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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너르족들은 목책주위를 두세 겹으로 에워싼 채 도발을 해왔다.

"야 이 겁쟁이들아! 어서 나와 결판을 내자!"

"똥무더기 위의 구더기 같은 두레족 놈들아! 어서 그 위에서 기어 나와 우리와 엉겨보자꾸나!"

목책위에서도 지지 않고 욕으로 맞섰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이리로 올라와 보거라 이 버러지 같은 놈들아!"

"더러운 놈들 어디 덤빌 테면 덤벼보아라!"

한참을 오가던 욕설은 먼저 너르족 쪽에서 조금씩 잦아들더니 곧 조용해졌다. 그리고 너르족들의 가운데가 좍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수걸이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수걸은 전날 밤의 간결한 차림과는 달리 얼굴에는 붉은 흙을 바르고 표범 가죽을 두른 채 머리에는 수꿩 깃털을 꽂은 두건을 쓰고 있었다.

"두레마을의 우두머리는 나오시오! 어서 나오시오!"

우렁찬 수걸의 말소리에 그대까지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던 두레마을 쪽도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곧 하달이 목책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수설을 내려다보며 힘차게 대답했다.

"너르족의 어린 수장은 무슨 일로 날 불렀는가?"

하달의 말투는 조금은 빈정대는 것 같았지만 수걸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았다.

"간밤에 못 다한 얘기를 좀 더 할까 하오."

두레마을 사람들은 그 말에 조금 웅성이기 시작했다. 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달은 단호하게 그 말을 눌러 버렸다.

"무슨 말이건 더 할 것이 없네! 그대들은 우리 두레 마을에 결코 들어 올 수 없네! 우리가 원하는 건 그대들이 원래 살던 곳으로 순순히 돌아가는 것일 뿐이네!"

수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크게 소리쳤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시답잖은 목책을 넘어 너희 모두를 죽이고 약탈해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하달은 크게 노해서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어디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해보려무나!"

수걸이 손을 번쩍 들자 커다란 나무방패를 든 너르족의 병사들이 천천히 목책 앞으로 걸어왔고 그 뒤로 사다리를 든 장정들과 자루 긴 돌도끼를 치켜든 병사들이 따라나섰다. 겁을 집어먹은 두레마을 장정들이 활을 치켜들고 지레 쏘려 하자 하달은 크게 소리쳤다.

"내 명령이 있기 전까지 쏘지 마라!"

너르족의 한발 한발 전진을 바짝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던 두레마을 장정들은 피가 마를 지경이었지만 하달의 명령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나무방패를 든 너르족의 병사들이 목책 아래까지 거의 다다르자 하달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활을 쏴라!"

목책위에서 화살이 쏟아지자 방패를 든 너르족의 장정들은 일제히 이를 막았다. 화살이 둔탁하게 나무에 박히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머뭇거리지 마라! 앞으로 나가라!"

목책위에서 쏟아지는 화살은 너르족의 전진을 더디게 만들긴 했지만 방패로 인해 그다지 피해를 못주고 있었다. 마침내 목책까지 다다른 너르족은 긴 사다리를 목책위에 걸치기 시작했다.

"돌과 장대 앞으로! 사다리를 밀어버리고 돌을 떨어트려라!"

끝이 갈라진 장대를 든 두레마을 장정들이 사다리를 밀어 버리고 위에서는 돌이 떨어트리자 너르족은 더 이상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리저리 떨어져 내리는 돌로 인해 너르족쪽에서는 급기야 부상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활과 창, 돌 앞으로!"

수걸이 소리치자 활을 든 한때의 너르족 병사와 가죽에 돌을 감아 돌리는 병사들, 그리고 짧은 창을 든 병사들이 각각 무리를 지어 신속하게 목책으로 전진했다.

"저기 저놈들을 향해 화살과 돌을 날려라!"

목책 아래의 상황에 신경을 쓰느라 뒤늦게 이를 본 하달이 소리쳤지만 먼저 공격을 가한 쪽은 너르족들이었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결전#연재소설#너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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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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