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이하 정피모)는 30일 오전 의정부 시청 앞 평화의 광장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 폐지를 비롯한 법 개정 및 제도 개선과 불법감금한 정신과 전문의사들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을 열었다.
정피모 대표 정백향(39)씨는 서명운동에 앞서 "부산에서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가 재산분할 문제로 술집에 있던 남편 김아무개씨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킨 사건이나, 이모가 교통사고로 숨진 언니의 보험금을 노려 조카를 2년 동안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킨 사건은 실제로 일어나는 정신병원 감금 사건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또 "보호자가 마음만 먹으면 감금행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현재의 정신보건법과 제도가 바뀌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피해는 계속 발생될 수밖에 없다"며 "정신병원 강제입원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권리를 회복하는 길은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길이 최선"이라고 피해자들을 격려했다.
"소견서 하나면 평생 못나간다고 협박"
이날 서명운동에 참석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피해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대구에서 올라 온 피해자 여아무개(41)씨는 정신병원 안에서 강박 당한 일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여씨는 "긴 도복 끈으로 나비넥타이 매는 식으로 손목을 철장에 키보다 낮게 묶어 앉지도 일어나지도 못하게 장시간 방치했다"며 "침대에 손발을 묶어 놓고 물을 가득 넣은 PT병 3개를 허리에 넣어 고통을 주는 것도 직접 봤다"고 정신병원 안에서의 인권침해의 실태를 고발했다.
부산 소재 ㅇ정신병원에 60일간 강제입원을 당한 피해자 하아무개(72)씨는 "가족갈등으로 강제입원 되었는데 강제로 투약하려고 했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하자 강박을 했고 (의사가) 자신의 소견서 하나면 평생 못나간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하씨는 또 "가족이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지만 이것은 사회문제"라며 "가족 간의 문제로 강제로 입원된 것인데 정신 이상이 없는 사람을 철장에 가둬 정신이상자로 만드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정신보건법 24조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원 후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재입원 당할 것이 두려워 집을 나온 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객지 생활을 하고 있는 하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부인에게 준 땅이 큰 딸 명의로 가등기 되어 있고 여관마저 가압류, 가처분 돼 있다"며 "부인은 물론 자녀들과도 인연을 끊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남시에 사는 정아무개(66)씨도 "충북 음성, 경기 광주, 경북 칠곡, 충남 부여, 서울, 수원에 이어 경남 거제도까지 총 10번에 걸쳐 강제입원 돼 전국 정신병원에 199일을 전전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내가 나를 한정치산자로 만들려고 했지만 내가 신청한 접근금지가처분이 먼저 결정 나 취소했다, 부인과 합의하에 아들에게 재산을 상속하고는 이혼했다"며 "가족을 용서하고자 마음먹어도 아직도 암담하고 자식들을 만나도 서먹하다"고 밝혔다.
"가족 감금은 사회적 범죄"
정피모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급속도로 산업화·도시화 되는 사회의 변화만큼 가족 간의 관계도 변해 가족갈등을 풀어가는 방법도 반인륜범죄로 나타나고 있다"며 "가족을 정신병원에 감금시키는 것은 큰 사회문제"라며 정신보건법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또 정부의 정신보건 정책과 제도가 현재의 강제입원 중심에서 통원치료 및 가족치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정신보건법 위반시 적용되는 처벌규정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국가가 '쉼터'를 마련해 강제입원에 의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정피모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용인정신병원 강대역(51) 부원장은 "강제입원에 대한 부분은 정신의학회에서도 깊이 논의를 해야 할 부분"이라며 "쉼터는 정부차원에서 마련돼 운영 돼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신병원 강제입원 이후 가족해체를 겪는 사례에 대해 울산 동구가정폭력상담소 강진희(38) 실장은 "가족 갈등의 경우 같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곪을 대로 곪아 대안이 없는 경우 서로를 위한 해체가 불가피하다"며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정백향 대표는 "치료목적이 아닌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해서는 가족이 가족을 감금하는 사회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며 "강제입원은 가정폭력의 연장이고 신체를 감금하는 인권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