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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꼬메 오름 중턱에는 숲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노꼬메 오름 중턱에는 숲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 김강임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환경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물, 공기, 땅 등 기본적인 요소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요소들만 갖춰진다고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아마 인간의 욕구가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척박한 땅으로 불렸던 제주가 요즘 축복의 땅으로 불리고 있다. 아마 그것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 외에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킬만한 환경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의 원천 곶자왈 속으로

숲을 걷는 기분을 만끽하는 사람들
숲을 걷는 기분을 만끽하는 사람들 ⓒ 김강임
물 중에서도 맑은 물, 공기 중에서도 맑은 공기, 땅 중에서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땅.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오염되지 않은 환경을 찾아다니고 있다. 때문에 지금 제주는 인간의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청정의 환경을 제공하는 그 진원지는 과연 어디일까?

그 중 하나가 곶자왈이다. 곶자왈, 제주 사람들이 생각하는 곶자왈과 외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곶자왈은 그 의미가 다르다. 아마 외지인들이 생각하는 곶자왈은 잘 다듬어진 꽃동산 내지는 에덴동산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인이 생각하는 곶자왈은 다르다.

곶자왈은 '돌이 많은 우거진 가시덤불 지대에서 나무와 넝쿨 등이 서로 우거진 숲'을 말한다. 다시 말해 척박한 땅에서 자라나는 생명의 숲인 것이다. 제주 사람들에게 이 숲은 생명의 원천이기도하다.

노꼬메 오름은 곶자왈 지역으로 생명의 숲이다.
노꼬메 오름은 곶자왈 지역으로 생명의 숲이다. ⓒ 김강임
"곶자왈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쓸모없이 뒹구는 돌 틈에 피어나는 야생화와 나무 뿌리에 숨어사는 갖가지 식물들, 하늘은 찌를 듯 키 큰 나무부터 키 작은 조릿대가지까지 곶자왈 지대에 가보면 생태계의 보물창고가 숨어 있다. 특히 식물이 잘 자라도록 온도와 습도를 알맞게 맞춰주는 것이 바로 곶자왈이요, 이 곶자왈은 제주 땅 곳곳을 청정의 섬으로 만들기도 한다.

제주도에 산재해 있는 곶자왈의 진원지는 주로 기생화산이다. 지난 일요일이었다. 친구부부가 기생화산을 안내해 주었다. 그곳은 해발 90m에서부터 해발 833m까지 곶자왈을 분포하고 있는 노꼬메 오름이다.

식물이 잘 자는 곳에서는 인간의 마음도 최고

꽃잔디 위에 앉으니 마치 꽃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꽃잔디 위에 앉으니 마치 꽃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 김강임
제주시에서 1100 도로를 타고 한라산 쪽으로 향하다 보니 주변이 모두 곶자왈 지역이다. 도로를 달리다 자동차 문을 열어 보았다. 푸른 생명을 잉태하는 곶자왈은 숲 냄새로 가득했다. 차는 애월 쪽으로 달렸다.

노꼬메 오름 표지석에서 좌회전을 하니 소길리 공동목장이 나왔다. 잘 다듬어진 주차장을 지나 철조망을 건너니 노란 야생화와 크로바 꽃이 조화를 이뤘다. 마치 꽃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털썩 주저앉아 꽃과의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노꼬메 오름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완만한 등산로는 마치 숲길 같았다. 10분쯤 걸었을까. 우거진 숲속에서는 새들의 지저귐이 시작되었다. 마침 휴일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오름 등반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고요하던 숲이 시끄러워졌다. 하지만 숲은 말없이 인간의 욕구를 다 받아 주었다.

우거진 숲은 하늘을 가로막았다. 나무와 나무사이 간간히 햇빛이 스며들었다. 식물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에서는 인간의 마음도 최고가 된다. 조금은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보송보송 땀이 흐르고, 조금 완만한 숲길에서는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운치, 제주의 오름 속에 들어가 보면 자연은 늘 인간에게 최고의 심신을 제공한다.

