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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인 모자들을 두고 새 디자인을 또 매만졌다. 첫날 시집 간 '감물4색 챙모자'
미완성인 모자들을 두고 새 디자인을 또 매만졌다. 첫날 시집 간 '감물4색 챙모자' ⓒ 한지숙
염색 공부를 좀더 깊이 있게 하겠노라 부산으로 건너다닌 지 1년이 넘었다. 바쁜 중에 매달 2회씩 온종일 짬을 내야 하는 것과 오가는 형편의 여유 없음이 불보듯 뻔한데도 그동안 길들여진 연습에 이론까지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아쉬워 선택한 길이었다. 부산 신라대학교 전통염색아카데미의 전문가 과정인 '회인(물들이는 사람들)' 3기인 내가 그 절반의 과정을 지나왔고 4기, 5기의 수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들의 소박한 잔치, '천연염색 빛깔 모음전(5.16~5.21)'
우리들의 소박한 잔치, '천연염색 빛깔 모음전(5.16~5.21)' ⓒ 한지숙
무엇을 공부했고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동료들끼리의 호기심은 물론이고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마음껏 펼쳐 보이는 자리, '천연염색 빛깔 모음전(5월16일~5월21일)'의 멍석을 펴는 것으로 우리들의 소박한 잔치는 시작되었다.

서울, 제주, 창원 등 전국에서 모여든 회원들의 작품.
서울, 제주, 창원 등 전국에서 모여든 회원들의 작품. ⓒ 한지숙
며칠 맑고 상쾌한 날이 이어졌는데, 하필 전시회 첫날인 수요일(5월16일)엔 아침부터 거친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작품들을 걸기 위해 동료들은 전날 밤 늦은 시각까지 전시회장에서 분주한 손길을 나누었고, 몇 가지 꼭 마무리하고 싶었던 것들에 종종거린 나는 당일 점심시간을 넘기고야 출발했다.

다양한 염료로 물들여 바구니에 소복하게 담은 '누에고치'.
다양한 염료로 물들여 바구니에 소복하게 담은 '누에고치'. ⓒ 한지숙
"어디쯤 오니…?"

동갑내기 김 선생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연신 웅웅거리고 낯선 길목의 갤러리까지 더듬거리며 찾아가기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다. 끝내 택시 한 대를 앞세우고야 허둥지둥 갤러리로 들어가니 10분 지각이다. 깔끔한 양복 차림의 정홍섭 신라대학교 총장님과 조경래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동료들의 손을 마주잡았다.

스카프에 무늬를 담고, 자연의 빛으로 식탁을 꾸미고, 밋밋한 벽을 수놓은 조각보.
스카프에 무늬를 담고, 자연의 빛으로 식탁을 꾸미고, 밋밋한 벽을 수놓은 조각보. ⓒ 한지숙
갤러리 곳곳에 걸린 작품만큼이나 화사하고 우아한 모습의 동료들. 그들이 특별한 오늘을 위해 물들이고 손질하여 마련했을 화사한 옷차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옷매무새만큼이나 단아하고 우아한 미소가 어느 누구랄 것 없이 입가에 번져났다.

평소 수업 시간에 보던 모습과 사뭇 다른, 뿌듯함과 충만함이 그득하여 우러나올 수 있는 미소. 빗물범벅, 땀범벅으로 번들거렸을 내 모습은 다독거릴 짬도 없이 그들의 환한 웃음에 묻혀 나 또한 그동안의 잡다한 시끌거림을 모두 잊은 채 오랜만에 환한 웃음을 짓는다.

정다운 벗과 차 한 잔 나누며 옛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 사랑방 꾸밈.
정다운 벗과 차 한 잔 나누며 옛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 사랑방 꾸밈. ⓒ 한지숙
염색을 배우다 보면 물들인 원단이 쌓이게 되고 그것을 이용해 보고 싶어 규방공예 등의 바느질에 관심을 갖게 된다. 퀼트나 홈패션 등은 즐겨도 염색에 대해 전혀 모른 채 바느질에 익숙한 사람들도 다양한 원단에 대한 욕심으로 염색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요즘 천연염색에 관한 관심이 다시 높아져 인터넷상의 여러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그들이 즐기는 여러 소품과 다양한 빛깔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감물, 쪽물을 들여 그림을 그려넣은 방석. 기대기도 앉기도 미안할 정도로 곱다.
감물, 쪽물을 들여 그림을 그려넣은 방석. 기대기도 앉기도 미안할 정도로 곱다. ⓒ 한지숙
나는 물을 들이고 그것들을 이용한 의류와 소품을 만들어 선보이는 전시회는 자주 둘러보려고 노력한다. 쪽과 감물, 오배자, 홍화, 괴화, 황련, 치자, 소목 등등 염색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손에 담갔을 염료들의 '빛 잔치'. 그 다양한 염료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좀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을 시키느냐, 작가만의 개성을 얼마나 살려냈느냐가 궁금해 자주 찾는지도 모른다.

