 4명, G가라오케 사장 장아무개씨가 5명, D토건 사장 김아무개씨가 3명을 동원했다. 오씨를 제외한 12명은 경찰의 관리대상 조직폭력배로 활동한 전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지휘체계 등 폭처법(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하는 범죄단체의 구성요건을 갖춘 범죄단체 조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외부세력 동원에 대해 김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지시했다는 진술 또는 직접증거를 확보한 게 없다."
- 폭력배를 동원한 한화계열사 김아무개 감사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수사했나.
"김 감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사가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에 '오씨에게 연락한 인물'로 처음 거명돼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김 감사는 오씨가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 80억원 합의금설과 관련해 확인된 내용이 있나. 한화측이 합의를 시도한 흔적은.
"현재까지 피해자, 피의자측 모두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흔적이 발견된 것도 없다."
- 입건된 피의자 외에 참고인으로는 누가 있었나.
"김 회장 아들 친구인 이아무개씨와 G가라오케 주변 식당 주인 나아무개씨, 운전기사와 비서, 목격자 등 47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 사건 발생 이후 광수대로부터 이첩받을 때까지 아무런 정보보고나 첩보를 받지 못했나.
"아무것도 없었다."
- 늑장수사 의혹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첩보 접수 이후 즉시 CIMS(범죄정보관리시스템)에 입력하고 내사 기간인 2개월에 맞춰 내사를 진행했다. 관련자 진술과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초기 수사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 경찰청에서 감찰을 시작하겠다고 하는데 준비는 하고 있나.
"관련 법규와 원칙에 따라 감찰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