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항쟁 당시 모습.
6월항쟁 당시 모습.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월 민주항쟁은 잘 계승되고 있을까요. 요즘 6월 항쟁 20주년으로 '바쁜' 시민사회에 색다른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리고 좀 섣부를지라도 이렇게 결론내봅니다. "항쟁은 제대로 계승되지 않고 있다!"

제 '섣부른' 결론을 부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2개의 설문결과를 보겠습니다. "5.18을 어떤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10.2%는 '폭동', 6.7%는 '사태'라고 답하는 등 전체 16.9%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2007년 5월 5.18재단 국민 1500명 조사 결과)

"광주·전남지역 초등학생 가운데 5.18의 성격을 제대로 아는 응답자는 1.2%에 그쳤고 중학생은 4.0%, 고등학생 12.0%만이 5.18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5.18이 발생한 해를 묻는 질문에 대해 광주·전남지역 응답자의 9%(전국 2.1%)인 155명만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들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묻는 질문에 광주·전남지역 학생들은 3.1운동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17.2%가 정확한 응답을 했을 뿐 4.19혁명 2.8%, 5.16쿠데타 0.8%, 6월항쟁 3.8% 등으로 인지도가 낮았다."(2004년 5월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초·중·고생 1만3천867명 조사 결과)

자 어떻습니까? 사실 설문조사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4.19혁명은 아주 먼 옛날 얘기가 되 버렸고, 그나마 근래인 5.18 광주민중항쟁, 6.10 민주항쟁도 이제는 먼 얘기가 되어가고 있음을 '대략'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미래 사회의 주역인 20·10대들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항쟁에 참여하고 지지한 세대들이 항쟁을 기념하고 계승을 결의한다고 해서 항쟁이 계승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 아는 얘기겠지만, 실질적이며 참다운 계승 여부는 미래 세대들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지금 시민사회는 중대한 위기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모태가 된 5월 민중항쟁,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이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시대의 시민들의 혼란도 여전합니다. 5월 민중항쟁을 부정하는 여론이 아직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고, 참배를 거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있는 것처럼 심지어 4.19혁명을 부정하고 5.16 군사쿠데타를 찬양하는 무리들까지 나타났으니까요. 바로 뉴라이트 일부 그룹입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4.19, 5.18, 6.10으로 이어지는 민주항쟁의 역사를 폄훼하고 친일·친미·군사독재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4.19를 이어 5.18 27주년, 6.10 20주년의 5.6월을 산다는 것은 커다란 슬픔과 격정을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민중들은 엄청난 슬픔과 격정의 그 7년 사이에 불완전할지라도 역사를 뒤집었습니다.

그런 5월과 6월이 잊혀지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의 슬픔과 격정만으로 현재와 미래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고, 또한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시민사회운동이 과거의 분노와 환희만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시민들에겐 공감을 사지 못할 일이기에 더욱 주의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새롭고 산뜻한 자세로 현재와 미래를 산다는 것이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절대로 잊지 말아야할 것들을 잊지 않는다면, 오히려 현재와 미래를 더욱 힘차게, 바르게 살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10대 20대가 모르는 '6월 항쟁' 허망하다

6월 민주항쟁은 한국 민주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은 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이한열 열사의 죽음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대.
6월 민주항쟁은 한국 민주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은 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이한열 열사의 죽음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대. ⓒ 이인영 홈페이지
그렇습니다. 문제는 저 처참한 학살의 5월과 찬란한 항쟁의 6월이 너무 빨리 잊혀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른바 '운동권'들마저도 쉽게 잊어가고 있거나 '기념'하고 있지요. 5월과 6월은 '기념'해라고 있는 시절이 아닙니다. 계승하고 깨우치고, 사랑하고 투쟁해라고, 그리하여 새롭게 건설할 민중의 새 세상을 위해 있는 것이지요.

6월 항쟁 20주년이라고 이런 저런 행사나 기획이 여기저기서 참 많습니다. 토론도 하고 의의도 밝히고, 계승하자는 다짐도 하고 계승의 과제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기획들이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행사들의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6월 항쟁이 제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행사들이 6월 항쟁의 계승을 담보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6월 항쟁은, 그 계승은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6월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 기억하는 이들이 그날을 떠올리고 계승을 다짐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6월 항쟁의 참다운 계승은, 적어도 그날을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 정확하게 인식되고, 깨달음이 되고, 공명이 되는 그런 계승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것이 미래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미래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의 20대, 10대가 앞으로의 20대, 10대가 잘 모르고, 공감하고 공명하지 못하는 6월 항쟁이라는 것은, 그 계승이라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것입니다.