아이디어가 돋보여 눈길을 한껏 사로잡은 가방과 다이어리 등 소품.
아이디어가 돋보여 눈길을 한껏 사로잡은 가방과 다이어리 등 소품. ⓒ 한지숙
이번 우리 전시회도 여느 천연염색 전시회의 그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첫날부터 마무리까지 부족함 없이 또 덜고 남음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됐고 회원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정성과 최선을 다해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의류나 소품에 자신 없는 회원은 스카프 수십 장을 매만져 그 몇 배의 가치를 드러냈고, 오랜 시간 반짇고리와 함께 한 회원은 실과 바늘로 이어진 한 땀 한 땀의 고된 세월을 선보였다. 또 만들기에 자신 없어 물들이는 일에만 몰두해 온 회원은 한 가지 염료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온갖 빛깔과 무늬를 자랑하기도 했다.

멋과 실용성을 겸한 한복과 현대의류, 모자들도 선보였다.
멋과 실용성을 겸한 한복과 현대의류, 모자들도 선보였다. ⓒ 한지숙
다른 전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작품들이 특히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가만의 개성이 반짝이는, 소박하고 간단하지만 한눈에 참신하게 느껴지는 창작 아이디어가 그것이다. 나 스스로 지닌 역량이 부족하여 그런 것들에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고민해 왔기 때문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귀한 걸음과 더불어 전시회를 빛내주신 손님들께 뜨거운 가슴으로 고마운 인사를 드리며, 이번 전시에 참여한 회인의 동료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쪽/홍화/치자'의 3색 '꽃빨래'. 나만 가슴 뭉쿨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수북했던 바구니가 텅텅 비었으니.
'쪽/홍화/치자'의 3색 '꽃빨래'. 나만 가슴 뭉쿨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수북했던 바구니가 텅텅 비었으니. ⓒ 한지숙
이번 '천연염색 빛깔 모음전'의 또 하나 이벤트를 기억하고 싶다. 여자 아기로 태어나 여자 아이, 여학생, '여자'로 살아갈 출발점에 서성이게 될 첫 만남, 초경(初經).

그 첫 만남의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자연의 빛깔로 물들인 꽃빨래가 있으니, 이 땅에 뿌리 내리며 살아갈 '여성'으로 성장하는 이 세상 모든 딸아이들에게 보내는 엄마의 사랑이 담긴 엽서, '초경을 맞는 나의 딸에게 꽃빨래를…' 띄운다.

태어날 때의 아이를 만나는 설레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설레임은 어디로 가고 내 젖이 부족해서 모유를 못 먹인 것이, 내가 바빠서, 귀찮아서 천 기저귀를 채워주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고작 2년이었건만 그걸 못해 주었네요. 이제 초경을 맞는 딸아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사랑이 있습니다. 딸아이의 여성 인생 40년 동안을 다 해주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10년간은 해줄 수 있는 사랑이 있습니다. 나의 딸에게 꽃빨래를….

'꽃빨래'에 대하여...
초경을 맞는 나의 딸에게 꽃빨래를

여성이면 누구나 한 달에 7일 정도는 '생리'라는 마법에 걸린다. 초경부터 폐경기까지의 40여 년 동안 대부분의 여성들은 1만1천개 이상의 생리대를 사용하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생리대를 일컬어 '개짐' 또는 '서답'이라고 하였으며, 때로는 월경포, 월경대, 달거리포, 가지미, 개지미라고도 불렀다.

'서답'은 빨래 혹은 빨랫감을 의미한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閨閤叢書)> 청양결(靑襄訣)에 보면 월포를 '조흔 셰답'이라 하였다. 이 '조흔 셰답'을 국문학자 정양완은 '꽃빨래'라는, 무척 아름다운 이름으로 풀이하였다(빙허각 이씨, 규합총서, 보진재, 1999).

