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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모를 옮겨심기 위해 인천에서 내려오신 형수님
고추모를 옮겨심기 위해 인천에서 내려오신 형수님 ⓒ 노태영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예전보다 더 힘드시지만 온 가족이 모일 수 있으니 또 다른 기쁨이 있기도 하다. 부모님이 손수 재배한 무와 배추, 고추 등 각종 양념으로 담근 김장은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 속 모판에 심어 놓은 고추모
비닐하우스 속 모판에 심어 놓은 고추모 ⓒ 노태영
20cm 정도 자란 고추모
20cm 정도 자란 고추모 ⓒ 노태영
그 김장의 시작이 바로 고추모 옮겨심기다. 3월 말경 비닐하우스에 고추씨 모판을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보살피고 정성으로 가꾼 고추모가 20cm 정도 자랐을 때 하나씩 하나씩 밭에 옮겨 심어야 한다.

옮겨 심은 작업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님에게 많은 고추모를 옮겨심는 일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천에 계시는 형님 내외분이 때를 맞추어 시골에 내려오시면 전주에 계시는 큰 누나와 매형, 우리 가족이 합류하여 고추모를 옮겨 심는다.

고추모를 뽑고 계시는 어머니
고추모를 뽑고 계시는 어머니 ⓒ 노태영
작은 고추모를 옮겨 심을 때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우선 고추모가 연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잔뿌리가 많아야 이식한 후에 덜 보대끼기 때문에 고추모를 뽑을 때도 조심스럽게 뽑아야 한다.

고추모가 강한 햇빛에 땅 속에 고개를 처박기 때문에 덜 뜨거운 오전에 일을 끝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잎사귀에 흙이 달라붙어 고추모가 옮겨진 땅에서 뿌리를 내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더디게 크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고추모를 심을 때의 깊이다. 너무 깊게 심으면 고추모 중간이 썩어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 이 빠진 것처럼 보기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추 수확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그리고 너무 얕게 심으면 강한 햇빛에 쉽게 시들어버리거나 바람이 불면 고추모가 넘어져 그대로 말라서 죽을 수도 있다.

고추모를 옮겨 심고 비가 오면 고추모는 금방 땅 맛을 본다. 그러면 고추모는 튼실하게 자라 빨간 고추를 주렁주렁 매달고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고추모 한 그루 한 그루에 물을 주어야 한다. 부모님의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더디게 뿌리를 내리는 고추모를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시선과 마음이 눈에 선하다. 이렇듯 자연의 힘과 섭리에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농사일이다. 천리를 거스르는 짓은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잠시 짬을 내어 맛보는 새참과 막걸리
잠시 짬을 내어 맛보는 새참과 막걸리 ⓒ 노태영
온 가족이 모여서 고추모를 옮기는 일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바로 새참이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새참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텁텁한 막걸리 한잔과 더불어 먹는 신선함 나물 한 입이 입안에서 고소한 향기를 만들어 낸다. 아니 삶의 향기를 만들어 낸다.

형수님이 준비하신 새참은 간단하게 먹기엔 안성맞춤이다. 옆 밭에서 밭을 갈고 계시는 이웃집 형님도 막걸리 한잔에 허기를 때웠다면 흙 묻은 손으로 입술을 쓱 닦으시고 남은 밭을 갈러 가시고, 막걸리 한 잔 더 돌려 드시고 남은 고추모를 심기 위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시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농촌의 정겨움을 본다. 아름다운 인연의 기쁨을 느낀다.

우리 가족의 모임은 '우리 가족의 행복 발전소'라고 할 수 있다. 고추모 심기와 더불어 겨울 김장하기, 그리고 8월 둘째 주 토요일에 갖는 고향집에서의 여름휴가는 우리 가족의 연대와 기쁨을 채워주는 소중한 만남과 소통의 장이다.

고추모를 옮겨심기 전 밭 이랑
고추모를 옮겨심기 전 밭 이랑 ⓒ 노태영
고추모를 옮겨 심어 놓은 아름다운 고추밭
고추모를 옮겨 심어 놓은 아름다운 고추밭 ⓒ 노태영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고추모#가족#김장#겨울맞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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