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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 편
ⓒ i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이 화제다. 평균 1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 다큐는 종영 4일만에 전편 재방송이 결정됐다. 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눈물을 적시는 멜로드라마의 시청률이 저조한 것에 비하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이전까지 다큐멘터리가 리얼리티 추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 비춰보면, <사랑>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리얼드라마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시청률에서 입증되었다. 평균 다큐멘터리 시청률이 10% 미만으로 아무리 해외, 국내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도 그 파장은 굉장히 작았다. 그런데 <사랑>은 총 5회에 걸쳐 방송되면서 시청률 8~13%대를 유지하며 재방송이 빗발쳤고, 4일 만에 MBC측에서 재방송을 결정했다.

이러한 신드롬을 생각해 보면 이번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은 굉장히 이채롭다. 물론 5월은 가정의 달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게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었지만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는 점은 두 가지로 재해석할 수 있다.

눈물을 흘리고 싶었던 시청자!

일단 시청자들은 감성적인 눈물을 흘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엄마의 약속’ 편
ⓒ imbc
골형성 부전증을 앓고 있는 키 120Cm의 윤선아씨의 삶과 일상을 다룬 지난 15일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를 시작으로 대장암 말기로 투병생활을 하다 숨진 고 이준호씨와 아내, 자식간의 사랑을 담은 '안녕, 아빠', 시골마을에서 17년 만에 태어나 21개월 된 아기 선우가 부모인 이종국씨와 어머니 김경옥씨의 자유스러운 육아 때문에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드러낸 '벌랏마을 선우네', 첫딸을 출산한 뒤 위암 말기판정을 받은 안소봉씨의 자식 사랑을 그린 '엄마의 약속', 석회화증으로 온몸이 돌처럼 굳는 병에 걸려서도 시를 쓰는 박진식씨와 그를 돌봐주는 어머니 조순씨의 '돌시인과 어머니' 이야기로 구성했다.

온전히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죽음으로 인해 슬프지만 그것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부부의 사랑, 부모와 자식의 사랑을 담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을 나눈 부부의 이야기 등 일상이 갖는 행복과 우리의 가족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실제로도 방송에서 등장한 가족들의 모습 속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는 진솔함이 묻어나왔다.

결국 슬프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사랑>에 대해 시청자들은 자신의 일로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많은 시청자가 눈물을 닦아내는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팍팍한 일상 속에서 어느 정도 슬픔과 감동에 목이 말랐던 시청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그러한 면에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보다 코믹한 내용으로 웃음을 주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것은 정통멜로 드라마가, 웃음과 눈물을 함께 주는 프로그램들이 철저하게 외면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정통멜로드라마를 표방했던 작품들은 큰 호평을 받았지만 <90일간의 사랑>을 시작으로 철저하게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또한 예능프로그램도 <느낌표>와 웃음과 눈물을 함께 버무려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이마저 식상해져 버린 탓에 종영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저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며 예능프로그램들이 저마다 더욱 자극적으로 구성해 웃음을 주는데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역으로 말하면 시청자들은 웃음보다 눈물을 속으로 원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리얼리티에 눈물을 흘리다!

▲ ‘안녕, 아빠’ 편
ⓒ imbc
하지만 그 눈물은 허구적인 스토리가 아닌 리얼리티를 담은 진솔함이 묻어나오는 스토리를 원했던 것이다. 즉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주는 눈물은 왠지 모르게 진솔하기보다는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아무리 자연스럽게 포장하더라도 그 이야기에 무조건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시청자들로 하여금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한 너무나 흔한 이야기들로 식상한 소재가 되어버려 더는 그러한 허구적인 이야기들에 감동을 받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휴먼다큐멘터리는 차원이 남달랐다.

즉 휴먼다큐멘터리<사랑>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실존 인물이다. 그러한 실존 인물들의 가족의 사랑과 슬픔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쉽게 감정을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기 원했지만 그 이면에 진실한 리얼리티를 원했던 것으로 그들의 모습에 함께 울고,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가족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에 아쉬움도 남는다.

그것은 이러한 가족의 고통을 오로지 가족들이 책임져야 할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들의 불행은 가족이 중심에 서서 해결하고 아파해야 하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사회적인 공공의 책임으로서 복지 부분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게끔 만들 수 있는 소지는 우리가 이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을 보면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랜만에 만나는 진솔함 감동이 묻어나는 휴먼다큐멘터리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휴먼다큐#사랑#가정의달#윤선아#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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