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0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30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 서울디지털포럼 2007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는 부시 대통령인가, 에릭 슈미트 회장인가."

객석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질문을 던졌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그 두 이름을 한 문장에서 듣기는 처음"이라며 웃었다. 객석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30일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SBS 주최)에서 슈미트 회장이 특별연설을 마친 뒤 질의응답 시간에 오간 대화의 한 토막이다.

매월 약 5억명이 접속하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 검색 웹페이지 80억개, 검색이미지 10억개, 전 세계에 걸쳐 158개의 도메인을 가지고 36개의 다양한 언어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창립 10년이 채 안 돼 브랜드가치 1위를 차지한 그 엄청난 영향력 때문에 '구글 쇼크'란 용어와 함께 "전 세계가 이제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아니라 구글라이제이션(Googlization)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 '구글 쇼크'의 주역 중 한 명인 에릭 슈미트 회장이 '구글코리아 원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해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디지털포럼에서 특별연설과, 이어 기자회견 자리를 가졌다. 수백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고, 특별연설을 위해 연단에 올라서기 전부터 객석의 열띤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일단 다시 앞의 대화를 계속 이어보면, 손 전 지사는 조지 오웰의 <1984>를 언급하며 "인터넷 세상이 구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 아닌가. 이것을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슈미트 회장은 먼저 "많은 비판론자들이 부정적 미래를 얘기하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구글은 하나의 도구로 현명한 사람들에 의해 사용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많은 정보를 얻을수록 정치인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정치인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슈미트 회장은 또 미국의 이라크전쟁 참전 결정을 예로 들어 "만약 모든 정보가 공개됐다면 참전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인터넷을 나쁜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용도로 사용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인터넷은 전 세계 민주주의의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디지털 시대의 거대한 실험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 구글코리아
연단에 올라선 에릭 슈미트 회장은 특별연설에서 "한국은 디지털시대의 거대한 실험실"로 자신은 지금 "인터넷의 심장부에 와 있다"고 한국 방문 소감을 먼저 밝혔다. 또 "세계인들이 매일 보고 있는 구글 로고는 스탠포드대 출신의 한국인 아티스트 데니스 황의 작품"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과의 각별한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구글 한글사이트가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00년. 지난해 10월엔 국내 R&D센터를 세우고 지난 4월 한국인으로 구글코리아 경영진을 선임했다. 구글코리아는 올해 '구글코리아 원년'을 선언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와 관련 "구글이 한국에서 벌이려는 사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출발을 알리듯 그동안 국내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개발해온 한글사이트의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도 이날 최초로 공개했다.

슈미트 회장은 특별연설 동안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자'로 시작해 '최고에 만족하지 말자'로 끝나는 구글 웹철학 10계명대로 '사용자 중심의 관점'과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다. 특히 혁신과 관련 "구글이 가장 잘하는 게 혁신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실패를 오히려 장려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구글의 '사용자에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서비스 개념들'을 펼쳐보였다.

먼저 구글 앱스(Apps). 그는 돈을 맡겼다가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은행에 이 서비스를 비유했다. 즉, 필요한 모든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PC가 아닌 서버에 올려놓고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온라인 광고 모델인 구글 애드워즈(AdWords)와 구글 애드센스(AdSense). 그는 광고를 타깃 고객별로 제공하고 등급화함으로써 가치를 더욱 증진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현재의 광고형태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앞으로 개인화된 광고를 통해 가치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30일 선보인 구글 한글사이트의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
30일 선보인 구글 한글사이트의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 ⓒ 구글코리아
구글 성공 신화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검색서비스에 대해서도 "검색도 끝난 게 아니라 더 나아질 수 있다"며 지난 15일 선보인 '유니버설 서치' 서비스를 소개했다. '유니버설 서치'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정보를 통합해서 카테고리의 구분 없이 중요도에 따라 함께 보여주는 서비스.

