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시 삼성전자와 MBC의 검은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20일자 기자협회보(1380호)에 따르면,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의 삼성전자 휴대전화 폭리 고발 보도 이후 예정됐던 후속보도가 4일 뉴스데스크 편집과정에서 미방영 조치되면서 각종 추측을 낳고 있다는 것.
특히 "이 과정에 MBC출신 삼성전자 모 간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고 기자협회보는 보도했다.
MBC가 6월1일 휴대전화 폭리보도를 내자, 6월4일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보도가 나오게 돼서 송구스럽다"면서 "앞으로 철저한 관리와 교육을 통해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MBC는 6시30분 저녁뉴스를 통해 관련된 기사를 먼저 내보냈지만, 정작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는 이 내용이 방영되지 않았다.
기자협회보는 "MBC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사는 뉴스방영 순서를 나타내는 4일자 뉴스데스크 큐시트(cue sheet)에서 시작 당시 17번째 기사로 편성돼 앵커 코멘트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협회보 기사의 다음 대목이다.
…MBC 다른 관계자는 "MBC 출신 삼성전자 고위간부가 방송 당일 보도국 일부 간부들에게 전화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MBC 보도국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이 간부의 이른 바 '친정 로비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보도국 한 기자는 "삼성전자 간부가 보도국 간부들에게 전화를 한 뒤 결과적으로 기사가 누락되면서 삼성 간부의 개입 의혹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
물론 MBC보도국 간부들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고위간부, 친정로비설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이번 사건은 2년 전 이맘 때 'MBC 이상호 기자의 안기부 X파일'에 대한 MBC 보도태도와 너무도 흡사하다. 당시 탐사보도한 기자와 이번 사건을 탐사보도한 기자 또한 이상호 기자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사건은 아예 보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가 <조선일보> 보도 이후 방송이 나갔다지만, 이번 사건은 후속 보도가 빠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시 사건과 이번 후속보도를 하지 않은 이유도 유사하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MBC 보도국 한 국장급 인사는 "편집회의를 통해 이 내용을 리포트로 제작하려 했으나 인터뷰 등 삼성 쪽 취재가 어려워 단신으로 처리한 것"이라며 "뉴스데스크에서 누락된 것은 단지 시간상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고 전한다.
불과 20초도 채 되지 않는 달랑 두 줄짜리 엥커 코멘트를, 그것도 자사의 보도에 따른 후속 사안임을 반영해 한때 뉴스 중간에 편성해 놓았던 비중 있는 기사를 단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삭제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과거 MBC보도국은 '이상호기자의 안기부 X파일 보도' 당시에도 "보도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조선일보>의 특종으로 사건이 시작되자 첫 날에는 <조선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집중 비난을 받는 후 그 다음 날 이상호 기자가 직접 출연하여 자신이 수개월 간 준비한 내용으로 뉴스데스크 시간 대부분을 할애한 적이 있다.
이 시점에서 MBC출신 삼성전자 고위 간부와 MBC보도국의 적극적인 해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특히 MBC보도국은 이런 의혹설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위기의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MBC보도국이 현 상태로 사건을 덮어버리면 '삼성의 주구'라는 오욕으로부터 더 이상 벗어날 길이 없다.
수많은 기자들이 MBC보도국을 만들어 왔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MBC보도국을 믿어왔다. MBC보도국은 고위간부들의 사유물이 아니다. MBC는 MBC출신 삼성전자 고위 간부와 '검은 거래 의혹'을 받아 MBC보도국의 위상을 훼손시키고, 시청자들로부터 MBC 전체가 욕을 먹게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양문석 기자는 <미디어 오늘> 논설위원이자 언론연대 정책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