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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의 <4주간의 국어여행>
남영신의 <4주간의 국어여행> ⓒ 성안당
남영신의 <4주간의 국어여행>은 그 편집 체제상 한 달분의 학습 양으로 짜여져 있다. 어떤 것은 하루 분량으로 또 어떤 것은 이틀 분량으로 배분해 놓았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목차상의 구분 항목들을 열거하자면 합성법, 파생법, 품사, 어미, 국어의 특징, 사동과 피동, 시제 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의 배움길로 안내하는 푯말들이 재미있다. 낱말에도 족보가 있다(품사), 울고 가야 하나? 울며 가야 하나?(어미), 소개시키지 않으면 잊혀진다?(사동, 피동), 어제 가지 않았었어?(시제) 등등.

‘합성법’의 풀이는 ‘동거’와 ‘결혼’으로 설명한다. 즉 낱말이 서로 결합할 때에도 남녀의 결합처럼 동거 형태의 결합이 있고 결혼 형태의 결합이 있다는 것이다.

“동거 형태의 결합은 두 낱말이 서로 자신을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을 내세우는, 오로지 함께 있는 것으로 만족하는 결합으로서 병렬 합성을 가리키고, 결혼 형태의 결합은 두 낱말이 적당히 양보하고 타협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아이를 낳는) 결합으로서 주종 합성과 융합 합성을 가리킨다.” (61쪽)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병렬 합성’이니 ‘주종 합성’이니 ‘융합 합성’이니 하는 것들이다. 더 들어보자.

‘마소, 앞뒤, 위아래’는 각각의 뜻을 그대로 가지면서 결합하는 ‘병렬 합성’이요, ‘돌다리, 국그릇, 눈사람, 밤낮, 손아래, 바지저고리’는 그 사이에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지는 것들로 이 가운데 ‘돌다리, 국그릇, 눈사람’은 ‘돌로 된 다리, 국을 담는 그릇, 눈으로 만든 사람’처럼 수식이나 포함 형태의 종속 관계를 이루므로 ‘주종 합성’이라 하고, ‘밤낮, 손아래, 바지저고리’는 ‘늘, 나이나 항렬이 자기보다 낮음,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처럼 전혀 다른 의미가 생성되므로 ‘융합 합성’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통사적 합성과 비통사적 합성은 어떻게 구분할까? 간단하게 말하면 어법에 맞게 조직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통사적 합성’이고 어법과 상관없이 우격다짐으로 결합하는 것은 ‘비통사적 합성’이다.

‘품사’를 설명하면서 난데없이 ‘족보’는 왜 꺼냈을까? 낱말에도 족보가 있다는 것. 그래서 그 낱말이 어느 무리에 속하는지, 같은 무리 중에서도 어떤 파에 속하는지, 다른 낱말과 친인척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등등을 분간할 수 있는 내용을 적은 족보(품사)가 있고, 그것이 어떤 규칙에 따라서 말을 만들어 내는지 말해주는 족보(문법)가 있다는 것.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임아’에서 ‘울고 넘는’은 ‘울며 넘는’이 옳다는 지은이의 주장이다. 왜 그런가? ‘-고’는 하나의 행동이 끝난 뒤 새로운 행동을 시작할 때 쓰는 것이고, ‘-며’는 하나의 행동을 시작하여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행동을 시작할 때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고 있다’와의 차이도 일러주는데 이 경우에는 ‘새로운 동작의 시작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을 지적한다.

국어가 의외로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어찌 생각하면 그만큼 미묘한 부분, 독특한 부분이 많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흔히 쓰는 말이라도 새삼 아끼는 마음으로 찾아보고 물어보는 데 있을 것이다.

4주간의 국어여행

남영신 지음, 성안당(2016)


#국어#품사#남영신#4주간의 국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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