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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아이들과 24평인 아파트 안에서 지내다 보면 숲이 우거진 시골풍경이 너무 그립다.

그래도 나는 참 다행이다. 친정집, 그리고 시댁 또한 시골집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두세 번 내려가는 시골풍경은 나에게 청량음료와도 같다. 맑은 공기와 울창한 나무들은 꽉 막힌 나의 답답한 가슴을 확 뚫어주기 때문이다.

언젠가 남편에게 "시골에서는 못살더라도 아파트 말고 주택에서 한 번 살아보는 건 어떠냐"며 물어본 적이 있다. 남편은 아파트생활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내 말을 그리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내가 아파트생활을 싫어하게 된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이웃 간에 정이 없다는 거다. 몇 달 전에 앞집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는데, 맞벌이 부부여서 그런지 한 달 두 달이 되어도 앞집 부부의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더니 앞집 부부를 처음으로 봤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인사는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 집 사람들이 아는 체도 안 하기에 나도 그냥 모른 체하고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먼저 인사 좀 하지 그랬어"라고 말은 했지만 내심 앞집 부부가 괘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남편도 먼저 인사를 안 한 건 잘못이지만 그래도 이사 온 집은 앞집이 아니던가. 남편 말에 참으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을 했다가 들어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여자가 5층을 누르는 것이었다. 앞집 여자였다. 여전히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나는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앞집 사시나 봐요."
"네 안녕하세요."

그제야 웃는 얼굴로 내게 인사한다.

나는 말이 나온 김에 가끔 아기 울음소리도 나고 해서 아기가 몇 개월이냐며 물어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해어졌다.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먼저 다가서는 게 이리 쉬운 일이거늘 왜 사람들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 갈수록 삭막한 세상을 만드는지….

지금도 아파트 안에서는 이웃 간에 서로 얼굴도 모르는 체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예전 TV 광고 하나가 생각난다. 뒤에서 자꾸 따라오는 남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겁에 질려 마구 뛰어가 집 문을 여는 순간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이란 걸 알고 안심하는 광고. 지금 생각해 보면 갈수록 삭막해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걸 일깨워주는 그런 광고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오늘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놀이터에 가서 놀기 좋아하는 큰아이가 장난감을 그만 놀이터에 놓고 와 잃어버렸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어온 큰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 내 장난감 그 곱슬머리 애기 집에 있어, 내가 봤어. 근데 안 준대"하며 울먹이는 것이었다. 일층에 사는 아이인데 지나가다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걸 본 모양이었다.

"아줌마한데 달라고 얘기해봤어?"
"응 근데 안 준대."

나는 같이 가서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안에서는 쉽사리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뭐 좀 여쭤볼 게 있는데요."
"무슨 일이신데요."
"우리 아이 장난감 때문에 왔는데요."

그 여자의 말투는 내가 무슨 싸움 대상인 것 마냥 대했다. 그러더니 내 아이의 장난감을 주며 "지들끼리 서로 바꿔서 놀았나 봐요"하며 문을 닫아버리는 거였다.

기가 차는 건 둘째치고 너무 기분이 상해서 큰아이에게 다시는 이 집 꼬마하고 놀지 말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그런데 언제 나갔는지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그 꼬마와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 꼬마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그 아이 엄마가 미운 것인데….

같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고 그 엄마 역시 매일 같이 노는 내 아이를 봤을텐데, 왜 그렇게 삭막한 대접을 해야만 했는지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쩌면 갈수록 삭막해지는 이사회가 서로 간의 사람들을 경계하고 믿지 못하게끔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 서글픈 생각마저 들게 했다.

앞으론 살기 좋은 세상과 함께 더불어 이웃 간의 정이 더욱 돈독해지는 사회가 되길 살짝 기대해본다.

#이웃#아파트#빌딩숲#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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