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디즈니랜드 근처를 지나 요바 린다(Yorba Linda) 블로바드에 다다르면 미국의 37대 대통령 리차드 밀하우스 닉슨(Richard Milhous Nixon)의 탄생지에 기념도서관이 있습니다. 이 기념도서관은 1990년 7월 19일에 개관을 하였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1969년에 대통령에 선출되어 2번째 임기 중인 1974년에 정치적 반대파를 도청했다는 워터게이트사건으로 탄핵되어 포드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준 것으로 잘 알려진 대통령입니다.
지난달 5월 14일 근처에 출장을 왔는데 내가 그곳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하니 LA 군청공무원이 자청하여 안내를 해주더군요. 월요일 오전이라 내방객은 내가 유일했던 거 같고요. 나름대로 꼼꼼하게 돌아보았는데도 30분 정도가 소요되더군요.
닉슨 대통령은 요바 린다 농장이 있던 바로 이 동네에서 아버지 프랭크 닉슨이 손수 지은 작고 예쁜 집에서 1913년 1월 9일에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어릴 적 꿈은 철도기술자였다는군요. 대학은 근처의 Whittier College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듀크대학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되었답니다.
닉슨 대통령 가족은 백악관에 있는 장미의 정원과의 사연이 참 많더군요. 기념도서관 정원에는 백악관의 그 장미의 정원을 본 따 만든 곳이 있습니다.
장미 품종도 같은 걸로 심어놓고 잔디와 가제부까지 백악관에서 가져다 놓았더군요. 딸 페트리시아가 71년에 백악관 장미의 정원에서 결혼했다네요.
닉슨 대통령이 태어난 집을 똑같이 재현하여 놓았는데 들어가 볼 수 있더군요. 모든 가구들은 원래 있던 거라고 하구요. 집이 아기자기하고 예쁘긴 하지만 초라하더군요. 특히 이 집에서 닉슨 4형제와 부모님이 사셨다고 하니 중산층 정도가 사는 소박한 모습이었습니다.
닉슨의 어린 시절, 이 초라한 집에 비하면 집 주위가 으리으리하게 조성된 셈입니다. 마치 미국민들의 사랑이 녹아 있는 듯하고요. 닉슨 재임시기를 포함하여 1961년부터 1976까지 대통령 전용헬기로 쓰던 '바다의 왕'이라는 헬기도 있더군요.
닉슨 대통령의 중요한 업적 중에 하나는 '핑퐁외교'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죽의 장막' 중국을 서방세계로 끌어낸 대통령입니다. 닉슨 대통령의 이 업적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중국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겁니다. 함부로 중국에 나다닐 수도 없었을 거고요.
그리고 또 하나 닉슨 대통령은 비록 탄핵을 당해 물러났지만 모든 미국인들에게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을 심어준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가지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사용했다면 그까짓 도청 문제쯤이야 쉽게 피해갔을 겁니다.
아니면 그 흔한 정치적 해결이라도 했다면 워터게이트라는 단어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겠지요. 한국도 명분 없는 탄핵을 흉내 한번 낸 걸로 기억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은 인류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를 이룬 셈입니다.
닉슨 대통령은 1913년 1월 9일에 태어나 1994년 4월 22일에 요단강을 건넜습니다. 부인 패트리시아는 1년 일찍 1993년에 닉슨 대통령을 떠났군요. 1912년에 태어난 부인이 한 살 많았네요.
나오면서 바라본 닉슨 대통령 문장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티끌 먼지 한점 없이 정리된 주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월요일이라 한산했기도 했지만 노련하고 능구렁이 같은 이 동네 군청 공무원들이 단수가 높은 겁니다.
혹시 이 사진들을 보시는 분들 중에 상급기관에서 감사 같은 걸 나올 때 그 감사관을 사무실 근처에 20∼30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곳을 부담스럽지 않게 안내하는 것도 일 처리를 매끄럽게 처리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