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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신작로(新作路). 새로 만든 길이라는 뜻으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게 새로 낸 길을 이르는 말.한 때 도시 발전을 상징했던 '신작로'는 이제 '고속도로'와 '국도'라는 말로 바뀌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37년. 이제 우리나라 고속도로 연장은 1㎢당 29.4m로 일본 16.2m, 영국 14.0m보다 길다. 국도 길이 또한 1㎢당 143.3m로 일본(141.9m)보다 길다. 고속화 도로가 전국을 휘감고 있는 것이다.이로 인해 대도시간 거리가 짧아지면서, 물류비용이 줄고 대도시 인구 집중 현상이 심해졌다. 하지만 그 외 다른 변화는 없을까?한국토지공사가 건설교통부와 함께 발행하는 월간 <시민과 도시> 6월호는 '넓고 곧게 뻗은 길'이 앗아간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주인이 되는 도시를 중요하게 다룬다. 여기서 '넓고 곧게 뻗은 길'은 곧 자동차 중심 도로를 뜻한다. 첫머리는 조현세 도시계획기술사의 글이다. 그는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라는 고 김수근 선생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제 '나쁜 길' 대신 '좋은 길'을 만들자고 호소한다."수십 년 동안 동네 가운데를 통과한 일반국도변의 경우 한편은 접속이 수월하거나 일방통행으로나마 지나가게끔 배려를 했어야 했다. 마을을 들어와 천천히 지나가야 할머니 국밥도 팔릴 것이고 그 지역 농산물 선전도 되는 것이다.…최근 내 고향은 남쪽바다에 있는 모든 섬들을 연육화한다고 교량건설을 위해 정책입안자부터 주민까지 목숨을 걸어왔다. 그러나 다리건설로 인해 도선업자는 망했고, 섬 주민 역시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섬의 땅값은 경제규모와 상관없이 허수로 천정부지까지 올라있고, 그나마 개조하여 아늑하게 만든 어촌민박마저 육지의 펜션으로 빼앗겼단다. 그리고 낚시 여행꾼이 버린 쓰레기와 전쟁 중이다."@IMG2@이와 같은 요지의 글을 <한겨레21>은 지난해 11월 634호에서 다룬 바 있다. 옛 2차선 도로 옆에 있던 포천의 명물 '이동 갈빗집'들은 4차선 고속화 도로가 정식 47번 국도가 되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충북 제천·충주를 잇는 38번 국도 옆 마을들도 4차선 고속화 도로가 개통된 뒤 쇠퇴하기 시작했다. 고속화 도로가 대도시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하게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중소도시에 오히려 해악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 도로는 대도시 사람들의 삶까지 위협한다. 공해와 안전 문제 때문이다. 조현세씨가 '골목길'에 애정을 가질 것을 주문하는 이유다. 그에 따르면 골목길이 많은 곳은 안전한 동네다. 게다가 문화 가치까지 높다. 그러면서 동경외곽 주택가의 '골목길 투어' 코스와 네팔 카트만두 근교의 미로와 같은 사원 동네 박타푸르(Bhaktapur)를 예로 든다. 이 중 '골목길투어'는 세계석학들이 방문하는 곳이고, 박타푸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그가 임석재 교수의 말을 빌려 표현한 바에 따르면 서울에서 골목길 동네라고 이를 만한 곳은 열군데 정도가 남아 있다.첫머리에서 자동차 중심 도로의 폐해를 언급했다면 이후 글에선 자동차 억제책과 대안으로서 자전거 타기와 걷기의 의미가 등장한다. 거주차 우선주차구역 확대 당장 중지... 그 자리엔 꽃밭을@IMG3@박준환(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교통부 초빙연구원)씨는 '사람과 자동차 공존의 길을 찾아서…'라는 글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 없이 생활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두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진다"면서 '교통 정온화'(Traffic Calming)와 '대중교통 중심개발'(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을 제시한다.이중 전자는 주거지 주변 도로 시설이나 운영방법을 바꿔 자동차 통행을 제어하는 것. 후자는 도시 개발 단계에서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대중교통중심개발은 지하철이나 전철역으로부터 반경 610m(2000ft) 이내에 상업 및 고용중심지를 배치하고, 그 외곽에 공공용지와 주택을 배치해, 보행이나 자전거, 대중교통만으로 출퇴근하게 만든 정책이다. 이를 위해선 도시를 고밀도로 설계해야 하고, 보행친화적인 가로망이 만들어져야 한다. 재개발 또한 대중교통 노선을 따라 추진돼야 한다. 이런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사례가 바로 캘리포니아 달리 시티(Daly city)다. 이와 함께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확대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차 한대 주차공간을 마련하는데 보통 수천만원이 드는 상황에서 골목길을 작은 화단, 쉼터로 바꿔 차가 다니는데 더 불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황규석(세상걷기 카페지기, cafe.daum.net/ddubukroad)씨는 '세상을 걷자'라는 글에서 "사람들은 걷기를 멀리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의 걷기 환경은 자동차와 건물에 밀려나 있다"고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걷기의 효과를 여러 방면에서 설명하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걷기에 함께 할 것을 부탁했다."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좋은 걷기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할수록 도시민들은 건강하고 화목해진다. 병원에 갈 일도 없어진다. 걷기에 투자하는 것은 환경문제로 생기는 각종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을 짓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걷기는 육체와 정신적 질병을 예방하면서 동시에 환경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IMG4@전만권(행정자치부 지역발전정책팀 시설사무관)씨는 2005년부터 자전거이용시설 확충사업비가 지방으로 이양돼 국비지원이 중단된 정책을 되돌릴 것을 요청했다. 전씨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의 경우 자전거 정책을 주요 교통정책의 한 분야로 사업비의 50% 이상을 정부에서 지원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자전거정책을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기보다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자전거 정책을 펼 전환기"라고 강조했다.이외에 6월호엔 자전거와 걷기 관련 '도시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 이용활성화 방안'(배기목.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 '서울시의 보행환경 기본계획'(이신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교통부 연구위원), '자전거의 도시 상주'(임용래. 상주시청 도시정비팀 계장), '자동차 위주의 교통, 이제는 바꿉시다'(송상석. 녹색교통운동 교통환경팀장) 등의 글이 실렸으며, 살고 싶은 도시 이야기에선 '영구임대아파트 주민과 함께 한 생태아파트 마을 마들기'(김세진. 녹색소비자연대 프로그램부 부장), '희망을 꽃 피우는 지역 공동체 부산 반송마을'(김혜정. 희망세상 사무국장), '전통의 멋이 이어지는 도시, 순천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시민사회'(박두규. 순천YMCA 사무총장), '다시 한 번 살고 싶은 도시, 요코하마'(이삼수. 한국토지공사 국토도시연구원 책임연구원)과 같은 글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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