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펑크, 브라스 스카 밴드 그리고 '노찾사'가 6월을 맞이하여 멋지게 뭉쳤다. 지난 18일 홍대 앞 놀이터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 사운드데이 특별 야외공연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 막을 내렸다.
과연 뜻깊고 즐거운 날, 이 한 자리에서 어울릴 수 있을까? 하지만 우려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옐로우푸퍼(록), 와이낫(펑크), 킹스톤루디스카(브라스 스카 밴드) 그리고 노찾사는 각각의 방식으로 '광주'를, '6월'을 노래하며 수백명의 관객들과 소통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1·2부로 나뉘어 진행된 사운드데이 특별 야외공연에서 2부 첫 주자로 등장한 옐로우푸퍼는 자신들의 노래와 함께 '광야에서'와 '언젠가는'으로도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옐로우푸퍼는 "광주 민주화운동이 사실 피부로 와 닿지 않았는데, 공연 전에 자료와 영상을 보면서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화가 났었다"면서 "우리에게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록에 이어 등장한 장르는 펑크였다. 와이낫은 "약간 춥지 않으세요? 여러분도 함께 팔짝팔짝 뛰면 좋을 것 같다"는 말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꽹과리까지 가세한 그들만의 독특한 공연에 이어 와이낫은 "사랑, 평화, 자유, 젊음 그리고 락엔롤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편하게 음악 듣고 연주하면서도, 이 안에(가슴에) 묻어두고 절대로 잊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관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국내 유일의 정통 브라스 스카 밴드로 알려진 킹스톤루디스카도 무대(?)에 섰다. 이날 야외 공연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이들은 "87년 6월의 그날이 있었기에 군사 독재 정권에서 벗어나 이제 편하게 문화 생활도 하고 웃으면서 금요일 밤을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어느덧 당시 젊은이들보다 많아진 나이가 됐는데, 나라면 그 때 함께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6월'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노찾사'가 등장했다. 바로 직전 킹스톤루디스카에 대한 '뜨거운 반응'때문이었을까. 노찾사는 "나이 든 사람이 삐지면 오래 간다"는 말로 이끌어낸 웃음과 함께 공연을 시작했다. 마지막 야외공연 순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노찾사와 함께 했다.
노찾사는 "87년 6월 항쟁과 2002월드컵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청 앞에 나와 함께 함성을 질렀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많이 울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2002월드컵 때 기뻐서 울었다면, 1987년에는 최루탄 때문에 울었다. 월드컵이 끝나고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1987년에는 헌법이 바뀌고 역사의 물줄기가 바뀐 큰 차이가 있다"고 '어제와 오늘'의 의미를 되짚었다.
노찾사의 아침이슬로 야외공연이 모두 끝나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6월 항쟁과 관련 "대충 알고 있다"며 쑥스러워하던 신상철(23·남)씨 역시 공연에 대해서는 "잔잔한 곡도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공연을 즐겼다"며 "이렇게 (공연)해도 다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지켜봤다는 김민서(23·여)씨 역시 "사실 6월 항쟁에 대해 깊이 몰라, 인터넷을 이용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왔다. 어린 시절 당시를 회상한 글을 보고 슬펐다"면서 "오랜만에 TV에서 벗어나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연으로, 이런 행사가 좀 더 많이 대중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을 꼭 붙잡고 공연을 지켜본 연인들도 비슷한 소감을 밝혔다. 김원영씨(32·여)는 "인디밴드와 노찾사가 함께 어우러졌는데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젊은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기념 사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전도준씨(31·남) 역시 "이런 공연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공연자로 함께 했던 옐로우푸퍼 영강(보컬·23)씨는 "비가 많이 와서 공연이 취소될까봐 조마조마했었는데, 멋진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기뻤다"며 "마냥 즐기는 공연만은 아니어서 더욱 좋더라.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6월'이었는데, 뭔가 차 오르는 당시 심정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클럽문화협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월민주항쟁20년사업추진위원회가 함께 했으며, 야외 공연이 끝나고 사운드데이는 홍대 앞 라이브클럽들로 무대가 옮겨져 다양한 장르의 음악 축제가 새벽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