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 릴레이가 1987년 6월 당시 안양에서 거리 시위 현장이었던 (구)안양경찰서에서 안양역까지 전개되고 안양1번가에서는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주역들이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 당시를 재현했다.
'6월 민주화항쟁 20주년 안양·군포·의왕 추진위원회'의 안양·군포·의왕 행사는 한국YMCA 전국연맹이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된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 릴레이팀 100여명이 9일 오전 평택에서 출정식을 갖고 출발해 수원을 거쳐 오후1시 30분 안양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구)안양경찰서 앞에 도착한 릴레이팀은 간단한 집회를 갖고 풍물패를 앞세워 안양역까지 1.5㎞구간을 도보로 행진한 데 이어 1987년 당시 시위가 자주 열렸던 안양 중앙로 2001아울렛 사거리에서 '6월민주항쟁 안양군포의왕지역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20년만에 안양에 다시 울려퍼진 독재타도! 호헌철폐!
안양경찰서앞 평화대행진 환영 및 출발식에서 안양YMCA 김영일 이사장은 "그날의 함성은 끝나지 않았다, 군사독재를 무너트린 시민의 힘을 다시 모아 자본이 독재를 거부하고 모든 인간이 존엄성을 가지고 살수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나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우리는 20년전 6월의 그 뜨거웠던 함성이 과거의 함성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안양·군포·의왕 시민 여러분과 함께하는 끝나지 않은 노래이기를 기대한다"며 "즐거움과 희망이 함께하는 오늘 평화대행진에 함께 동참하면서 걷자"고 말했다.
이날 안양 평화대행진 대열에는 1987년 안양지역 거리에서 공장에서 노동자, 학생, 시민으로 최루탄의 매캐한 연기가 마시며 시위 대열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이제 중년이 되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참여하여 '독재타도 호헌철폐'의 구호를 외치면서 재현했다.
20년전인 1987년 6월 26일. 안양 CFV앞(당시 안양 삼원극장) 사거리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2만여 시민은 서안양우체국(안양우체국) 사거리를 지나 만안구청(안양시청)과 성결대앞 사거리(안양경찰서) 까지 행진하면서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다.
당시 안양지역에서는 노동자, 학생뿐 아니라 어린아이를 무등 태운 일반시민까지 참여해 민중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거리 시위로 확대되며 민정당 지구당사 화염병투척과 안양경찰서 담벼락을 무너트리고 경찰관사가 전소되는 등 새벽4시까지 이어졌다.
6월19일 수천여명의 시민들이 안양 조흥은행앞 도로에서 첫번째 기습 시위를 가진이후 두번째로 진행된 26일의 대규모 항쟁은 안양권의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노조가 결성되고 지금의 시민사회 운동의 초석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양 구간 평화대행진에 이어 2001아울렛 앞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안양.군포.의왕 추진위원회'의 안명균 집행위원장은 개회선언을 통해 "20년전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했던 그 기억을 되살려 지금부터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식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국YMCA연맹의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 릴레이팀을 안양역에서 환송한 후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안양군포의왕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당시 참여했던 노동자, 학생 등 15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금채 공동대표는 기념사에서 "안양지역에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투쟁은 6월 19일과 23일, 26일 거리에서 폭발적으로 진행되어 경찰의 최루탄 공세를 무력화시키고 삼원극장에서 경찰서에 이르는 길에는 수만명의 시민이 모여들어 환호를 외쳤다"고 회고했다.
또한 정 대표는 "우리앞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놓여 있으나 우리가 6월 항쟁을 기억하며 하나되어 전진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면서 "암울했던 과거를 잊지말고 6월 승리의 기억을 간직하며 실질적 민주화와 통일,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숨쉬는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이대수 공동대표는 '시민에게 드리는 글' 낭독에서 "6월 민중항쟁 당시 안양1번가에 울려펴진 독재타도 호헌철폐의 거대한 함성은 끝나지 않았다"며 "피와 땀의 성과를 일부 정치인들이 팔아먹지 못하도록 이제 다시 시민들이 두눈을 크게 부릅 뜨자"고 목소리를 외쳤다.
한편 6월 민주화항쟁 20주년 안양·군포·의왕 추진위원회는 현대적 관점에서 계승하고 재현하는 의미로 오후 7시 군포시 산본중심상가 이마트앞에서 '함께 불러요. 아침이슬'을 주제로 '6월민주함성 끝나지않은 노래' 기념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6월 민주항쟁기념 문화제는 20년 전 당시를 기억하며 민중가요의 대표적 그룹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 공연과 판소리, 합창 등으로 6월 민주항쟁을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들과 일반 시민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오는 26일 오후7시 6월 항쟁 역사의 현장 (구)안양경찰서에서 개최되는 '6월 민주항쟁 기념 토론회'는 안양권에서의 민주항쟁과 7·8·9 노동자 대투쟁의 기록들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에서의 역사 흔적들을 평가하고 정리하는 자리로 마련할 예정이다.
| | 20년전 빛바랜 사진속에 당신 모습이 담겨 있네요 | | | |
| | ▲ 사진속 내 얼굴은 어디에 있을까 | ⓒ최병렬 | 안양 2001아울렛 거리에서 펼친 사진 전시에는 20년 전인 1987년 6월 안양 중앙로 거리의 시위 장면을 비롯 이후 안양지역에서 거대하게 분출되었던 수많은 노조 결성과 집회 현장 장면, 거리에 뿌려졌던 각종 유인물 들의 모습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평화대행진과 집회에는 당시 안양권 노동자 투쟁의 주역들이었던 다우전자, 안양전자 등 20대 꽃다웠던 여성 노동자들이 이제 40대 중년 여성들이 되어 20여년만에 반거운 얼굴들과 해후를 하고 지나 온 시간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들을 보였다.
이들은 전시된 노동조합과 집회와 행사 사진들속에서 각자의 얼굴뿐 아니라 반갑고 보고싶은 동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함께 온 자녀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이날 20주년 행사에 함께 참여한 옛 동료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면서 모처럼 지난 세월을 만끽했다.
특히 이날 기념 행사에는 1987년 6월 항쟁이후 '근로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며 안양지역 노동계에 거세게 몰아친 노동자 대투쟁에서 장기 농성을 전개했던 안양전자와 다우전자 여성노동자들이 다수 참여해 감격스런 해후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다우전자 노조 임원으로 '인간다운 삶을 달라'고 외쳤던 김미라씨는 이제 안양 호계동에서 학원을 경영하는 원장으로 변신하고, 안양전자 노동조합장으로 본사 건물에서 장기 농성을 전개했던 백다례씨는 모 기업 지점장을 맡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김미라씨는 "그때(1987년 당시)는 정말 너무 힘들게 살았던 시기였다"며 "20년이 지나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당시 기억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얼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고 시간은 지났어도 변하지 않은 정신과 마음들을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 최병렬 | | | | |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