이어 그는 개인화 서비스로 '아이구글'에 대해 설명한 뒤 화면에 미국 한 도시의 거리 지도를 띄웠다. "가장 좋은 지도는 모두가 사진을 찍어 올리고 오류가 있으면 수정할 수 있는 지도"라면서 그가 거리의 한 지점을 클릭하자 지도가 사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우스를 움직이자 사진이 360도 파노라마로 회전하며 거리 곳곳의 모습이 비쳤다. 사진이 좀 더 확대되면서 도로 옆에 세워진 표지판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을 때 객석에서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구글맵스의 업그레이드판인 '맵스 스트리트(Maps Street)' 서비스였다.

구글은 칫솔질과 같다?

그는 정치인들에게는 인기검색순위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핫 트렌드(Hot Trends)'를 제안했다. 급변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연구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파악하고,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알려주는 서비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새로운 서비스들을 쭉 소개한 뒤 "이 같은 모든 일은 구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구글은 사람이 칫솔질하는 것과 같이 일상의 모든 곳으로 퍼져 나가고자 한다. 집에 있든, 이동하고 있든,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 여러분을 도와주고 싶은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비전이다."

그가 마지막 말을 마쳤을 때 '우리의 사명은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하고 누구든 그것에 접근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는 뜻의 영문 문구가 화면을 장식했다.

그렇게 에릭 슈미트 회장의 특별연설은 끝났지만 뭔가 아쉬웠다. 애초 서울디지털포럼 측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 적힌 주제는 '구글의 고민 - 세계 1위 구글, 왜 한국에서만 안되나'였다.

기자회견에서 그와 관련된 질문들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전략이나 방안에 대한 설명 없이 "구글은 경쟁에 신경 쓰지 않고 사용자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는 '구글 철학'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다른 답변들 역시 두루뭉술한 '모범답안'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쟁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구글이 또 다른 무엇인가 두려워하는 것이 있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엇보다 사용자에 초점을 맞춘다는 구글이 아직 초점을 못 맞췄기에 그런 것인지 궁금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기자회견장에는 세계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상을 증명하듯 수백명의 취재진들이 몰렸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기자회견장에는 세계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상을 증명하듯 수백명의 취재진들이 몰렸다. ⓒ 서울디지털포럼 2007
아래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의 질의응답 가운데 주요 내용을 간추려 덧붙인다.

- 검색, 개인화 등 구글의 사업을 개인정보 보호와는 어떻게 조화시켜나갈 것인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개인화도 최종사용자가 선택해야 참여할 수 있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개인 정보를 취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저장된 개인정보를 삭제한다. 결국 사용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 전 세계 도서관의 서적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출판사의 반대나 저작권 관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사용자 손에 쥐어주는 것이다. 도서관에는 수많은 책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 전문적인 답을 얻고 싶을 때 책이 도서관에 있음에도 알 수 없다. 2년 전부터 전 세계 유수 도서관과 함께 모든 책을 스캐닝해서 전자도서관 목록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없도록 할 것이다. 저작권 문제가 있는 것은 색인만 보여주거나 위치만 알려줄 것이다."

- 웹 3.0은 어떤 것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웹 2.0은 마케팅 용어다. 질문한 분이 아마 웹 3.0을 발명하신 것 같다(웃음). 맞춰보자면, 웹 3.0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PC가 아니라 서버에 올려진) 애플리케이션 모음은 개인화가 가능할 것이며, 또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갈 것이다. 앞으로 애플리케이션은 가게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메일 등을 통해 친구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 완전히 다른 애플리케이션 모델이다."

- '유니버설 서치'를 이용할 경우 동영상 등과 관련된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려는가.
"저작권료를 받을 수도 있고, 광고 수익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광고 수익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부는 사용자가 결제해서 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인터넷상에서 적용 가능하다."

