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 7일 고 김성수 오양수산 회장의 빈소가 있는 장례식장 앞에서 오양수산 직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다.
6월 7일 고 김성수 오양수산 회장의 빈소가 있는 장례식장 앞에서 오양수산 직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큰 아들이 죽은 아버지의 발인을 막는다면...

지난 2일 사망한 오양수산 창업자 고 김성수 회장의 발인이 미뤄지고 있다. 맏상제인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53)이 발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발인을 이틀 넘긴 7일 오후 2시 고 김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식장 앞에는 오양수산 직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양복차림인 그들은 '오양수산 절대사수'라고 써 있는 띠를 둘렀다. 이들에게 "유족들이 이곳에 있느냐"고 묻자 "김 부회장을 제외한 유족은 이 곳에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남4녀 가운데 장남인 김 부회장 혼자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고 김 회장의 부인인 최옥전씨를 비롯한 나머지 유족들은 장례식장에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왜 맏상제 혼자서 죽은 아버지의 발인을 막고 있는 것일까.

장남 "매매 원천 무효" vs 나머지 유족 "정당한 매매계약"

발단은 고 김 회장이 가지고 있던 오양수산 주식을 처분한데서 비롯됐다. 고 김 회장은 이 회사 주식 35.19%를 가지고 있었고, 이 주식이 사망 하루전인 지난 1일 경쟁업체인 사조산업에 매각된 것.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고 김 회장은 지난 5월 23일 폐렴으로 쓰러져 서울대병원으로 실려 왔다. 의식불명 상태였던 고 김 회장은 6월 2일 사망했다. 사망 이후 사조산업은 "김 회장이 약 127억원에 본인 소유의 주식 101만2848주(35.19%)를 사조산업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장남 김명환 부회장과 오양수산 임직원들은 "매매계약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4일 장례식장을 점거했다.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던 김 부회장측 관계자는 "의식불명인 고 김 회장이 어떻게 매매계약서에 서명할 수 있었겠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법정대리인을 통했다 해도 의식불명인 고 김 회장과 어떻게 협의를 했겠느냐"며 "2003년부터 장남과 불화가 있었던 고인의 부인과 다른 가족들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매매계약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사조산업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사조산업이 부도덕한 기업인수를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며 "계약이 정당하고 합법적이었다면 매매계약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매계약 무효 소송 등의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 김 회장의 부인과 차남, 네 딸 등 다른 유족들은 "매각은 고인의 유지였다"며 김 부회장과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유족들은 언론에 보낸 '유족의 입장'이란 글을 통해 "김 회장이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과 직원들의 고용 안정 등을 위해 법정대리인을 통해 매각한 것"이라며 "김 회장의 오양수산 주식 매각으로 생긴 수익은 모두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김성수 오양수산 회장의 장례식장 모습.
고 김성수 오양수산 회장의 장례식장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고 김 회장 "장남에게 회사 맡겨선 안돼"

그렇다면 고 김 회장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1월 고 김성수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잘 나타나있다. 김 부회장이 어머니를 상대로 39억원 상당의 채권반환 청구 소송을 내자 고 김 회장이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고 김 회장은 진술서에서 "공과 사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회사에 대하여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장남에게 회사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옛날처럼 창업주의 자식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회사를 승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 쪽은 "다른 가족들이 고 김 회장을 부추긴 것"이라면서 "고인과 김 부회장의 관계가 원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03년과 2006년 고 김 회장이 김 부회장에 대해 대표이사 선임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정도로 부자관계가 소원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한편, 유족들은 일단 장례는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 쪽이 "사태가 해결 국면에 들어가야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고 김 회장의 장례식이 언제 거행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자간의 불화속에 기업경영권이 맞물리면서, 고 김 회장의 싸늘한 시신은 5일째 영안실에 그대로 누워있다.

사조산업 "가족 간의 문제다"

사조사업은 김 부회장쪽 문제 제기에 대해 "적법하게 계약했다"는 입장이다.

사조사업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고 김 회장 쪽과 접촉해서 5월 중순 가격 등 모든 협의를 끝내고 6월 1일에 법정대리인을 통해 적법하게 계약한 것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매매계약서를 공개하라"는 김 부회장 쪽의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계약서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쪽(법정 대리인)에도 계약서 1부가 있다"며 "가족간의 문제인데 왜 (우리에게) 공개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영권과 관련 사조산업이 김 부회장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을) 그대로 가져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동양수산#사조산업#김성수#재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