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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조,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
이동조,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 ⓒ 도서출판 답게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는 언론 기자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누비는 우리 시대 기자 17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쟁지역 전문기자 정문태부터 <문화일보> 기자로 활동했던 도올 김용옥까지, 그리고 <워싱턴> 편집부국장 밥 우드워드에서 <중국의 붉은별> 저자 에드가 스노우까지. 책은 우리 시대 다양한 언론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용기 있게 취재하라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의 17인 기자 중, 무엇보다 필자의 관심을 끈 사람은 프리랜서 종군기자 정문태였다. 그에 대한 글을 읽고 있자면 프리랜서 종군기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비극의 땅 르완다에서도 정문태는 취재활동을 펼쳤다. 그곳은 단 석 달간의 내전으로 1백여만 명에 이르는 인명이 목숨을 잃고 2백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지역이다. 그는 낯선 이국 땅의 전장에서 충격적인 전쟁 보고서를 국내 시청자들에게 최초로 들려주었다." (책 33쪽)

대한민국 언론에서 '전문 종군기자'란 분야 자체가 생소하다. 어렵고 험한 일이기에 종군기자를 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구도 종군기지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분쟁지역에 관한 제대로 된 기사를 읽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현장을 누비며 생생한 현장을 담아내는 그의 기사는 사막에 내린 빗물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적셔준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보도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전진하는 용기는 필자에게도 아주 특별한 감명을 주었다. 용기 있게 취재하라 이 말은 책 속의 그가 우리에게 전해준 기자의 참모습이다.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하라

MBC 김은혜 기자의 이야기도 특별했다. 필자는 예전에 필자는 김은혜 기자의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그녀의 기자 정신에 크게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감동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전해들었다. 바로 그녀의 취재정신, 기자로서의 꿈에 대해서다.

"단 한 줄이라도 다른 기자들보다 더 사실에 가까운 취재를 할 수 있다면 기자들은 그것으로 낙을 삼는다. 몸은 고되고 때로는 위험에 처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기자만의 '알아낼 의무자의자 알고 나서의 즐거움'이라는 자신의 말을 가장 잘 실천한 보도자였다고 한다." (책 140쪽)

그녀는 다른 대기자들처럼 거창한 꿈이 가진 게 아니었다. 순간순간 진실보도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꿈은 어떤 거창한 꿈보다도 아름다웠다.

뉴스 앵커를 맡았었기에 '스타기자'라는 이름도 어색하지 않는 그녀, 하지만 그 겉으로 보이는 이면에 그녀의 기자 정신은 그녀를 단지 스타기자가 아닌 진짜 기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기자 정신은 사람들에게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각도에서 인터뷰하라

인터뷰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황경신 기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월간 <페이퍼> 편집장인 그녀는 아주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특별한 인터뷰라는 것은 다큐멘터리 식으로 만날 때부터 헤어질 때까지를 전부 담아내는 것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인터뷰 기법은 일종의 '다큐멘터리식 인터뷰'라고 할 수 있다. 취재원과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고 글 또한 영화를 찍듯 만남에서 헤어짐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쓰여진 색다른 인터뷰 기사는 어렵고 딱딱한 다른 언론의 인터뷰와는 달리 여고생이나 젊은 감각의 독자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했다." (책 124쪽)

황경신의 다큐멘터리 인터뷰는 단지 독특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인터뷰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사를 통해 질문들이 독자들의 욕구를 채워졌기 때문이다.

철저히 준비한다는 것, 이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아주 중요했다. 많은 기자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준비 부족의 기자들에게 황경신 인터뷰의 인기는 자극이 될 만하다. 똑같은 인터뷰 기사라도 준비 여하에 따라 세상을 바꿀 수도 있고, 세상의 허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모험하라, 도전하라

중국에 온 서양 언론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에드가 스노우. 그는 중국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였다. 그리고 그 관심은 중국 특파원이라는 자신의 직업으로 완성되고 만들어졌다.

"당시 중국은 그야말로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일본의 침략에 시달리는 장제스와 국민당은 대륙 연안에 있는 여러 성의 방위에 골몰한 나머지, 농촌 지역에서 일어나는 혁명적인 변화에 거의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책 199쪽)

당시 시대는 국민당에 반기를 든 모택동, 그를 위시한 중국 공산당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때였다. 에드가 스노우는 기사를 써야했다. 하지만 당시, 기사를 쓰기에는 모든 것의 실체가 불확실했다. 단지 소문을 통해서, 그리고 입을 통해서 사건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당시 기자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주로 퍼져있는 말들을 모아 기사에 써내는 것뿐이었다.

"1936년 당시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홍비로 알려져 있었다. 서구의 관찰자 가운데 이들의 지도층과 직접 접촉했거나 외부 세계에 그들에 관해 보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때이기도 하자. 홍비들은 그저 소문에 의해 혁명가가 됐다가 살인마가 됐다가 좀도둑이 되기도 했다." (책 199쪽)

하지만 에드가 스노우는 이런 실체를 가까이에서 밝히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중대한 결심을 한다. 바로 모택동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당시는 모택동, 또 홍비에 대한 소문만이 무성하던 때였다. 그렇기에 목숨의 보전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에드가 스노우는 취재를 위해 그 어려운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실행한다. 마침내 이루어낸다.

에드가 스노우의 모험과 도전정신은 결국 빛을 만들어 냈다. 오랜 취재를 바탕으로 <중국의 붉은별>이라는 로포르타쥬 책을 써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붉은별>은 오늘날 중국의 역사를 바꿨다고 평가된다. 그만큼 정확하고도 상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으로 가라! 눈을 떠라! 두 귀를 열어라! 말하라!"

비단 에드가 스노우뿐만이 아니다. 모든 기자들, 그들이 갖고 있는 도전정신과 꿈은 아름답다.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는 그 아름다운 열정을 가진 17인 기자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 - 패러다임 전환기에 바라본 우리시대 기자 이야기

이동조 지음, 답게(2005)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기자#도서출판 답게#종근기자 정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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