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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들은 생방송을 재미있어할까? 녹화를 재미있어할까? 생방송에서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부담감은 있지만, 생방송이 주는 묘한 긴장감은 오히려 쾌감으로 이어진다. 생방송은 거친 면이 있지만, 생동감이 있다. 생방송이 주는 긴장감은 스튜디오나 공연장의 분위기를 더 흥겹게 한다.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는 그대로 시청자에게도 전달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돌발적인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만다. 작년 8월 <인기가요>는 여성그룹 씨야의 백댄서가 쓰러져 들려나가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했다. 인디밴드 카우치가 성기를 노출한 것도 생방송 중이었다. 무엇보다 생방송에서는 다양한 구성을 시도할 수 없다. 다양한 구성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따라서 생방송은 다양한 볼거리를 시청자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만다. 이러한 고민은 최근 음악 프로그램의 시청률 저조에 대한 자구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SBS TV <인기가요>가 생방송을 포기했다. 오는 21일부터 녹화에 들어간다.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음악 프로일 때는 차별성이 없어지고 만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설정과 장치를 구사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생방송에서는 이 장치와 무대의 설치를 할 여지가 없지만 녹화는 시간적 여유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공개 형식이 아닌 비공개 형식의 프로그램이 가지는 장점도 충분히 있다.
어디 음악 프로만일까. 개그에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그콘서트>는 음악 콘서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 이 프로그램이 히트를 치면서 극 연출 형식의 개그나 코미디는 사라졌다. 다양한 세트장의 설치를 통한 웃음은 자취를 감췄다. 즉 드라마처럼 세트 안에서 촬영했던 개그나 코미디를 볼 수가 없었다. 간혹 개그맨이 아닌 배우나 가수들이 극코미디를 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한 점에 착안해 <헤이헤이헤이>가 다양한 장치와 설정을 통한 극 연출 코미디를 선보였다. 물론 출연자 대부분은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 아니었다. 이 점도 신선했다. 물론 그 재치나 순발력은 개그맨과 코미디언을 방불케 했다. 다른 이들이 필요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동엽의 독무대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헤이헤이헤이2>로 이어졌고, 한국판 시즌제의 시초라는 타이틀을 얻기에 이른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은 스탠딩 코미디 방식의 개그 프로그램만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공개 형식의 스탠딩 개그는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만다. 더구나 호흡이 지나치게 빠르고 산만해지기 쉽다. 또한 연출자의 극적 개입 여지가 없다.
<헤이헤이헤이2>의 단점도 생각할 점이다. 다양한 연출과 설정은 있지만, 구성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DY 라인'이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몇몇 스타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눈요기로 덧붙여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쟁이 없다. 이는 <웃찾사>로 촉발된 개그 프로그램의 경쟁적 요소와는 딴 판이다. 물론 이 때문에 지상파 코미디물이 몰락했다. <헤이헤이헤이>가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갈수록 식상해지는 이유이다. 방송사 내의 개그맨 인력풀로 움직이던 때와 다를 게 없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극 연출 방식의 코미디를 선보여야 할 필요성은 있다. 차별화된 볼거리를 위해서다. 그러나 <웃음충전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무조건 비공개 극 코미디의 시도라고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개 코미디의 성과와 비공개 코미디의 합일을 이루어야 하는 시점인지 모른다. 장점을 변증법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대안일지 모른다. 요소를 결합시킬 수도 있고, 공개와 비공개의 적절한 배합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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