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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중에는 그 종족의 습성 상 무리를 짓는 것과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있다. 물고기 중에서는 정어리·멸치·청어·가다랑어·고등어·다랑어·방어류 등이 무리를 짓는 부류이고, 붕장어·곰치·돌돔·능성어·용치놀래기·아귀류·쏘가리·메기 등은 단독생활을 하거나 거의 단독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 돌돔은 어려서는 무리를 이루다가 자라면 단독생활에 들어간다. 산란기에 암수가 큰 집단을 이루는 민어류(민어·조기·보구치 등)와 같은 것도 있다.

이와 달리 호랑이처럼 그 상대가 없이 강력한 놈은 단독생활을 한다. 두려울 것이 없으니까 그런 것이다. 약한 동물이 무리를 짓는 것은 집단을 이루어 행동하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본격적인 무리 짓기는 변태 시기나 미성어기부터 활발히 이루어진다. 치어가 어느 정도 성장하여 유영능력을 갖추면 무리를 형성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의 물고기는 마치 초중고생 학동(學童)들처럼 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영어로 스쿨링(Schooling)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물고기가 무리를 짓는 가장 큰 이유는 포식자로부터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생존전략 때문. 그야말로 우리네 세상처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전략이다. 무리를 지음으로써 상대보다 크게 보이고 피해를 줄이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물고기는 저보다 큰 상대에겐 달려들지 않는다.

아울러 무리 짓기의 또 다른 이유로는 자신들의 사회적 습성을 익히고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 때문이다. 먹이 또는 외적에 대한 대응이나 행동 패턴을 공동으로 학습하며 종족 보전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길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집단적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물고기를 무리에서 떼어놓으면 몹시 불안을 느낀다. 부대의 행군 행렬에서 낙오한 병사처럼, 먹이도 잘 먹지 않으며 심리적 불안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치어는 밝은 곳보다는 어두운 곳에서, 나이든 물고기보다는 어린 치어일수록 무리를 형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고등어 종류는 그들의 빠른 유영력을 이용하여 빠르게 무리를 형성하며 굶주린 치어는 무리를 이루는 경향이 강하나 먹이를 만나면 무리가 쉽게 깨진다.

물고기들이 무리 짓는 이유

동물생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동물이 무리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 꽤 많은 것을 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을 들면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①외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②무리가 협력하여 먹이를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무리를 짓는다. 토끼몰이 하듯이 많은 동료가 먹이를 동시에 추적하고 단번에 감싸서 잡아먹어야 사냥의 효율을 높일 수 있으니까.
③암수가 만날 기회를 높이기 위해 무리를 짓는다. 이것은 종족 번식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무리를 이루면 외적에 대한 저항력이 커지며 적을 미리 발견할 수 있고 적으로부터 재빨리 도망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 정어리는 가다랭이나 참치가 습격하면 각기 서로 간격을 좁혀 밀집대형을 이루는 습성이 있다. 큰 고기가 동료를 잡아먹으면 동료 뒤로 숨으면서 무리가 밀집대형을 이루어 똘똘 뭉치는 현상을 보이는 어종은 바다에서도 이 외에 몇몇 부류가 더 있다.

하지만 물고기가 무리를 지음으로써 적의 눈에 쉽게 띄므로 공격을 당하기 쉬우며 무리 내에서 먹이에 대한 불균형이 일어나기 쉽다는 점도 생긴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것도 맞는 얘기이지만, 무리를 지어 생활함으로써 그 어종에 실(失)보다 득이 많다면 그 무리 짓기는 종족을 위한 적응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몸길이가 13cm 전후인 전갱이를 수조 안에서 양식하면서 연구한 조사가 하나 있다. 그에 의하면 9-15마리의 무리를 이루면 활발하게 먹이를 먹는데 반해 7마리밖에 안 되는 작은 그룹을 조성해주면 놈들은 식욕이 저하되며, 5마리 그룹에서는 더욱 먹성이 나빠지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같은 종류의 물고기가 무리를 이루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종족유지에도 유리하고 좋지만, 특히 먹이를 찾거나 먹이를 공격한다거나 거꾸로 강적의 눈을 피해 무리를 이루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잉어과의 물고기는 혼자서 먹이를 먹기보다는 무리를 이루는 쪽이 다량의 먹이를 섭취하는데 유리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무리에서 이탈하여 혼자 헤엄치는 물고기는 경계심이 강해서 먹이를 잘 먹지 않지만 무리 가까이에 미끼를 떨어트리면 경쟁심이 강해져서 먹이에 허겁지겁 달려들기 때문에 낚아 올리기가 한결 용이해진다. 이것을 수조에서 실험한 사례도 있다.

