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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겉표지 ⓒ 평민사
저자가 찾은 곳은 구체적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키르키즈스탄 3개국이다. 그 곳에서 저자는 무엇을 보고 들었을까? 한국의 모습이다. 한국의 모습이 어디에나 있다고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오래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당나라 장수였던 고선지 장군이 있다. 저자가 찾은 타쉬켄트는 1300여년 전 고선지 장군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점령했던 곳이다. 그리고 1937년 연해주에서 강제이주당한 한인들의 흔적도 있다. 당시에 일부 사람들이 이 곳에 정착했고, 지금도 후손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그 곳에서 또 다른 우리의 흔적을 발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와 함께 밤거리를 달리는 대우차들을 보는 것은 또 어떨까? 그런 것들은 멋진 관광지를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맛'을 주고 있다. 보고 듣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생각할 거리들까지 던져주기 때문이다.

타쉬켄트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저자는 이런 것들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다들 이색적인 것을 알려주려고 하는 때에, 저자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것들, 우리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관광이 아닌 '여행'이기에 그리한 것일 테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의 즐거움으로 '수도꼭지 모양과 같은 것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것들이야 말로 여행간 그 곳이 살던 곳과 무엇이 다른지 알려주는 귀중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평원에서>를 보면서 저자가 그런 소소한 것들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에 여러 번 놀랐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며 생활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저자는 꼼꼼하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상상을 하게 만든다. 기차가 출발한 뒤에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빵과 요구르트가 담긴 간식을 나눠주는 장면을, 경찰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뇌물 요구하는 장면들…. 많은 장면들이 글자들 위에서 덧칠해지고 상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저자의 '여행의 기술' 덕분이다.

좋은 여행책이란 무엇일까? 화려한 사진? 친절한 안내? 그것도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닌 것 같다. 사실 그런 것이야 이미 인터넷에 나와 있는데 뭐 하러 책으로 보겠는가. 일부러 책을 본다는 것은 그것에서만 얻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일 텐데, 나는 그것이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로 인해 시야를 넓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평원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감히' 좋은 여행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앙아시아를 막연한 관광지로 그린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것들을 찾아 이야기했으며 큰 것뿐만 아니라 작은 것들까지 보여주는 여행을 함으로써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눈을 넓혀 중앙아시아까지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평원에서>, 책의 끝머리에서 상상이 더해지다 보니 자꾸만 몸이 근질근질거린다. 발동이 걸린 것인가? 이것을 어떻게 참아야 할까? 이래저래 한동안 고생하게 될 것 같다. 아주 '즐거운' 고생을.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 - 중세에서 1870년까지

거다 러너 지음, 김인성 옮김, 평민사(2007)


#중앙아시아#고선지#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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