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활짝핀 선인장
활짝핀 선인장 ⓒ 정현순
요즘 우리집 베란다에는 내 정신을 홀딱 빼놓은 선인장이 하나 있다. 아침이면 일어나서 제일 먼저 그 꽃을 보기 위해 베란다로 나간다. 그 꽃은 20일 전부터 피기 시작한 홍채옥이란 진분홍색깔을 가진 선인장이다. 온 집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아주 예쁜 꽃이다. 그 꽃을 보고 있으면 시간도 빨리 가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하고 있다.

제일 먼저 활짝 핀 선인장 속살
제일 먼저 활짝 핀 선인장 속살 ⓒ 정현순
그 선인장은 한 달 반쯤 전에 4천원을 주고 샀다. 그땐 꽃봉오리가 아주 작아서 그것이 제대로 필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집으로 데리고 온 선인장은 선인장이 좋아하는 모래를 섞어 그에 맞는 화분으로 갈아주었다. 아침이면 해가 가장 잘 드는 곳으로 옮겨 놓고 지는 해를 쫓아다니기도 했었다. 화분을 옮기다 대바늘처럼 큰 가시에 찔리기도 했었다. 또 화분을 옮기다가 발에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 뻔도 했었다. 그런가하면 손자손녀가 놀러오면 행여 가시에 찔릴까 봐 구석자리로 옮겨 놓기도 했었다.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선인장이라 물도 아주 조심스럽게 주곤 했었다. 평소 홍채옥이란 그 선인장을 키워보고 싶어 했었다. 거기에 꽃망울까지 맺혔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드디어 꽃 대문을 아주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다음날은 좀 더 좀 더....한꺼번에 보여주지 않았다. 꽃문을 열기 시작한 가시가 가득한 선인장을 더욱 정성껏 돌보기 시작했다. 꽃문을 열고 10일쯤 되니깐 큰 대문을 활짝 열어 속살까지 보여주었다. 속살까지 드러낸 진분홍의 선인장꽃 속에는 노란 수술도 보였다.

햇볕에 온몸을 맡긴 선인장
햇볕에 온몸을 맡긴 선인장 ⓒ 정현순
앞으로도 한동안은 곱고 예쁜 홍채옥과 함께 기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처럼 활짝 필 때뿐 아니라 꽃이 지고 나도 지금같이 정성스럽게 돌봐 주어야겠지. 오늘(3일)은 베란다 한가운데 놓으니 오며가며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꽃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핀다고 했나? 온몸이 가시투성인 속에서 핀 선인장꽃은 더욱 그러했으리라. 만약 그렇게 예쁘게 필 수 있는 선인장도 햇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물면 화초도 그러할 진데 사람이 하는 일은 오죽할까? 무슨 일이든지 아무런 시련과 노력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