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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1조 1항을 아십니까?
우리나라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능력이란 교육 받을 당사자의 수학능력이 아니라 경제적 능력을 말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계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등록금이 없어서 교육받을 기회를 잃어버렸다면 어떠시겠습니까? 혹은 당신이나 주변의 가족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훌륭한 사회의 재목이 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능력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결국 사회적 불만을 가진 사람으로 남는다면 어떻겠습니까?

그건 개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사회적 문제입니다.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권리이자 그 권리가 균등하게 배분되고 보장되어야 하지만 대한민국의 사정은 그러하지 못하고 또한 국가가 그것을 100% 충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런 와중에서 평생토록 어렵게 모은 재산을 대학에 장학금으로 쾌척한 사실은 우리들에게 많은 감동을 줍니다.

평생 홀로 지내온 74세의 조명덕 할머니가 한정식 식당을 하며 어렵게 번 20여억원을 한국외국어대학교에 기부했습니다. 조 할머니가 한국외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작고한 이강혁 전 총장의 법률 자문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전 총장의 자문에 보답할 길을 찾던 할머니는 지난 1993년부터 남몰래 법대 학생들의 학비를 대기 시작했고 의지가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4~5명을 졸업할 때까지 지원해 오던 할머니는 1999년 3억원을 내놓고 기금을 만들어 '조명덕장학금'을 운영했습니다. 지금껏 장학금 지원을 받아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9명에 이른다는 소식입니다. 조명덕 할머니는 '항상 가난해서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이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고 합니다.

또한 4년여에 걸쳐 62억여원을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기부한 '얼굴 없는 천사' 61세의 이남림씨도 있습니다. 지난 해 1월 방송국에 보낸 편지에서 '제 자신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기에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감수해야할 심적 고충의 깊이를 공감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려 노력했습니다만 아직도 더 큰 도움이 되지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 해서 세인들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언론의 취재를 한사코 거부했던 이씨는 "기부문화가 전파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취재에 응했고.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라며 사진촬영은 한사코 거부했답니다.

이 분들 외에도 사회에는 수많은 숨은 천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김밥할머니, 떡장수할머니, 삯바느질 아주머니들이 자신들조차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평생을 힘들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회의 고마움에 대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환원하여 보답한다는 사실이고 또한 그 선행에 대해서 알려지길 꺼려한다는 점입니다.

참으로 세상에 나눌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구나 싶어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면서도 이 나라의 기부는 어렵게 살아 온 사람들이 다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집니다.

세계 경제규모 12위인 대한민국!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분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복지수준 120위의 대한민국. 이러한 기형적인 사회 공백을 숨은 천사들에 의해 조금씩 메워지고 있습니다만 그 절대적인 공백은 여전히 크게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식사를 거르며 방학을 오히려 걱정해야만 하는 결식아동들이 우리나라에는 20만명이나 있습니다. 난치병 때문에 고통 받으면서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그러면서 죽어가야만 하는 학생들이 전국에 수천 명에 달합니다.

그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기부문화 확산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 기부문화가 더 이상 서민들의 품앗이가 아니라 거대자본에 의한 떳떳한 사회 환원 차원에서의 기부문화가 절실합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기부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에게도 재벌들의 고액기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얼마 전에도 현대 기아차의 정몽구 회장이 1조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으며, 작년 언젠가 삼성가에서는 8천억대의 재산을 내놓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부행위가 그 금액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그 기부 행위가 그 기업들이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직후거나 총수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속되는 마당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급부를 바라는 기부는 기부가 아니며 그런 행위들이 면죄부의 대가로 활용되어서는 더더욱 안될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6-70년대 경제 고도 성장기 동안 경공업부분의 저가 노동력 창출을 위해 정책적으로 농촌을 파괴시켰고, 많은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원가경쟁력으로 인해 수출이 증대되었으며, 산업화 시기에 일어나는 자본집중으로 현재의 거대자본이 생성되었다고 볼 때, 현재의 재벌들이 감사하고 보답해야 할 대상은 가난의 세습을 통해 지금도 고통 받고 살아가고 있는 당시의 자손들이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재벌들의 기부는 반대급부를 바라거나 생색을 낼 일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빌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은 외국 재벌들의 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며.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라며 자신이 일군 기업을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을 떠난 고 유일한 회장이 가진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범을 되새길 필요가 있으며 고 유일한 회장의 본을 받기는 힘들더라도 할머니들의 반만이라도 본받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야 도움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일생을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 모은 돈을 자신이 쓰지 않고 모은 김밥 할머니의 돈을 받기보다는 삼성이나 현대 같은 부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속이 편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도움을 주실 분들은 080-000-0000 지금 바로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전 재산 29만원 중에서 우수리 떼고 20만원을 기부하시겠다고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디 사시는 누구십니까?
(뚝~ 뚝~ 뚝~)
여보세요?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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