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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직장생활 10년차를 넘어섰다. 타고난 성정 자체가 무엇인가에 얽매이기 싫어함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무튼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오래한 셈이다(물론 30∼40년 이상 하신 대선배들 앞에서는 번데기 앞에 주름잡는 격이다). 이 모든 것이 주위의 선후배들과 동료들 덕택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직장생활을 10년 하다 보니 나름대로 눈치껏 코치껏 흔히 말하는 '감'이 온다. 어떤 '감'?
한 마디로 돈 되는 직장과 그렇지 않은 직장이 대충 보인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연봉 1억원짜리 직장과 연봉 2천만원짜리 직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일 게다. 연봉 2억원어치 스트레스와 1년 후 실직자 신세의 비전 없음은 제외하고 말이다.
햇병아리 기자 시절, 이른바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후배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발 '기자' 하지 마라! 난 기자한다는 후배 있으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당연히 그랬으리라.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그렇게도 큰 법, 모든 것이 마음먹기 나름임에도 춥고 배고프고 피곤한 사회부 기자생활은 그다지 밝은 전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예상대로 기자라는 타이틀로 어깨에 힘주는 시절은 호랑이 담배 먹던 옛날이 되어버렸고 '모든 시민과 네티즌, 모티즌은 기자가 되는' 세상이 왔다! 신문사는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이는 시절이 되었으니,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 운운'하며 작금에는 개개인의 경쟁력 강화를 구호처럼 외치게 되었다. 어쩌랴! 선택에는 그만한 책임과 대가가 뒤따르는 법이다.
성장산업과 사양산업을 구분하라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누면 복잡한 문제도 단순해진다. 그만큼 해법도 쉽게 나온다. 직업의 선택 또한 그러하다. 자신이 지닌 탁월한 능력과 타고난 재주가 없을지언정 졸업을 앞둔 청춘들의 고민 1순위는 취업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가?
<성공하는 기업의 10가지 원칙> <망하는 기업의 100가지 법칙> <30대 직장인이 반드시 해야할 101가지 조건>…, 그럭저럭 팔리는 경제 경영서적의 제목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성공하거나 연봉이 휘청 오르지는 않는다. 이론과 실전의 차이는 그림의 떡과 내 입안의 떡의 차이이다.
짧은(?) 직장생활 경험으로 보건대 '성장산업'을 선택하면 직장생활의 만족도는 99.9%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사양산업'을 선택한다면 차라리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의 직장생활이 그러하듯이 첫 직장이 어디냐에 따라 앞으로의 연봉상한액은 대충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 '사양산업'에서 배울 것은 패배감과 암울한 미래뿐, 이미 망해버린 회사의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닐 것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대학원 진학이 차선책이다.
그렇다면 성장산업이란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경제지의 증권면을 펼쳐보라. 향후 5∼10년 이내에 가장 주목받을 산업이 어디인지 정답이 제시될 것이다. 그 다음, 이 성장산업에서 내가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면 직장선택의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아뿔싸! 그렇다고 성장산업만 쫓아다닌다 해서 연봉 1억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산업 내부에서도 핵심기술과 역량의 근접권 안에 있어야 경력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않는다면야, '해바라기'로 낙인찍히기에 딱이다. 아마도 면접관은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이직 사유가 뭡니까?"
"……."(뭐긴 뭐야? 돈이지! 알면서 묻긴…)
닭 머리보다는 용 꼬리가 되라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시간은 없다", "일은 죽어라 하고 연봉은 쥐꼬리다", "승진은 빠르지만 연봉은 항상 제자리", "승진은커녕 매년 연봉 삭감이다" …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시스템 인프라와 교육지원체계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은 신입사원의 업무역량을 체계적으로 기를만한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일을 죽어라 시키지만, 합리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의 작동이 취약하기 때문에 때론 삽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조직이 커질만 하면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기 일쑤다. 직장 연차가 올라갈수록 대기업(중소기업의 모기업이나 발주업체)과 임금격차, 업무역량의 간극은 벌어진다.
대기업 동기는 일 년에 몇 백억원을 주무르지만, 중소기업 직원은 몇 백만원 결재에도 골머리 앓는다. 결국 일개 사원으로 입사했다가 일개 사원으로 머무는 경우가 태반이다.
브랜드가 활개치는 세상이다. 제품 품질은 비슷하지만, 소비자들은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 브랜드가 안겨주는 신뢰감 때문이다. 기업경영진의 인재 선호스타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왕이면 대기업출신을 중책에 선임한다. 긴가민가 하는 중소기업 출신자들은 찬밥신세를 좀체 면하기 힘들다. 물론 자기 사람인 경우에는 사정이 180도 다르다. 업무능력과는 상관없이 '충성도'야 말로 대기업 브랜드를 능가할만한 덕목이다.
'사'자가 아니라면 영업으로 승부하라
대한민국에 자본 없이 맨몸뚱아리로 이룰 수 있는 그럴 듯한 직업은 의사, 판사, 교사… 대개가 '사' 돌림이다. '사' 돌림의 최종판은 사장이긴 하지만.^^
이런 직업의 특징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혹은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획득할 수 없는 직업이다. 지독히 운이 좋은 경우도 포함된다. 막말로 한국경제가 무너지더라도 최후까지 생존할 수 있는 '철밥통'이라 할 수 있다.