쥐치의 작은 무리 곁에 미끼를 떨어트리면 잠시 뒤에 다가와 계속 유영하다 돌아가지만 수조에 쥐치를 더 많이 넣어서 무리의 개체수를 늘리면 기세 좋게 달려와 먹이를 먹는다. 또한 한 마리가 먹이를 먹으면 그것을 놓고 경쟁을 하는 무리가 나타난다. 이런 몇 가지 경우를 고려해볼 때 무리를 지으면 전체의 식욕이 상승하고 먹이경쟁 속에서 빨리 자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리 짓기는 자신의 몸을 감추기 위한 행동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은 1971년 '이기적인 무리의 기하학'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물고기와 같은 생물이 무리를 짓는 이유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일단 무리를 짓게 되면 이들 무리의 바깥쪽에 있는 놈은 포식자의 공격목표가 되기 때문에 모든 물고기가 안쪽으로 숨으려 하는 데서 밀집 집단이 형성되며, 이로 인해 물고기가 서로 몸을 가까이 밀착하는 것은 협력적인 차원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몸을 감추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한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혼자 있게 되면 자신이 공격대상으로서 확실한 표적이 된다. 하지만 무리를 이루면 비록 혼자 있을 때보다는 적의 눈에는 잘 띄지만, 확률적으로는 무리 전체 숫자 'Y'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흔히 희석(稀釋)효과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방어적인 측면 외에, 무리를 지을 경우 거꾸로 공격에 이점이 생긴다. 포식자가 무리를 이루어 먹잇감을 에워싸면 그만큼 먹이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방어나 전갱이 등은 무리를 이루어서 포식행동을 한다. 멸치 떼를 방어, 전갱이 떼가 에워싸고 포위공격으로 포식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어리와 같은 것도 마찬가지. 멸치, 정어리 등 작은 먹잇감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어서 잡아먹는다. 이들은 주로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데, 멸치나 정어리는 포식자로부터의 공격 위협 없이 헤엄칠 때는 입을 벌리고서 플랑크톤을 걸러먹는다.

이 외의 환경요소로서는 다양한 자연현상이 고려될 수 있는데, 수온에 대해서는 모든 물고기는 민감해서 전갱이는 수온 25℃인 때의 포식량은 15℃인 때의 2배나 되며 쥐치도 거의 같은 정도로 수온에 예민하다고 한다. 강우전선이 통과한 뒤에 수온이 2-3℃ 떨어지는 바람에 같은 장소에서도 하루 상간에 물고기를 낚을 수 없는 사례는 낚시꾼이면 한두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데 서로 종류가 다른 물고기들이 모여서 무리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이라든가 다른 많은 물고기들이 이와 같은 이종(異種) 간의 무리 짓기를 한다. 벵에돔이나 긴꼬리벵에돔은 어류학 관점에서는 분명히 다른 종류인데도 저희들끼리는 전혀 다른 놈들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어류학자의 연구도 있다. 장기간에 걸쳐 조사하고 연구한 것으로, 믿을 만한 설이다.

이처럼 서로 종류가 다른 놈들이 무리를 이뤄 함께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는 곳의 환경요인 가운데 무언가 공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안 가까운 모래밭에는 가자미나 광어·보리멸·양태 무리가 뒤섞여 사는데, 이놈들은 눈만 내놓고 먹이를 노리거나 때로는 숨어서 쉬고 있다. 먹이는 모래 속의 갯지렁이나 조개 등이다. 종류가 서로 다른 이들 이종집단의 물고기는 공동의 목적과 이익을 갖고 있지만 이것을 무리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이들 어종 사이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는 성립되지 않으므로 피를 흘리는 영역다툼이나 먹이경쟁은 없다.

하여간 물고기가 무리를 이루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물고기 내부의 원인이나 외부적인 원인이 무리 짓기를 촉진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고기 자체의 내부 요인으로는 갑상선을 든다. 성장을 지배하는 호르몬인 사이록신을 분비하는 갑상선이 작용하여 물고기가 무리를 짓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고기가 무리를 이루어 회유할 때는 그에 앞서 갑상선의 작용이 항진된다는 것을 그 증거로 꼽는다. 특히 암수 몸의 색깔이 뚜렷하게 다른 물고기가 번식기에 이성을 구하기 위해 무리를 이루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것 역시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물고기 연구가들은 설명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coe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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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및 중국 고대사 연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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