- 콘텐츠업체를 인수할 계획은 없는가.
"별로 가능성이 없다. 구글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콘텐츠는 다른 회사들에 맡길 것이다. 구글은 사용자들을 그들에게 인도하는 트래픽을 맡을 것이다.'

- 콘텐츠업체가 구글과 제휴할 경우 구글은 콘텐츠업체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콘텐츠업체로선 자신의 콘텐츠를 구글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광고를 콘텐츠에 실어 배포함으로써 광고수익을 배분할 수도 있다. 구글은 수십억 달러의 파트너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그중 중요한 업체가 콘텐츠 제공업체이다. 콘텐츠업체와 밀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되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네이버와 경쟁할 생각 없다"

- 한국이 IT강국으로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은 인터넷을 초기부터 사용해왔고 브로드밴드에서 앞서고 있으며 특히 기술혁신의 역사가 매우 오래됐다. 앞으로 과제가 있다면 이 같은 장점을 웹비즈니스와 애플리케이션 부분에 잘 응용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에겐 큰 도전이 되겠지만 이것을 한국만큼 잘 해낼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 구글과 손잡는 한국기업들에 어떤 기회를 줄 수 있는가.
"구글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우선 한국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한국기업은 구글과 파트너로 손잡고 일함으로써 더 나은 제품을 세계시장에 내놓을 기회를 많이 얻을 것이다. 그에 따라 한국기업들이 글로벌한 기업, 글로벌한 광고주가 될 수 있으라고 생각한다."

- 구글이 왜 유독 한국에서만 고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성공전략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에 맞는 기술 등을 확보해야 한다. 자세한 답변은 한국 동료에게 돌리겠다."
이원진(구글코리아 매니징 디렉터) "구글의 철학은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구글이 한국에서 힘을 못 썼다기보다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본다. 올해 구글코리아의 원년을 선언했다. 지난 몇 년간 배운 지식을 가지고 이제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 최근 에이퀀티브(aQuantive, 온라인광고업체)를 인수하고, 또 야후 인수설이 화제가 됐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구도는 어떻게 되리라고 보는가. 또 유튜브(동영상UCC사이트업체)를 인수한 이후 또 다른 대규모 인수계획이 있는가.
"구글은 경쟁사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게 철학이다. 솔직히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슨 일을 하는지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우리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최근 더블클릭(온라인광고업체) 인수를 발표했는데 올해 내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또 다른 인수계획도 있지만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구글, 한국에서는 한국회사처럼 하겠다

-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니 놀랍다. '구글라이제이션'이란 표현이 있듯이 전 세계가 구글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터넷이라는 큰 세상에서 구글은 작은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인터넷의 모든 측면에서 구글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 한국 내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의 서비스나 사업역량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 구글이 새로 선보인 '유니버설 서치'란 서비스도 네이버의 '통합검색' 서비스를 본뜬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조원재(구글코리아 엔지니어링 디렉터) "네이버는 국내에서 가장 훌륭한 인터넷 회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내 사용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해서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한국에 진출하면서 다른 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정책보다는, 우리 사용자들, 파트너들, 광고주들에게 구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지금으로선 경쟁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또 '유니버설 서치'는 해외에서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던 개념이다. 구글의 차이점은 검색결과를 (네이버처럼) 섹션별로 나눠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통합해서 보여준다. 다른 종류의 결과물을 동일한 척도로 순위를 매겨 한 페이지 안에 보여준다는 데 차이가 있다.'

- 구글 검색 결과로 개인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거나 음란물 사이트가 연결돼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 정통부에선 포털 등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구글의 대책은 무엇인가.
이원진 "구글이 한국에 진출한 이상 한국회사처럼 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한국법률을 기본적으로 따르겠다. 다만 구글이 남들보다 앞선 기술을 갖고 있기에 이런 문제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우리의 노하우를 갖고 정부와 협력하면서 새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
#구글#에릭 슈미트#구글코리아#서울디지털포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