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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마을은 이제 우리 것이다!”

수걸을 위시한 너르족의 장정들은 함성을 지르며 마음껏 기세를 뽐내고 있느라 옆에서 하달의 일행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너르족 장정들은 엉덩이를 까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춤까지 추며 목책위의 두레마을 장정들을 마음껏 조롱하기까지 했다. 하달은 조용히 화살을 메긴 후 활을 겨누어 수걸을 노려보았다.

-퓽!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화살은 공중으로 치켜 올라갔다가 맹렬히 수걸의 가슴을 향해 파고들었다.

“으악!”

화살이 꿰뚫은 곳은 춤을 추며 몸을 기우뚱거리다가 수걸의 앞을 가로막은 너르족 장정의 어깨였다. 그와 동시에 처얼을 비롯한 다른 두레마을 장정들의 화살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기습이다!”

춤을 추던 너르족 장정들은 당황해하며 땅에 엎드리기도 하고 제 풀에 도랑에 빠져버리는 등 혼란에 빠졌다. 그 와중에서도 수걸만큼은 긴 몽둥이를 들고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빠르게 쳐내면서 소리쳤다.

“당황하지 마라! 적은 얼마 되지 않는다! 모두 나서라!”

얼마 되지 않아 하달과 그가 이끄는 장정들은 화살을 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두 세 명의 너르족 사람들에게 치명상을 입혔고 예닐곱 명의 너르족 사람들에게 가벼운 부상을 입히긴 했지만 어둠 속이었고 적은 수의 사람들이 비교적 먼 거리에서 화살을 쉴 새 없이 날려대었기에 꾸준히 공격을 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자.”

목책이 둘러진 두레마을의 몇몇 구석에는 사람하나가 빠져나갈만한 구멍이 비밀리에 만들어져 있었다. 하달의 생각대로 그곳까지 무사히 가면 다행이겠지만 독이 바짝 오른 너르족들이 그들을 순순히 보내줄 리는 없었다.

“화살을 쏜 놈들을 모두 잡아 죽여라!”

수 백 명의 너르족이 도랑을 뛰어넘어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내달리자 뒤늦게야 목책위에서 돌과 나무토막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몇몇 너르족은 그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억지로 목책 위를 기어 올라가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혼란상태가 이어지자 수걸은 손을 번쩍 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뒤로 물러서라!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그리고서 수걸은 자신의 주위에 남아있는 일곱 명의 장정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들만 나를 따라 와라!”

수걸은 자신들을 혼란에 빠트린 자들을 끝까지 추격해 죽일 작정이었다. 수걸을 따르는 장정들도 이런 수걸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도주하는 하달 일행의 뒷모습은 수걸의 시야에 희미하게나마 드러나 있었다.

“놈들이 쫓아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잰 걸음으로 가던 하달 일행의 제일 뒤에서 너르족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처얼이 주의를 주자 하달은 지체 없이 명령을 내렸다.

“모두 뛰어라!”

그와 동시에 하달일행을 추격하던 수걸일행도 뛰기 시작했다. 하달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많은 적이 쫓아온다면 이대로 도망만 가다가 밀려오는 적을 상대하기에 버거워진다. 하지만 쫓아오는 놈들이 적다면 맞서 싸워 물리친 후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이다.’

하달은 조금 뒤에 쳐져서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이라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뒤를 쫓는 너르족 일행은 많지 않아 보였다. 하달은 일행에게 멈춰 설 것을 명했다.

“모두 무기를 꺼내어라.”

몸을 부딪치며 싸울 생각은 못했던 지라 하달일행이 활 이외에 지닌 무기는 자루가 짧은 돌도끼가 다였다. 몇몇 이들은 그 마저도 없어 주위에 있는 돌을 집어 들고 상대를 기다렸다.

“이놈들이......”

상대가 멈춰 서서 싸울 채비를 하는 것을 본 수걸도 일행을 멈춰 세우고 돌도끼를 뽑아들었다. 두 상대는 잠시 숨을 고르느라 헐떡이며 어둠 속에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연재소설#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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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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