꽃빨래의 재료는 질 좋은 광목천이었는데 생리를 부끄러운 것으로 여겼던 그 당시에는 딸이 생리를 시작하면 어머니가 딸에게 몰래 하얀 광목천을 주었다. 그리고 한 번 받은 광목천은 사용 후 계속 몰래 빨아 썼다고 한다. 이는 조선후기를 비롯해 근대 초에까지 계속 이어졌다. 또한 무명과 베를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무명은 무명이되 다 해질 지경이 된 옷을 뜯어 만들거나 올이 고르지 않은 무명을 사용하였고, 오래 사용해 부드러워진 삼베도 사용하였는데 무명보다 오히려 혈흔이 훨씬 쉽게 빠진다는 장점을 가졌다고 한다(조희진, 선비와 피어싱, 동아시아, 2003).

요즘 사용하는 위생 생리대의 역사는 1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킴벌리 클라크는 전쟁 중 면으로 된 병원용 솜이 부족해지자 대용품으로 셀루코튼(cellucotton)이라는 흡수지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었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가 늘어나고 일손이 부족한 형편에서 생리를 맞은 간호사들은 남자들 사이에서 자주 갈아 쓸 수도 없고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는 바쁜 나날이라 천 생리대를 빨아 쓸 여유가 없었다. 고심하던 차에 부드럽고 흡수력이 좋은 셀루코튼 조각을 거즈로 여러 겹 싸서 임시 생리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생리대의 기원이 됐다. 1920년 킴벌리 클라크는 이 점에 착안해 1회용 생리대를 선보였다. 그 첫 제품명이 바로 '코텍스'이다(자료제공 유한킴벌리).

일회용 생리대는 1990년대에 들어가면서 필름 커버가 본격 도입되었고, 소재나 형태, 효과 면에서 더욱 쾌적하고 기능적인 다양한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여성들의 생리 시 불편함을 해방시키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하지만, 여성전문 언론매체 및 연구진은 20∼30년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여성 생식기 질병 증가의 한 원인으로 일회용 생리대의 사용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이것의 제조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회용 생리대는 레이온계 부직포, 화학 흡수제, 폴리프로필렌계 필름, 초지펄프 등을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부직포를 화이트 색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 염소계 표백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가성소다, 과산화수소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이것이 가장 문제시 되는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이옥신의 미량 잔존 여부, 합성 부직포 소각시 다이옥신 발생 등 인체와 환경에 좋지 않다는 보고가 있다.

실제로 탐폰을 표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의 체내 축적으로 독성 쇼크를 일으키는 예가 있다. 여성민우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60%가 일회용 생리대의 후유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려움증, 각종 피부질환, 따가움, 짓무름, 답답함, 통증 등 고충도 다양하다. 생리를 처리하기 위한 생리대 자체가 불편과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요인이 된 것이다(경향신문 2006. 3. 30).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통풍이 잘 안되어 짓무름이 생기고 가렵고 심한 경우는 질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화학펄프와 생리혈의 작용으로 냄새가 더욱 많이 나기도 한다. 따라서 생리대가 여성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연구 조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꿈지모, 2002/여성신문, 2001. 4. 31 등).

포름알데히드(HCHO)의 피해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제품은 합성풀, 아교, 섬유, 피혁, 가죽밴드, 플라스틱 재료, 펄프, 일회용 생리대 등 여러 가지다.

이들 제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을 대상으로 일본노동과학연구소에서 조사한 접촉성피부염의 경우, 습진, 접촉성피부염, 화폐상습진, 만성습진, 지윤성피부염 등 피부염에서부터 폐수종, 비염 등이 발병할 우려가 높다. 호흡기 장해도 유발하는데 쥐 실험의 경우 반수치사농도가 250ppm(4hr), 고양이의 경우 650ppm(8hr)로 나타났다.

포름알데히드의 공기 중 허용량은 5ppm이며, 30ppm에서 이상증세가 나타나며, 치사농도는 250ppm이다. 포름알데히드가 공기 중에 1ppm 이하 존재하더라도 후각으로 감지되며, 2~3ppm이 되면 눈이나 코를 자극한다. 최근에는 발암성 물질로 판정되어 있어서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 '천연염색 빛깔 모음전' 자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연을닮은사람들(www.naturei.net)'과 '경남연합일보(www.gny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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