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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를 처음 탈 때의 승차권이라 보관했다.
KTX를 처음 탈 때의 승차권이라 보관했다. ⓒ 최육상
고속열차는 씽씽~ 잘도 달렸다. 꿈의 속도 300km라더니 속도표시판에는 꾸준히 시속 290km 안팎의 숫자가 오르내렸다. 고속열차는 거짓말처럼 서울을 떠난 지 2시간 40분만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나는 업무를 보는 중간 중간 민 지부장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민 지부장은 회의와 업무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며 늦은 저녁에서야 전화를 걸어왔다. 그 때는 거꾸로 내가 업무상 술을 마시고 있었기에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부산에서의 일은 다음 날 저녁에서야 끝났고, 결국 나는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쓰지 못했다.

이것은 지난 2005년 12월 28일, 처음으로 접했던 KTX와 승무원들에 얽힌 이야기이다.

그 날 이후, 승무원들은 내 이메일로 투쟁소식이 담긴 보도자료를 보내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난 2006년 3월 1일 파업을 시작한 뒤로 그녀들은 문화제, 촛불집회, 항의방문, 점거농성, 단식농성 등을 통해 여러 신문기사와 방송뉴스에 등장했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단 한 번도 그녀들의 소식을 기사로 쓰지 못했다. 이미 많은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녀들의 첫 집회를 취재하고서 쓰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는 그녀들에게 미안하고 염치가 없어서였다.

KTX 여승무원 "우리는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승무원이 직접 써 준 전화번호가 담긴 당시 취재수첩.
승무원이 직접 써 준 전화번호가 담긴 당시 취재수첩. ⓒ 최육상
첫 경험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KTX도 마찬가지다. 다만, KTX는 첫 사랑과 첫 만남 같은 기분 좋은 것들과는 다르게 '미안한 첫 경험'으로 가슴 깊게 남아 있다.

지난 4월 KTX는 누적 승객 1억명을 돌파했고, 하루 이용객도 1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러한 빛나는 수치와 KTX의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수백명의 비정규직 여승무원들이 숱하게 쏟아낸 눈물이 있다.

KTX는 꿈의 300km를 자랑하는데, 그 KTX를 빛내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그녀들의 꿈은 왜 자랑스럽게 대접받지 못하는 것일까.

지난 2005년 12월 28일 100명 가량 되던 승무원들의 외침은 내 취재수첩에 그대로 적혀 있다. 그 외침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애석하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저 놈의 KTX만 보면 그녀들의 꿈을 전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저 미안한 마음에 그녀들의 외침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KTX#KTX승무원#민세원#한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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