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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
대형교회 ⓒ 하승창

미국의 한인들에게 교회란 특별한 공간이다. 신앙생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말이다.

이 곳 뉴욕 뉴저지 일대 한인 인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적게는 20만명에서 많게는 30만명 정도를 헤아린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시민권자라든지, 영주권자 등으로 미국에서 정착하여 살고 있는 사람의 인구는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견해다. 유권자 등록 운동을 하고 있는 청년학교 멤버들에 의하면 자신들의 추론으로는 실제 15만명 정도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이 일대에 한인 교회는 수백 개에 이른다. 박성모 목사는 지난 주 길벗 교회 창립 16주년 예배에서 700~800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얼마 전 미주 <한국일보> 보도에 의하면 미국 내에는 3711개의 한인교회가 있으며, 그 중 31%는 캘리포니아에 있고, 600여개는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박 목사의 말이 그리 어긋난 것은 아닌 것이다. 40여 년전 자신이 처음 뉴저지에서 목회를 시작하던 당시 40여개 정도였던 한인 교회가 그동안 15배 늘어난 것이다.

이민자들이 제일 처음 찾는 곳은?

한인교회의 성장은 이민사회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 1965년 이민법 이후 아시안 이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인 이민자 사회도 커져 갔고 그에 따라 교회도 성장해 간 셈이다. 한인 이민 사회에서 교회가 이렇게 성장한 배경은 그간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제일 처음 찾는 곳은 한인 교회라고 한다. 교회가 크거나 작거나 할 것 없이, 말이 통하고 경험이 많은 한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거나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어느 이민자 사회든 초기엔 자신들의 민족 또는 인종과 함께 움직인다는 것은 연구결과로도 나와 있다. 한인 사회는 그 매개가 주로 교회라는 것이다.

이런 경향에 따라 큰 교회들이 나타났다. 뉴저지 일대에도 수백명에서 천여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다니는 한인 대형교회들이 있다. 대부분의 교회는 신자 수 20~30여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박성모 목사의 말인데, 일부 교회는 예외인 셈이다.

뉴저지 연합교회·뉴저지장로교회·뉴저지 초대교회 등이 이 곳에서는 대형교회에 속한다.

이민자들이 큰 교회를 찾는 이유는 영어에 익숙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보다 정착하는 데 체계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고, 미국 주류 사회에 진입해 들어가기 어려운 까닭에 쉽게 한인 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지속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으며, 혹 적응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적지 않은 힘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 프로그램도 당연히 이민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요일 하루는 많은 시간을 교회에서 온 가족이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작은 교회는 체계적이거나 네트워크가 넓지는 않지만 훨씬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좀 더 헌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작은 교회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한인 사회에 관한 웬만한 정보는 크거나 작거나 교회를 매개로 유통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인 사회가 돈을 벌어서 자신과 가족의 성공과 안위에만 열중해 온 탓에 다른 인종들로부터 좋지 않은 눈길을 받거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점을 의식한 탓인지 과거보다 소외된 사람을 돕기 위한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그 매개가 되는 것도 역시 교회다.

대형교회, 보수적 한인사회의 토대 만든다

길벗교회.
길벗교회. ⓒ 하승창
길벗교회처럼 작은 교회도 많지 않은 돈이지만 제3세계를 돕는 교단의 모금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다. 연합교회처럼 아름다운 재단같은 곳에 기부하는 곳도 있고, 초대교회같은 큰 교회는 주일이면 교회에서 각종 모금을 위한 활동도 벌어진다. 큰 교회들은 본격적인 정치활동은 아니지만 비슷한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은 한인의 정치력 신장을 위한 유권자 등록운동이나 위안부결의안 관련 서명운동도 하지만, '조갑제 초청 강연'처럼 한국 내 정치 상황과 관련한 보수적인 움직임도 이런 교회들을 통해 이루어지곤 한다.

미국 내 한인사회의 보수적 분위기의 토대는 바로 한인 교회들이기도 하다. 지난해 뉴욕·뉴저지 일대에서 3회에 걸쳐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의 '시국강연'이 있었다. 미국 내 한인 교회들의 정치적 보수성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것은 비밀스런 이야기도 아니다.

70년대에는 한인교회 일부가 반독재민주화투쟁에 일정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교회는 떠나 온 고국을 이어주는 매개이기도 하다. 여하간 이처럼 미국에서 한인 교회란 한인 사회에서 신앙 이상의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 중의 하나가 기독교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2002년과 2003년 사이의 각종 여론조사 의하면 자신을 교회의 신자라고 한 사람이 63~66%이고 매주 교회에 한 번 이상 정기적으로 나가는 사람이 29~37%, 매주 나가는 사람이 8~14%(인구의 절반 가까이는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고 있는 셈이다), 58~60%가 하루 한 번 이상 기도를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교회에 나가고 신을 믿는 것은 일상생활인 것이다.

그런데 한인 이민자가 아닌 미국 사람들의 눈에는 자신들과 동일한 일상을 추구하는 한인교회의 모습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는 모양이다. 미국도 대도시에는 큰 교회들이 있지만 대개는 마을 단위의 교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한인 대형교회의 모습이 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일요일이면 조용한 마을에 몰려드는 차량으로 교회일대는 주차하기 어렵다. 큰 교회들이 주차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자란다. 예배공간도 모자라서 인근의 학교 같은 공공건물과 협상을 해보지만 쉽지는 않다.

시에서는 자신들에게 세금도 내지 않는 사람들이 일요일마다 몰려들어서, 교통정리를 위해 추가로 경찰을 배치해야 하니까 지역주민도 아닌 외지인들을 위해 세금을 쓰는 꼴이라 눈길이 반드시 곱지만은 않다. 이들의 눈에는 일요일이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가 아닌 곳으로 찾아드는 이민자 사회의 독특한 교류와 구성이 쉽게 이해될 리 만무하다.

한인교회가 나아갈 길

소형 교회.
소형 교회. ⓒ 하승창
한인 사회에서 교회의 성장은 한인 이민자 사회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지만 동시에 교회가 한인 이민자 사회의 성장에 끼친 영향도 크다. 그만큼 미국에서 한인 교회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한인 교회들이 이민자들의 정착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압도적인 보수적 분위기와 만성적인 교회분열, 자신이 사는 마을과 도시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기보다 한인사회에만 매달리게 되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반대로 한인교회가 한인사회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비추어 보면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한인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미주 한인들이 한인 교회라는 자산을 어떻게 가꾸고 변화시켜 나가는가에 따라 미국 내에서 한인 사회의 위치도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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