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일정 기간 피해자에 대한 평가 및 관찰을 통해 피해자에게 확정적 정신병이 없고, 종교 문제로 야기된 가족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발생한 분노, 우울, 불안감 등과 같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퇴원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하였으므로 피고인은 부작위에 의한 감금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였다.
또 정신보건법 제 24조의 요건을 더 엄격하게 해석하여 입원 결정뿐만 아니라 입원 기간 동안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또 정신과 전문의들의 재량권 남용은 업무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단의 이유였다.
현 정신보건법 제 24조는 '환자가 정신의료기관내 입원치료를 받을 만한 정도 또는 성질의 정신질환에 걸려 있는 경우'와 '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하여 입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의 조건에 부합될 때 입원 시키도록 되어 있다.
이번 판결은 정신보건법 제24조 해석에 있어서 환자의 인권보호 측면에서 신중히 다루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재판부는 "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하여 입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란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성을 의미하고 있다고 보고, 강제 입원은 환자의 신체적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 등에 대한 직접적 구체적 위험에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강제입원의 요건을 엄격히 정하고 있는 정신보건법의 입법취지와 정신 등에 비추어 보면, 24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 당해 환자의 요구에 따라 즉시 퇴원하도록 해야 하나 그와 같은 사정을 알고도 환자의 요구를 묵살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상당기간 퇴원조치를 취하지 않는 행위는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나고 의정부지법 앞에서는 피해자 정백향(39·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대표)씨와 오모(37)씨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정백향씨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으로 저의 인생은 없어지고 가정도 없어지고 아이들도 정신병자로 몰려 만날 수 없이 회복 불능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며 울먹였다.
정씨는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감금한 정신과 의사들을 순진하게 법에서 금방 처벌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만 6년의 세월이 걸렸다"며 "이 재판으로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권리를 찾는 데 더 좋은 법적 가이드라인이 되리라 본다"고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정신보건법 제 24조는 헌법소원까지 할 예정"이라며 "세계인권기구에도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씨와 오씨는 2001년 부인의 종교를 다른 교단으로 바꿀 것을 강요하던 남편이 종교 브로커 진모(52) 목사의 소개를 받아 경기도 남양주 소재 ㅊ정신병원에 71일과 82일 동안 감금당했으나 변호사의 도움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재판과 기자회견에는 정신병원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를 경험한 피해자들도 참석했다. 인천에 사는 최모(37)씨는 "인터넷에서 UCC를 보고 판결이 궁금해서 오게 되었다"며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벌금형이지만 정신과의사가 양심을 저버린 부분이 유죄로 인정된 것이 기쁘다"고 했다.
최씨는 정신병원 안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정신보건법을 지키지 않는 병원과 의사가 많다"며 익산, 영광, 광주, 김제 등의 병원을 옮겨다는 동안 48시간 연속 강박 당했던 고통과 탈출 시도가 실패해 독방에 갇혔던 경험을 증언했다.
국립 법무병원 최상섭 소장(58)은 "부부 갈등 때문에 강제입원 시키려고 오는 경우에는 양쪽 얘기를 철저히 들어보아야 한다"며 "의사들이 주의 의무를 다하고 진단평가에 대한 증거 기록도 철저히 하며 방어치료를 해야 한다"고 평했다.
이번 재판의 결과에 대해 최 소장은 "아직 대법원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계속 지켜볼 것"이라며 "아무래도 강제입원 시 의사들이 조심하게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의견을 내놨다.
피고인 신씨와 박씨는 항소부 재판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