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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기본권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건설, 학습지,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조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 1만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17일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기본권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건설, 학습지,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조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 1만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 오마이뉴스 안윤학
저는 퀵 서비스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저를 일반 노동자로 보지 않습니다. 아니,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도 힘이 듭니다.

저는 '높은' 건물에 들어갈 때 수차례 제지를 당한 바 있습니다. 건물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들이는 것마저도 막아 난처할 때가 많았습니다. '퀵 서비스맨'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죠. '나도 시민의 한 사람인데'하는 생각에 서글펐던 기억이 있습니다.

건물 출입을 못할 경우 1층 로비에서 물품 수령자를 기다려야 합니다.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도 '안내'라고 쓰인 청사 밖 건물에서 공무원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출입증을 받아 청사를 드나들던데, 퀵 서비스맨은 출입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물건을 받아야 할 사람이 늦게라도 내려올 때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서둘러 일처리를 하고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하는데 10분, 20분 흐르는 시간을 보고 있자면 속이 타들어 갑니다.

"어이, 오토바이" 외치는 경찰... 퀵 서비스 노동자의 설움

경찰관으로부터 무시를 당한 적도 많습니다. 경찰에겐 단속 예절이란 게 있습니다. 경례를 한 뒤 '면허증 좀 보여 주십시오' 하는 등 격식을 차려야 하죠. 그런데 퀵 서비스맨을 부를 땐 '어이, 오토바이'라고 소리칩니다. 열에 여덟 명은 그런 식입니다.

지난주 서울 마포구 공덕사거리에서 단속에 걸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나를 '오토바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일은 경찰이 '면허증을 보여 달라'는 말도 없이 무턱대고 제 오토바이 키를 빼 가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이어 '정지선을 위반했다'며 4만 원짜리 '딱지'를 뗐습니다. 억울했습니다. 빨간불 켜져 정지선 앞에서 멈춰 선 뒤, 파란불로 바뀌어 출발한 것을 두고 정지선을 위반했다니요.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경찰은 '그럼 신호 위반이다'고 말을 바꾸더군요.

너무 분해서 마포경찰서 청문감사실에 그 경찰관을 신고 했습니다. 아울러 부당한 벌금에 대해서도 마포경찰서 민원실에 이의 신청을 했습니다. 저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판사님은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실 거라 믿습니다.

"인간 대접 못 받는 건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결의대회 참가자들의 등에는 모두 '특수고용 노동3권 쟁취'라고 쓰였습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의 등에는 모두 '특수고용 노동3권 쟁취'라고 쓰였습니다. ⓒ 오마이뉴스 안윤학
사람대접을 못 받는 것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이 '회사 나가라'고 하면 당장 다른 일터를 알아봐야 합니다. 해고 통지가 부당하다 해도 일반 노동자들과는 달리 노동위원회나 노동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퀵 서비스맨은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개인 사업자와 가깝다고 하더군요. 노동자도 아니고 사업자도 아닌 사람들, 바로 특수고용직 노동자입니다.

특수고용직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습니다. 게다 주로 계약직인 탓에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레미콘·화물차 운전기사, 대리 운전기사, 학습지 선생님,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간병인 등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입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 정해진 사업장의 근로 지시에 따라 일을 하고 임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일반 노동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업자에 가깝다고 해서 넉넉한 살림을 꾸리는 것도 아닙니다. 하루 12시간 동안 일해도 한달에 100만 원 이상 벌기가 어렵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침 8시부터 밤 11~12시까지 일하는 동료들도 많습니다.

퀵 서비스는 지입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사에 매달 40~60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여기에 기름값, 오토바이 수리비까지 쓰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퀵 서비스맨들은 한번 다치기라도 하면 생계가 막막해집니다. 아이 교육비만 해도 허리가 휠 정도입니다. 일을 해도 빚만 늘어갑니다.

'노동3권'이 희망... 그러나 특수직 보호법엔 '단체행동권' 빠져

그럼에도 제겐 희망이 있습니다. 바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도 정상적인 노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열악한 노동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정부가 이달 의원입법 형식으로 제출(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 대표 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특수고용직 보호법)'에는 '단체행동권'이 빠져 있습니다. 특수고용직을 '노동자와 자영인의 중간'으로 규정해 집단행동을 봉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 통과된다면, 노동자들의 단결권·단체교섭권마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에 의존할 경우, 사용자 측의 입장만 관철되는 폐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저를 비롯한 퀵 서비스맨들은 지난 18일 오후 2시께 서울 마포대교 남단 교차로에 섰습니다.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였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에 힘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건설, 학습지, 경기보조원 노조 등 1만 여 특수고용직 노동자들과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우리들은 이날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생존권 보장 ▲단체행동권 포함 노동3권의 완전 보장 ▲비정규직 관련법 무효화 및 전면 재개정 등을 촉구했습니다. 200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생활고와 빚더미에서 벗어나는 그날을 위해.

국회로 행진하던 노동자들이 도로를 막아놓은 경찰버스에 쇠줄을 매달아 잡아당기고 있다.
국회로 행진하던 노동자들이 도로를 막아놓은 경찰버스에 쇠줄을 매달아 잡아당기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제공
마포대교 남단 네거리를 점거한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마포대교 남단 네거리를 점거한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18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하려던 시위대가 마포대교 남단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여의도 윤중로 차로에서 국회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해 이 일대 주요 도로가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었다.

민주노총의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하려던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운동노동조합 덤프연대 소속 조합원 등 5천여명은 이날 오후 2시께 마포대교 남단 교차로 상.하행선을 점거하고 1시간40분 가까이 기습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마포대교 양방향 도로를 모두 통제했고 시위대가 마포대교 남단 도로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이 부근 도로에서는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교통 체증이 빚어져 집회가 열린 여의도 일대로까지 정체가 확대됐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집회 장소와 도로 일대에 교통경찰 및 경력 69개 중대 7천여명을 배치했으나 시위대가 윤중로 차로에서 국회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하면서 경찰 차량 11대의 유리창을 깨고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차로 점거에 항의하는 운전자들과 시비가 붙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불법차로 점거와 폭력 등 불법행위 주동자와 폭력 행위자에 대해 일반교통방해죄, 공용물건손상죄 등을 적용해 사법처리하고 공용물 손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민주노총의 불법시위에 대해 엄정한 사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8천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민주노총 집회가 대규모 충돌없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야간 문화제를 위해 문화마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우려했던 `퇴근길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7년간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인정 요구를 외면해 온 정부가 마지못해 제출한 법안은 사용자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사용자측이 주장해온 경제법적 보호대책을 이름만 바꿔 내놓으며 특수고용직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제도적으로 박탈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수고용직을 비롯한 민주노총은 하루 파업과 집회를 통해 노동자성 인정을 핵심으로 하는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 입법을 촉구한다"며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 및 비정규확산법 무효화와 전면 재개정을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지난주 민주노총은 비정규법 무효화를 위해 비정규법 전면 재개정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며 "비정규법 무효화와 전면재개정 투쟁을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쟁점화해 비정규 차별철폐와 확산을 막아내는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ong0716@yna.co.kr(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덧붙이는 글 | 뙤약볕이 내리 쬐던 17일 특수고용직 노동 기본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얼굴이 붉게 탄 '퀵 서비스맨'을 만났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사를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퀵서비스맨#노동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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