'사'자 돌림 외에도 안정적인 직업들 또한 무수히 존재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만큼 그에 따른 보상 또한 큰 변동이 없다. 그렇다고 자동차영업사원, 제약회사 영업사원, 보험회사 영업사원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만난 국내주요출판사 기획위원은 기획영업직이다. 국내출판계에서 1만원짜리 책 10만부를 팔았을 경우에는 대박이다. 저자가 인세 10%(1억원)를 가져간다고 했을 때 저자를 섭외한 기획위원은 그 이상의 금액을 가져간다고 봐야 한다. 중요 포인트는 '대박 필자의 발굴능력'이다. 1년에 한 권만 팔릴만한 책을 기획해보라. 출퇴근시간의 제약이 없고,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기면서 생활의 안정을 누릴 수 있다.
영업이 안 된다면 기획으로 밀어붙여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업무가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업무, 예를 들면 서류 기안, 사무실 청소, 자료 복사, 커피 심부름 등은 사지 멀쩡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성장잠재력 측면에서 보자면 서류 기안과 자료 복사는 직장인이 거쳐야 할 필수 코스이기는 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 업무를 대하는 자세에서 그릇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기업조직은 '기획력'이 강하다. 기획은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이것을 이렇게 바꿔볼까, 저렇게 바꿔볼까, 업무방식을 A에서 B로 해보면 어떨까, 회의진행은 최소한의 참석인원으로 최대한 신속히 하면 어떨까. 너나없이 기획 아이디어를 하나씩 제출해 탄탄하게 실행을 한다면 세상에 망할 기업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매년 초가 되면 부인과 연봉협상을 하는 선배가 있다. 올해에는 얼마를 벌어다 줄지 부인과 협의하는 것이다. 올해에는 5천만원을 벌어다 주겠다면 반드시 그것을 엄수한다. 5천만원 이외에 가외소득은 자기개발을 위해 전액 투자한다.
이 선배의 직업은? 이른바 '기업 컨설턴트'다.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자신의 실패경험을 기업체 임직원들에게 전수한다. 임직원들과 친분관계는 자연스레 사업기회로 이어진다. 자신의 자본이 없더라도 자본 있는 지면을 동원, 사업을 성사시킨다.
직장인의 인생기획력은 어떠해야 할까? 출퇴근시간을 꼬박꼬박 지키는 것은 직장인의 기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최종 지향점을 아는 것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10년 뒤에 내 모습을 마음 속에 각인시킨다. 직장상사의 잔소리와 지시사항이 귀찮고 귀에 거슬리겠지만, 비전이 있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팔자와 능력에 맞게 살아라
국내 굴지의 경제연구소의 간부로 재직 중인 선배는 퇴근 후 '문학강의'를 듣는다. 왜냐고? 단지 그것이 하고 싶을 뿐이다. 아직 4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배터리가 방전될 만큼 되었을 뿐만 아니라 AS 공장에서 종합점검을 받아야' 하는 지점에 와 있다고 되뇐다. 하긴 자동차 10만Km를 뛰기 위해서는 수차례 AS를 받아야 한다. 차체가 튼튼한 SUV도 있을 테지만, 처음부터 경차로 만들어졌거나 태어날 때부터 중고차인 사람도 있다.
빤한 소리지만, '평양감사도 자기 싫으면 그만'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왠지 끌리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혹시 아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 어느 날 갑자기 코스닥에 상장된다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혹은 차세대성장산업에 선정될지….
'관상과 사주팔자에 따라 십중팔구 직업이 정해진다'고 나는 믿는다. 대한민국 모든 취업준비생은 심리치료 겸해서 관상과 사주팔자를 한 번씩은 짚어보길 바란다. 그렇게 큰 돈이 들지 않을 뿐더러 예상치 못한 가외의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그게 뭔지는 가 보면 안다.
모든 사람이 1등을 할 수는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연봉 1억원을 벌 수는 없다. 누군가는 1등을 하면 꼴찌가 있는 것처럼 연봉 1억원이 있으면 연봉 1천만원짜리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연봉 1억원이 행복하는가? 억 단위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있는 어느 방송사 친구는 돈을 더 벌기 위해 다단계사업에 뛰어들었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나? 어쨌다나?
직업은 직장경력을 통해 완성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다못해 점심 메뉴선정부터 퇴근길 노선까지 선택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고 미래가 달라진다. 언제 어느 곳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 전반이 역전되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 백수생활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 백수생활의 암담함과 정처없음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특히나 백수의 월요병이란…. 직장이 사회생활의 동물인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직업은 직장경력을 통해 완성된다. 직장경력은 하루하루 선택을 통해 만들어진다. 없던 능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리 만무할 터이고, 차분차분 튼실히 쌓아갈지니….
연봉 1억원의 희망보다는 직업과 직장이 만들어가는 인간관계와 성취감, 때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부대끼는 삶이 우리네 인생의미가 아닐까?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면서∼
두 다리 쭉 펴면 고향의 안방∼
삼겹살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털면서 내일을 기약하는 것,
노동자가 지닐 수 있는 또 다른 권리이자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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