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사실상 풀리면서 북한 핵시설 폐쇄와 차기 6자회담 개최 등 '2.13 합의' 이행을 다시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관련국간 움직임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가 18일 베이징과 서울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향후 스케줄이 구체화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영변 핵시설 폐쇄를 위한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간 협의가 평양에서 시작되고, 7월 말쯤 폐쇄와 봉인 조치가 완료된 뒤 6자회담이 재개될 전망이다. 이 사이에 한국은 북한에 제공키로 한 중유 5만t을 준비, 북한이 핵시설 폐쇄를 완료하는 시점에 맞춰 보낼 계획이다.
힐 차관보는 이날 저녁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찬을 함께 하며 이 같은 향후 일정을 확인했다. 지난 주말 BDA 북한자금의 송금이 확인되고 북한이 IAEA 대표단을 초청하겠다고 밝히면서 나왔던 성급한 전망보다는 일정이 다소 늦춰지는 인상이다.
폐쇄-봉인 조치 7월 말 완료 전망
지난 16일 북한 원자력총국 이제선 총국장 명의의 초청장을 접수한 IAEA는 18일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올리 하이노넨 사무부총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다음 주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힐 차관보가 지난주 몽골에서 "곧 출발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번 주중 방북이 예상됐던 IAEA 대표단의 출발시점이 왜 늦췄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IAEA 성명에 '북한의 요청에 따라'란 문구가 들어있는 점에 비춰볼 때 북한과의 협의 과정에서 일정이 조정됐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BDA에 동결됐던 북한자금의 송금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는 상황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송금완료를 확인한 뒤 IAEA 대표단을 받아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자금은 러시아 중앙은행으로 이체된 것은 틀림없으나 최종 목적지인 러시아 극동상업은행의 북한계좌에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영재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18일 "돈은 현재 러시아 중앙은행에 예치돼 있으며 조만간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계좌로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간의 시간을 요구했던 기술적 문제들이 사실상 정리됐다"면서 "러시아측은 미국은 보장을 받았고, 어제 러시아 중앙은행에 돈이 들어왔다"고 말해 앞으로 남은 절차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인식을 내보였다.
"영변 핵시설 폐쇄 한달 정도 걸릴 것"
영변 핵시설의 실질적인 폐쇄와 봉인 조치는 IAEA 대표단이 방북 결과를 가지고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로 돌아와 특별이사회에 보고한 뒤 감시요원들을 북한에 파견함으로써 시작된다.
러시아 통신사 <인테르팍스>는 18일 "우리측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 폐쇄에는 기술적으로 한 달 정도 걸린다"는 베이징의 북한 외교소식통의 말을 전하면서 핵시설 봉인작업이 7월 하반기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또 봉인이 이뤄진 후에 차기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베이징을 거쳐 18일 저녁 방한한 힐 차관보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기 6자회담 은 아마도 영변 핵시설 폐쇄 후에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7월 초 개최를 언급했던 힐 차관보가 이같이 말한 것은 베이징에서 중국 및 북한 측의 의견을 들은 뒤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힐 차관보는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이 문제를 협의했고 한·일 수석대표와도 협의할 것"이라며 "앞으로 며칠 안에 차기 회담 일정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핵시설 폐쇄는 관련국들이 이미 많은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추가 협의 없이 할 수 있다"며 북한이 조속히 핵시설 폐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