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개혁에 공감하는 모든 세력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대통합을 적극 추진한다."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와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합당의 걸림돌이었던 '특정인사 배제론'을 이렇게 정리하면서 합당 협상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와 박 대표는 3일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단독회동을 열고 합당에 합의했다
통합신당의 양형일 대변인과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 대표회동이 끝난 뒤 차례대로 국회기자실에 나와 합당 타결소식을 전하면서 "4일 오후 3시에 합당선언식을 연다"고 밝혔다. 두 대표는 4일 합당선언식에서 합당선언문, 합당합의문, 기본정책합의서에 서명한 후 낭독할 예정이다. 또 양당은 합당선언 직후 각 6인이 참여하는 실무회의를 구성, 정강 정책 등을 마련할 실무회의를 가동하기로 했다.
당명은 중도통합민주당,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체제로
두 대표는 이날 양당이 신설합당 방식으로 새롭게 만드는 당의 이름을 '중도통합민주당'(약칭 통합민주당)으로 한다는 데 최종 합의했다. 또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체제 아래 최고위원은 각 6명씩, 중앙위원은 75명씩 동수로 구성하기로 했다.
양당 통합과정에서 '배제론'과 관련해 처음 나온 문안은 '국정 실패의 핵심 책임에서 자유로운 세력은 적극 포용한다'였다. 이것이 협의 과정에서 '국정실패를 교훈삼아 중도개혁에 공감하는 모든 세력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대통합을 적극 추진한다'로 바뀌었고, 최종적으로 양당 대표의 회동에서 '국정실패를 교훈삼아'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박 대표가 배제론을 철회한 것이냐"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면서 "약간의 견해 차이도 있고 향후 정치상황과 민심의 여러 변화에 따라 유연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문구 삭제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그러면서 "합의문 여러 곳에 노무현 정부의 국민편가르기 정치를 국민통합의 정치로 바꿔나간다, 노무현 정부는 성공하지 못한 정부라는 내용이 들어갔다"면서 "또 합의문에 '중도개혁세력 지지하는 제 정파와 시민사회세력에 문호를 열어 중도개혁대통합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중도개혁대통합에 홑따옴표를 붙였다"고 전했다.
배제론이 디테일(세부 내용) 속에 살아있다는 것이지만, 크게 보면 '진보좌파인사·국정실패 책임자는 통합에서 배제하겠다'던 박 대표가 사실상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통합신당 쪽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각 단위별로 외곽의 함포사격이 많았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따른 대통합 주문과 당내 대통합세력의 압박이 영향을 끼쳤고, 여기에 박 전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우리도 각 단위별로 박 대표 주변 사람들과 민주당 사람을 접촉하면서 함포지원사격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박 대표의 배제론을 색깔론이라고 비판하는 주장이 공식회의에서 제기되고, 대통합추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지난달 29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 대표의 면담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특정 인사를)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동교동과 그런 발언은 없었다는 민주당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 쪽은 민주당을 향해 "한나라당 성향으로 돌아선 것이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표 간 합당 타결을 선언한 양당은 합당을 위한 당내 추인 절차에 들어간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은 4일 합당선언 전에 중앙상무위원회를, 민주당은 4일 오전 10시에 대표단·의원·중도개혁세력통합추진위 연석회의에 이어 오전 11시 중앙위원회를 연다.
유선호 의원, 민주당 입당할 듯
각각 20명과 13명의 의원이 있는 두 당이 합치면 33석이지만, 실제 당 출범 때에는 의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 중 일부가 가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탈당 후 민생정치모임에 속해 있던 유선호 의원(전남 장흥·영암)은 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에 입당해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방식을 심사숙고하고 있다, 내일 견해를 밝히겠다"고 말해, 민주당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 외에도 몇몇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예정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동영은 어떻게?
양당 합의과정에서 '배제론'을 놓고 벌어진 마찰은 사실상 정동영 전 의장의 동참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과 가까운 의원들이 많은 통합신당모임쪽에서 정 전 의장의 합류 허용을 요구했고, 박 대표가 이들을 거부했다.
이들의 합당에 대해 정 전 의장 쪽은 "소통합이 기득권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즉각적으로 대통합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자세다. 정 전 의장 쪽은 이들에 바로 합류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통합을 추진하는 여러 세력을 대통합흐름으로 묶어내는 역할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