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오산 기슭
외진 산길 걷다가
산뽕나무를 만난다
가지 끝에서 오디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하나 따서 입에 넣었더니
새코롬하다
혹
산뽕나무가
첫사랑을 만났던
처음 순간의 느낌을
자신이 열매 속에다
간직해둔 게
이 맛 아닐까
생각하고 나서
다시 바라보니
오디 없는
산뽕나무가
유독 쓸쓸해 보인다
내 부질없는 식탐이
죄 없는 나무의 삶에
폐허를 남겼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폐허는
자신을 의심할 줄 모르는
무심코가
저지른 것이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