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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방귀차가 소독을 하고 지나간 듯한 긴 꼬리가 있는 하늘.
ⓒ 서미애
우리 아파트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떡볶이와 순대, 어묵을 파는 아줌마가 오십니다. 트럭에 인테리어를 반듯하게 해놓아 우선 참 깔끔하다는 이미지를 풍겨주는 그런 떡볶이 차량입니다.

아줌마는 인상도 좋고 친절하기도 하고 또 나이도 저와 엇비슷해서 가끔 순대나 떡볶이를 사러 갈 때면 한참씩 수다를 떨고 오는 그런 사이입니다.

우체국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다가 잠시 쉬려고 떡볶이 차 옆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습니다. 바람은 솔솔 불고 하늘을 마치 가을 하늘처럼 높고 구름이 환상입니다.

마치 방귀 차가 하늘을 소독하고 달아난 것 같은 긴 연기 꼬리가 이어졌다가 다시 이불 속에서 도망 나온 목화 솜이 얇게 펴져 누워 있는 듯도 하다가, 또 팽이버섯 머리처럼 동글동글 모였다가 흩어지기도 했습니다.

“저 하늘 좀 봐요? 정말 예쁘다.”
“그러게 말이에요. 오늘은 바람도 그렇고 하늘도 꼭 가을 하늘 같아요.”

포장마차는 한가했고,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동영상으로 그려지는 하늘 그림을 한참 동안 구경했습니다.

“언니는 아이들이 몇 명이에요?”

떡볶이 아줌마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딸만 둘이요. 아줌마는요?”
“우린 아들 하나 딸 하나.”
“장사는 잘 돼요?”
“요즘 잘 되는 장사가 어디 있겠어요? 이 앞을 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그만큼 장사도 안돼요. 언니도 집에서 무슨 일 한다고 했잖아요? 그건 어때요?”
“저도 일감이 없으니까 한가하게 여기에 앉아 있지요. 큰 일이에요.”

▲ 창밖으로 바라본 하늘이 액자에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 서미애
지나가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하는 아줌마의 말에, 사람들은 여전히 아파트에 살고 있고, 주 출입구가 이곳 정문인데 왜 지나가는 사람들이 줄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살림만 하던 엄마들이 직장을 많이 나가더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영향으로 단골이 줄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층에 사는 다솔이(가명) 엄마만 해도 그렇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는 AS기사인 다솔이 아빠가 일이 없어 노는 날도 많고 월급도 제대로 안 나온다며 땅이 꺼지게 걱정을 하던 다솔이 엄마도 결국 병원 식당으로 일을 나갔습니다. 203호 동현이 엄마도, 1402호 아줌마도, 또 1501호 아줌마도 모두 집에서 살림만 하던 엄마들인데 지금은 직장에 다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점점 줄어드는 손님에 날씨는 덥고, 순대와 어묵과 떡볶이와 만두에 모두 네 개의 가스 불을 켜 놓은 그 좁은 트럭 위에 앉아 있는 아줌마의 마음에도 천 불이 일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 이건 제가 아이들에게 주려고 만든 떡볶이 사진입니다. 떡볶이 아줌마의 떡볶이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 서미애
대화는 자연스레 생활이야기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아줌마의 남편도 개인택시를 운행 한다고 해서 “어머 그러냐고?”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요즘 택시 해서 어떻게 먹고 살겠느냐며 하소연을 늘어놓았습니다.

예전에는 개인택시 하나면 남부럽지 않다던 시절도 있었다지만 요즘은 자가용 없는 집이 없고 택시요금보다 싼 대리운전이 우후죽순이니 택시 영업이 힘든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손님이 없어 한가한 떡볶이 아줌마와 일감이 없어 빈둥거리는 아줌마의 대화는 그렇게 한숨까지 버무려졌습니다.

다섯 자매의 막내로 태어나 돈에 대한 구애는 별로 안 받고 살다가 결혼 후에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만으로 살아야 되는 줄만 알았는데 남편의 작은 월급과 커가는 아이들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하다보니 하는 수 없이 운전을 배워 이 장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나이도 동갑이고 결혼한 시기도 1년 차이라서 살아 온 이야기가 비슷했습니다. 두어 시간을 그렇게 앉아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는 마술사의 입에서 끝없이 나오는 하얀 종이 같았습니다. 포장마차는 여전히 한가하고.

아까 손에 들고나가던 것이 무어냐고 묻길래 언니에게 보낸 나의 글이라며, 내가 글쓰기에 취미가 있어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에 글을 좀 올린다고 했더니 자기 포장마차 이야기도 좀 써 달라고 부탁합니다.

▲ 아줌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포장마차. 학생들의 하교 전이라 손님이 더 뜸했던 것 같아요.
ⓒ 서미애
금요일 신내동 대명아파트 정문 앞에 오시면 매콤하고 쫄깃한 맛이 환상인 쌀 떡볶이와 오동통통 속이 꽉 찬 맛있는 순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뜨끈하면서도 시원한 어묵 국물은 무제한 리필 입니다.

떡볶이 차량 옆,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한 여인과 차 위에 올라 앉아 열심히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또 한 여인, 호랑이띠 두 여인은 그렇게 한가로운 수다로 어묵을 끓이고 순대를 썰고 떡볶이를 버무렸습니다.

손님이 없어 오래 데워진 순대는 옆구리가 툭툭 터져있었습니다. 장사가 잘 안 돼 속 터지는 아줌마의 마음처럼, 일감이 없어 애 터지는 제 마음처럼, 순대는 속이 툭툭 터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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