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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산장 뒷뜰
ⓒ 강석인
6개월 만에 아버님과 어머님 두 분을 여의고 허전을 마음을 달래던 중 막내가 가장 슬픔이 컸던지 웅석봉 아래 “맑은 산장”에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고 연락이 왔다. 맑은 산장 농원은 작년 여름 어머님을 모시고 나들이를 갔던 곳.

지난 일요일 밤샘 근무를 마치고 이른 아침 산장에 도착해 보니 가슴 속에 묻은 이야기들을 얼마나 쏟아냈는지 소주, 맥주병이 수북하다. 형제들이 모여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며 항상 흐뭇해 하셨는데… 어머님도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셨을까?

▲ 경호강과 대진고속도로
ⓒ 강석인
7형제 부부는 오후에 산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두 그룹으로 나눠 웅석봉과 대원사 계곡으로 떠났다. 밤머리재에서 20여분 가파른 산길을 오르자 경호강과 대진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고 멀리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있다.

왕재를 지나자 능선 중간 중간 직벽을 타고 올라오는 냉장고 바람이 더위를 식히며 피곤함을 잊게 해 준다. 전망대에 서니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을 거쳐 흘러내린 능선이 왕등재에서 잠시 쉬었다가 밤머리재로 떨어진다. 밤머리재에서 다시 치켜 올라 경호강을 따라 완만한 오름을 이어가다가 힘을 모아 불쑥 웅석봉을 만들어 낸다.

▲ 다래순 채취
ⓒ 강석인
웅석봉 정상 200m 아래 샘터에는 가뭄도 아랑곳하지 않고 약수가 흘러넘친다. 시원한 물맛에 반해 한 바가지 퍼마시고 물병을 모두 비우고 샘물로 갈아 채운다. 샘터 주변을 뒤덮고 있는 다래 넝쿨을 보고 “귀한 다래 순이 산꼭대기에 이리도 많노… 시장 가봐라 얼마나 비싼데…” 누님의 다래나물 예찬론에 가던 발걸음 멈추고 다래 순 채취 경쟁이 벌어진다.

▲ 가족들
ⓒ 강석인
정상에 올라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여자들은 한 배낭 가득 다래 순을 채워 왔다. 다른 산객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동안 다래순을 만지작거리며 맹물만 들이킨다. 형제들은 해발 1000 고지 이상 고산 등반이 처음이라 미처 식사 준비를 못해 왔는데, 이제서야 어쩌랴!

15:00 산장에 도착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해가 웅석봉 능선에 걸릴 때쯤 “다래 순은 살짝 데쳐 먹으면 쫄깃쫄깃 기가 막힌다. 내년에 다래순 따려가자 조르지 말라”는 누님의 농을 뒤로하고 형제들은 부산, 마산, 진주 각자 삶의 터전으로 향했다.

승용차 핸들을 생초방면으로 돌려 약초정식으로 소문이 자자한 세검정 가든을 찾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약초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식사를 하는 동안 이 집 주인이며 약초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왕산님이 옆에 앉아 약초 반찬을 일일이 설명해 주어 향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세검정에서 구한 팔선주를 반주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마눌이 삶은 다래순을 한잎 주며 맛을 보란다. 맛이 와 이래… 시금 텁텁한 게… 쫄깃쫄깃하다던 다래 순 맛이 이렇지는 않을텐데…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하자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며 다래나물을 검색을 하던 마눌.

앗! 개다래다.

그거 먹으면 안된대… 고양이가 개다래를 먹으면 용맹을 잃고 흐느적거린다고 해….

마눌은 개다래를 알린다고 여기저기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고 야단법석이다.

그 봐라… 그게 바로 자연을 훼손한 벌이다. 그만 따고 산이나 오르자고 하는데 말 안듣더니만….

에고… 베란다에 늘려 있는 저 많은 다래 순 다 어쩔는지….

태그:#개다래, #웅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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