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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뉴스'는 독자가 참여해 완성해나가는 '팬 픽션(fan fiction)' 형식의 뉴스입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는 주제나 사안에 대해 기자가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에 대해 독자들이 직접 주인공 또는 조언자의 입장에 서서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후 독자들이 남긴 의견을 반영하면서 최종적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주제는 '국기에 대한 맹세'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히틀러·무솔리니·박정희. 예부터 애국을 강요했던 분들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 분이 없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더 많은 희생을 하고 더 많은 생산을 하는 도구로 취급했던 분들은 언제나 애국을 강요했다."

오민석(남·16)군은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 청소년 선언문('청소년이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을 힘차게 낭독했습니다. 오군을 비롯해 전국 102명의 청소년이 선언문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었습니다.

80여개 시민사회단체도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은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의 명령으로 양심을 획일화하고 애국을 강요하는 교육은 애국심을 높이기는커녕 청소년의 인권·자유를 억압하고 국가 범죄를 정당화 할 수 있다"면서 "국기 맹세·경례를 폐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4월 23일 공공기관에서의 국기에 대한 맹세를 법으로 규정한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국기 맹세 문안을 새롭게 바꾸기로 했다"면서 수정안을 예시하고 지난 8일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85개 인권사회단체들은 11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 폐지를 촉구하며 국기법 시행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권운동사랑방,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85개 인권사회단체들은 11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 폐지를 촉구하며 국기법 시행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안윤학

[폐지론] "사상·양심의 자유를 보장해야"

이날 인권운동사랑방·문화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일제 군국주의의 잔재이자 과거 권위주의 시대부터 시작됐다"며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교육권을 박탈하는 등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고 성토했습니다.

이들은 "박정희 유신체제와 함께 전 국민의 일상으로 파고든 국기 맹세는 국가에 대한 굴종을 강요해온 주문이었다"면서 "일제시대 천황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던 '황국신민서사'와도 다를 바 없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특히 "애국을 강제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토론없는 진리와 대립없는 주체성에 호명하게 할 뿐이다"면서 "개인 스스로 정립해야 할 양심과 도덕을 거부하게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송원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은 "국기 맹세는 어린 아이들의 뇌리에 맹목적 애국이라는 틀을 짜 맞춰 국가의 지배를 쉽게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고, 학부모 김태정씨는 "애국에 대한 자유를 허용해야 진정한 민주화"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변 송호창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기 맹세를 의무화하는 것은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서 "민변 측에서도 시행령에 대한 헌법 소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국기 맹세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에 주목했습니다. 지난해 8월 경기 부천 상동고 이용석 교사가 이로인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게 최근 사례입니다.

지난 2003년 12월 박준규(17)군은 고입 면접 전형서에 "종교 신념상 국기 경례를 하지 않으니 양해해 달라"고 썼다가 경기 의정부 영석고로부터 입학을 거부당했습니다. 1973년에는 경남 김해여고 학생 6명이 국기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적을 당한 바 있습니다.

[존치론] "국가 없이는 평등도 없다"

일부 시민사회 단체들이 국기에 대한 맹세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는 반면 과반수 이상의 시민들은 국기 맹세가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다음'에 실린 <한겨레21>의 '국기에 대한 맹세 없애자'(2006.1.3. 제592호) 제하의 기사에는 최근까지도 댓글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일 오후 5시 현재 해당 기사 하단 '댓글 대결'에는 총 1만517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 중 약 74.3%(1만1250개)가 '없앨 필요 없다'는 주장입니다. '없애야 한다'는 입장은 25.8%(3917개)에 그쳤습니다.

누리꾼 '큰고래'는 "국민의 존재는 국가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우리 역사에서 알 수 있다, 국가가 튼튼할 때 사랑도 있고 평등도 있다"면서 "국기에 대한 맹세는 대한민국 민초가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누리꾼 '팔랑개비'는 "국기 맹세의 탄생 이유가 아무리 더럽다 하더라도 그 뜻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면서 "지금에 와서 '독재자가 만들었다'며 폐지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력했습니다.

'단동한인회'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충성은 아무리 강요해도 문제될 게 없다" '사업부'는 "최소한의 애국심은 표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수 언론 또한 국기 맹세의 존치론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달 초 사설에서 "유신정권이 (국기) 맹세를 만든 데는 남북대치와 국력 총동원의 상황에서 개인보다 국가를 강조하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요즘처럼 나라사랑이 희미해질 때 (국기) 맹세의 정신은 오히려 고양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습니다.

'유지' 75%-'폐지' 14.6%... 당신의 선택은?

지난달 16일엔 행자부가 밀워드브라운 미디어 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75%에 달했고, 14.6%만이 '폐지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맹세문의 수정 여부에 대해서도 '현행대로가 좋다'는 의견(44%)이 '시대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42.8%)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편, 국기에 대한 맹세는 1968년 3월 충청남도 도교육위원회에서 제정해 도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하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현재와 같은 형식의 국기 맹세는 문교부가 1972년 8월 교육의 일환으로 시작했습니다. 1984년 2월엔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으로 격상됐습니다. 이어 2007년 행자부는 국기 맹세를 법령(시행령)로 또 한 차례 '업그레이드'시킬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말해주세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은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국기법과 그 시행령안이 오는 7월 27일 시행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주장대로 시행령안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이를 마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아래 독자 의견란에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주세요. 여러분이 내주신 의견을 보태 이 기사를 완성하겠습니다.


'맹세'의 변천사

▲ 일제시대 - 애국조회 때 황국신민서사(아동용) 낭송 강요.
"1.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입니다. 2.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 폐하께 충의를 다합니다. 3.우리들은 인고단련(忍苦鍛鍊)하고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되겠습니다."

▲ 1968년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써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 1972년~현재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 행자부 예시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서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하여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사랑과 자유와 평등의 이름으로 국민의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써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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