백록담이 오롯하게 떠있는 풍경

능선에서 바라보면 백록담에 곶자왈 위에 걸려있다.
능선에서 바라보면 백록담에 곶자왈 위에 걸려있다. ⓒ 김강임
곶자왈 지역을 벗어나니 노꼬메 오름의 능선이 나타났다. 초행길에 길을 인도하던 친구부부는 능선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오름 능선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같이 나누어 보고자 하는 배려심이다.

"저 곳이 바로 백록담이다!"

친구부부의 손끝에는 한라산의 정상이 오롯이 서 있었다. 엊그제 백록담을 힘겹게 다녀왔던 지라 백록담 화구가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백록담 아래는 마치 푸른 들판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이 들판이 바로 곶자왈 지역이다. 푸른 공기를 내뿜어 주는 우거진 숲 말이다.

용암지대 숲이 우거진 분화구.
용암지대 숲이 우거진 분화구. ⓒ 김강임
"야, 이 푸름! 마치 파란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 같군!"

동행했던 남편의 한 마디에 파란 공기를 한꺼번에 들이마시는 알싸함을 느꼈다.

정상부에 다다르면 마치 가을은 온 느낌이다. 멀리 노꼬메의 정상이 보인다.
정상부에 다다르면 마치 가을은 온 느낌이다. 멀리 노꼬메의 정상이 보인다. ⓒ 김강임
노꼬메 오름 능선은 가을 분위기를 연출했다. 억새도 아닌 것이 마치 억새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능선 저 멀리에 노꼬메 오름의 정상이 보였다. 정상에서는 늘 자연에 감동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분화구에는 제주 곶자왈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의 서식처였다. 산철쭉과 키 큰 서어나무가 한데 엉켜있었다. 그리고 상록수림이 우거져 있었다.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바라보다가 화구 끝에 그림처럼 나타난 풍경에 눈을 고정시켰다.

정상에 서면 마치 양탄자를 깔고  하늘을 나는 알싸함을 느낀다
정상에 서면 마치 양탄자를 깔고 하늘을 나는 알싸함을 느낀다 ⓒ 김강임
정상은 멀리 비양도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전망대
정상은 멀리 비양도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전망대 ⓒ 김강임
"저 곳은 산방산, 저 곳은 비양도."

제주 비경의 몸통이 통째로 드러났다. 저절로 말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제주의 풍경은 오름 정상에서 바라볼 때 가장 시야가 넓다.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모르듯이 오름도 오름 속에 들어가 보면 자신의 자태를 볼 수 없다. 이때 바로 주변 오름에서 바라보는 오름의 형태는 마치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바라볼 수 있다.

용암지대 숲, 생명의 원천

백록담을 안고 하산을 하는 즐거움도 또 하나의 묘미
백록담을 안고 하산을 하는 즐거움도 또 하나의 묘미 ⓒ 김강임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기생화산, 그리고 그 기생화산 언저리에 살아 숨쉬는 용암지대의 숲, 남북으로 드러누운 2개의 노꼬메 봉우리를 오르면서 '나 자신의 욕구를 받아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했다.

물론 돈, 명예, 욕망. 이 모든 것들도 사람들의 욕구 대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나를 숨쉬게 하는 그곳은 바로 자연인 것이다. 그 자연 중에서도 생명이 꿈틀거리는 용암지대의 숲은 인간을 영원히 살아남게 하리라.

용암지대의 숲, 노꼬메 오름

▲ 소길목장에서 본 노꼬메 오름

노꼬메 오름은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표고 833.8m, 비고 234m인 오름이다. 노꼬메 오름은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화구로 2개의 봉우를 가지고 있다. 노꼬메의 어원은 '옛날 사슴이 내려와 이 오름에 살았었다'는 추측(김종철의 오름나그네)에서 비롯됐으며, 곶자왈 용암 지대에 분포하고 있다.
/ 김강임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제주시- 1100 도로- 어승생 수원지- 산록도로- 소길 공동목장- 노꼬메 오름 주차장으로 1시간정도 걸리며, 오름을 등반하는 데는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노꼬메 오름#제주#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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