더 많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더 많은 평화와 복지를, 더 빠른 통일과 해방을 가져와야 할 몫은 지금의 청년·소년·아동 세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사회가 정말 발로 뛰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대학, 야학, 교회, 사찰에서 각성된 시민을 배출하지 못합니다. 직접 시민들을 만나야 하고, 직접 대학사회와 소통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개설된 <참여연대>의 '시민운동 청년연수 프로그램'은 정말 멋진 기획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강좌 프로그램과 이메일 뉴스레터로 꾸준히 시민들을 만나고, 시민교육에 성심을 다하는 <인권연대>의 경우도 배워야 합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회원·회비가 줄어든다고 하는 근래에 인권연대의 회원과 회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성의 요람이라고 하는 대학사회와 교류·협력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각 대학마다 교양과목으로 '시민사회와 NGO' 등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전국의 모든 대학에 제안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전국 450여 단체의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제안배경을 잘 담은 공문을 각 대학에 발송하고 각 대학 교양과목 담당자를 면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학 측의 노력도 분명 필요하지만, 시민사회에서 먼저 노력해 '1시민단체 1대학 자매결연 또는 협약체결'같은 형태로 인연을 만들 필요도 있겠습니다.

그 교양과목이 개설된 대학의 학생들은 그나마 그 수업을 통해서 시민사회와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이해와 참여의 계기를 가지게 됩니다. 시민사회를, NGO를 공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복지의 가치를 배운다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항쟁의 계승이고 연속입니다. 필자가 수업을 했던 국민대, 성공회대 학생들은 그 교양과목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참여의 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교양과목도 없는 대학이 수두룩합니다.

6월 정신 계승위해 시민단체-대학 교류ㆍ협력 강화해야

대전충남 6월항쟁 20주년사업연대가 지난 4월13일 오전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결성회의를 갖고,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전충남 6월항쟁 20주년사업연대가 지난 4월13일 오전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결성회의를 갖고,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또 틈만 나면 특강 등도 조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마다 엔지오 동아리도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 자원활동 프로그램 강화는 기본이고요. 대학생에게 맡겨야 된다고요? 예전엔 대학생들이 교양과목 개설투쟁도 열심히 했지요. 지금은 그런 것 거의 없습니다. 시민사회과 대학사회와 직접 소통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대학생을 찾아가면서 만나야 할 때입니다.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민중들의 엄청난 투쟁이 있었던 것처럼 이를 더 좋은 민주주의로 가꾸는 것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 제도가 너무 일상적인 것이어서 마치 물이나 공기처럼 필수불가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마움을 모르기에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공부하고, 깨우치는 계기가 없다면 미래세대들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토대위에서 민주주의의 심화와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일상의 참여와 감시 없이는 일상의 민주주의도 없다고 했는데, 누가 참여하고 감시해야겠습니까. 6월 항쟁 세대가 천년만년 살아서 감시하고 참여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좋은 느낌을 드높이기 위한 여러 기획에도 돌입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다 같이 기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들을 많이 개발해야 합니다. 아직도 시민들이 불편해하고, 분노하는 의제는 널리고 널렸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권력 감시와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병행해서 반드시 진행해야할 일입니다.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민주주의 항쟁을 경험한 세대들까지 민주주의나 시민사회에 대해서 거리감이나 냉소를 느끼고 있다면 이는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시민들을 만나고 또 만나야 할 일입니다.

시민과 학생들이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소중함과 의의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일상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의 교육과정(시민들의 재교육·평생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인권과 복지, 정의와 평화에 관한 교육이 강화되는 프로젝트에 착수해야 합니다.

지금의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5.18은, 6.10항쟁은 너무나 형식적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으로 교육이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일선 학교와 연대해야 할입니다. 주변에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특강을 직접 조직화해야 합니다. <참여연대>에서는 실제로 주변에 있는 풍문여고 등에서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등 교육단체들과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일입니다.

미래세대 위해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야할 때

끝으로 강조하자면, 현재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복지 등 시민사회의 '절대가치'가 심화, 확산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항쟁의 계승이 아니라 항쟁의 단절을 걱정해야할 상황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수구냉전기득권세력들과 썩은 냄새가 펄펄 나는 개발독재세력들, 인간보다는 오로지 이윤을 우선으로 하는 신자유의자들이 판치고 있는 모순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항쟁정신을 부정하고, 인간성을 파괴하고, 민중을 억압하며, 민족을 배반하는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민사회가 시민들을, 미래세대를 만나야 합니다. 여기에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안진걸 기자는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 출신으로, 지금은 성공회대 '엔지오와 사회운동' 강사를 맡고 있습니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 6월호에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