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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 목사는 함께가는공동체교회를 목회하면서 더불어 사는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용안 목사는 함께가는공동체교회를 목회하면서 더불어 사는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 뉴스앤조이 주재일
신학생 시절 기인 같은 선배들이 많았다. 모든 옷에 '불신 지옥 예수 천당'이라는 글씨를 새긴, 극단적인 보수 신앙을 가진 사람부터 곧 혁명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투철한 운동권까지 다양한 이들이 '선지 동산'에서 동거했다.

86학번 이용안 선배는 서글서글한 얼굴과 10년 넘게 대학교를 다니는 이력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 선배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무슨 공안 사건에 연루돼 경찰에 쫓긴 적 있었다.

1996년이었던가. 수배가 풀릴 줄 알았던 선배는 신학대학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를 할보하고 다녀도 그를 잡으러 오는 경찰이 없었기 때문에 주위에서도 수배가 풀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신대원 시험을 한 달 앞두고 그는 잡혀갔다. 그리고 6개월을 감옥에서 살다 나왔다. 집행유예 2년에 자격정지 3년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서 다시 학교로 돌아온 그는 1997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학교 다닐 때 이 선배를 보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신념과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보수적인 신앙과 신학이 충돌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꼭 이렇게 보수적인 교단에서 목사가 되려는 걸까하는 궁금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가 까마득한 선배여서 쉽게 말을 건네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그가 신대원에 들어간 후로는 마주칠 수 있는 기회조차 드물었다.

운동권 투사가 보수적인 교회로?

10년이 지난 올해 4월 26일 이 선배를 만났다. '함께가는공동체교회'가 목회자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새 담임목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함께가는공동체교회는 <뉴스앤조이>에서 소개도 했고, 전임 목회자들이 교회 이야기를 연재한 적도 있었다.

전임 목회자가 교회를 개척하러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지난해 말 새 목회자가 부임했다. 어떤 분인지 알아보고 교제도 하고, 인터뷰 기사도 내고, 교회 이야기에 대한 글도 부탁할 겸 연락을 한 것이다.

"이용안 목사입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학생 시절 가끔 마주쳤던 그 '운동권' 선배라는 걸 알게 됐다. 그가 왜 여기에?

무례할 수 있지만 만나자마자 신념과 신앙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진보적인 학생운동을 하면서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꾼 그였다. 노동운동 판이든, 진보정당이든, 제야 운동이든 뛰어들어 투사처럼 살 것 같은 그였다. 그런데 그는 작은 교회의 목회자로 부임했다.

"우리 사회는 엎치락뒤치락하지만 분명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가고 있다. 어디서든 그 세상에 걸맞은 삶을 살고 관계를 맺어가는 게 신앙이고 운동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뜨겁게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 목사는 신학대학원 졸업과 함께 예본교회(목사 안영혁)의 부목회자로 부임해 신림동 지역에서 공부방을 맡았다. 5년 동안 활동하면서 지역 어린이, 청소년, 노인들을 만났다. 그러다가 함께가는공동체교회의 초청을 하나님의 부름으로 생각하고 응했다.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목회하기 어려운 교회의 특성상 부임을 망설일 수도 있었을 텐데, 이 목사는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난하게 목회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무난한 정도가 아니라 교인들과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비장애인 교회에서는 흔하지 않는 일이 이곳에서는 일상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새로 부임한 목회자가 작은 일에도 긴장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목사는 자신이 설교하는 중에도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호영(가명)이는 찬양을 부르다가 흥에 겨우면 예배당 앞으로 뛰어나와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춘다. 호영이를 두고 귀신 들렸다고 보는 이들이 있는데 크게 착각한 것이다. 그는 감동을 받은 것을 그만의 방법으로 하나님께 찬양할 뿐이다."

나들이에 나선 함께가는공동체교회 식구들.
나들이에 나선 함께가는공동체교회 식구들. ⓒ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함께 가는 교인들 있어 행복하다"

이 목사가 교인들을 넉넉하게 대하는 만큼 교인들도 예의와 사랑이 몸에 배었다. 아이들까지 40여 명의 교인들 가운데 장애인이 절반 정도 되는데, 대다수 교인들이 가족 중 한두 명이 발달장애나 정신지체장애를 가졌기에 교인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생활화돼 있다.

이 목사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실수 같은 것도 공론화해서 문제를 키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 실수했구나' 하게 느끼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 없이 사는 것도 좋지만, 공동체 안에서 서로 배우면서 성숙해가는 문화가 정착되는게 더 중요하다"며 "함께가는공동체교회에는 내가 오기 전부터 그러한 문화가 이미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목회하러 왔는데 오히려 자신이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설교에서는 신앙의 기초에서 한미FTA나 한반도 통일, 세계 평화를 보는 눈을 가르친다. 그렇지만 교인들은 성경에서 말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에서의 관계를 이미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었다. 배운 만큼 삶과 생활양식에 녹아내지 못한 지식인의 한계를 깨우치고 있는 중이다. 진짜 공동체적인 존재가 되어 가는 길 위에 있고 함께 걸을 수 있는 든든한 교인들이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대신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이 땅에서 실현될 '하나님 나라', 교인들이 이미 어느 정도는 실현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배움과 가르침의 순환이 함께가는공동체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목사와 교인들의 아름다운 동거가 끊기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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