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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부산남고
ⓒ 강정호
'전인교육'은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합의하는 교육의 본질적 이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공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목표를 전인교육에 두면서도 국가 정책의 홍보와 교육의 도구화에 치우쳐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리고 주입식 교육과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에 따라 학원폭력의 문제, 대학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들러리 인생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교육상황, 시대에 뒤떨어진 일률적 주입식 형태의 교육, 공교육에 대한 거부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조기 유학 문제가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개방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 자녀들의 교육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는 예측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한 새로운 교육, 즉 대안이 될 수 있는 교육이 등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지식의 단순암기와 전달교육 등 입시 위주교육에서 벗어나 전인교육의 실현과 고교교육의 혁신을 지향하는 '개방형 자율학교' 4곳이 올해부터 2010년까지 시범 운영된다.

개방형 자율학교란 '공영형 혁신학교'의 새 이름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운영비를 지원해 교육·문화·예술·종교 등 민간단체와 대학의 공모 교장에게 교육과정과 교원 인사 등 학교 운영에 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학교를 말한다.

이에 새로운 교육의 하나인 개방형 자율학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전국 4곳 시범학교 중 영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이 되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산남고를 방문, 박경옥 교장을 만나보았다.

▲ 박경옥 교장
-부산남고가 전국 4곳의 개방형 자율학교 중 하나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부산남고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역의 명문학교였다. 그러나 부산에서 영도라는 지역이 경제적으로 계속 열악해지면서 사회적, 문화적 환경도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당연 교육환경도 열악해지면서 아이들은 영도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되고, 교사들은 근무를 기피하게 되는 등. 개방형 자율학교의 도입 취지에 맞게 현재 학교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의 새바람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곳이었기에 선정이 되었다고 본다."

-부산남고가 개방형 자율학교로 선정된 것과 더불어 공모를 통해 초대 개방형 자율학교의 교장으로 부임했다. 초대 개방형 자율학교의 교장으로서 추구하는 교육철학 및 경영관은 무엇인가.
"개방형 자율학교는 지덕체를 겸비한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그래서 나는 학생이 중심이 된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 성장기에 처한 학생들이 부족함이 많다하더라도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올바르고 능력있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조력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점잖은 교장보다 리더로서의 교장이 되고자 한다. 학교 공동체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현장에서 몸소 실천하여 자발적인 참여와 의견을 통한 공동체 문화, 열린학교 문화로 바꾸어내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학교장으로서의 나는 교사가 다른 생각 없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 지원, 연구활동 지원에 노력해오고 있다."

▲ 동아리 아트피직스 활동 광경
ⓒ 강정호
-개방형 자율학교로 선정된 후 지원현황은 어떠하며, 부산남고의 운영체계 및 교육 프로그램 등과 관련하여 이전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가.
"교수, 학습방법의 혁신을 모색하였다. 하여 일반 인문계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외부 강사 초청 특강을 매주 열고, 애니메이션을 통한 심성훈련, 지역민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부진학생의 경우에는 한국해양대학교와 멘터링 협약을 통한 방과후 수업, 우수학생들은 심화학습 동아리 활동 등으로 학력신장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포항공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을 직접 방문해서 견학도 할 예정이다.

운영과 관련해서는 참여와 자율을 바탕으로 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고 있다. 교장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정해서 교사들에게 지침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발전과 아이들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함께 고민, 토의와 논의를 거쳐 공통의 합의 도출로 모든 사항을 결정하려 한다. 나도 사실 개방형 자율학교의 초대 교장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너무 급히 무리하게 진행하다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조금씩 천천히 100%만족보다는 7-80%만족한 공통의 합의가 나오면 나도 거기에 맞춰서 가고 있는 중이다."

▲ 화학반 활동
ⓒ 강정호
-앞으로의 임기가 올 해부터 4년간이다. 개방형 자율학교 시행 첫 해 부산남고의 책임자로서 가지고 있는 포부,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학교가 전국에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제일 행복한 학교로 만들고 싶다. 전인교육의 요람인 학교로 옛 명성을 부활시켜 교육으로 영도 지역사회에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내가 복이 많아서인지 다행히도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새로이 전인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부임해오셨고, 기존의 선생님들도 시간이 갈수록 너무 열심히 해주시고 계셔서 실현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순박하고 이쁜 우리 학생들의 달라진 눈빛, 아이들이 수업시간이 제일 좋다고 할 때, 이제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죄송해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교육의 보람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박교장의 바람대로 개방형 자율학교의 취지와 도입으로 우리 교육 현실-경쟁에서의 승리, 편리함, 성공과 출세, 물질적 풍요-이 아닌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협력과 조화, 인간 삶의 정체성 확립, 지덕체(智德體)의 조화로운 발달이라는 가치를 더 중시하면서 교육의 본질적 이념인 전인교육의 새 지평을 개척해 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방형 자율학교#공영형 혁신학교#부산남고#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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