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라든가 '충'이라고 하면 거부반응부터 가졌던 시기가 있었다. 지배자의 논리, 기득권자의 논리라는 것이었다. 물적, 사회적 약자에게 기득권층이 초과착취와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강화할 목적으로 충과 효를 강조하던 시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강자가 되어버린 자식이 모든 면에서 약자 처지에 놓인 부모에 대해 여전히 '효'의 문제를 지배이데올로기의 도구쯤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 손가락으로 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이유를 끌어다 대면서 '효'를 멀리 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인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가 애들 키우는 것과 먹고 사는 문제.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허무한 자가당착인지 생각하게 해 주는 계기를 만나본다는 것은 삶의 소중한 순간이다.
이 세상 모든 아들딸과 어버이들에게 바친다는 책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버이 말씀에 거칠게 대꾸하고
온다간다 말도 없이 제 멋대로 드나들며
잘못을 타이르면 눈 흘기며 원망하네.
늙으신 어버이 추하다고 외면하고
추우신지 더우신지 배고프신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묻지도 아니 하네....
오래된 불교 경전인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알기 쉽게 풀어쓰면서 오랜 옛적부터 부모님의 은혜를 어떻게 새기고 살았는지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여기서는 간결하게 열 가지 어버이 은혜를 그림과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여덟 번째 은혜인 원행억념은(遠行億念恩-먼 길 떠난 자식을 항상 근심 해 주시는 은혜) 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식이 집 떠나 먼 길 나서면
어머니 마음도 따라나서네.
밤낮없이 마음은 자식 뒤를 좇으며
새끼 잃은 짐승이 달 보고 울부짖듯
걱정과 그리움에 눈물 흘리시네.
이런 심정은 자식 키우면서 맛보는 모든 부모의 일치된 심경이지만 정작 자기의 (늙으신)부모가 자신을 향해 지금도 그러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늙은이들을 대하기가 왠지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볼 만하다.
경전의 원본인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혹 맛있는 음식을 보면 싸가지고 돌아와서 부모에게 드려야 할 것이언만 남들이 비웃는다 하여 부끄럽게 여기면서도 고운 음식을 가져다가 처자식을 먹일 때는 체면도 불구하고 비루한 짓을 다하고 아내와 첩과의 약속한 일은 꼭꼭 이행하면서도 어버이 말씀과 부탁은 어렵게 생각하지 아니하네...
대중들이 부처에게 부모님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자 부처는 말하기를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늙으신 어버이를 양 어깨에 들쳐 업고 아름다운 수미산을 구경시켜 드리고자 백 천 번을 돈다한들 불가능하며, 굶주리는 어버이에게 제 살을 도려내어 백천 번을 드린다한들 불가능하며, 추우신 어버이께 제 몸에 불을 붙여 백 천번을 쬐어드린다 한들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이 책의 그림은 잘 그려져 있으나 글씨가 너무 작아 늙으신 어버이들이 읽기에는 힘들게 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
덧붙이는 글 | 출판사는 <사계절>이며 책 값은 11,000원 입니다. 글은 이상희님이 썼고 그림은 곽영권 님이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