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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는 첨단의 시대에서 장인(匠人)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고달픈 일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배 목수 외길인생, 500여 척의 목선 제작... 2006년 한강 거북선의 완벽한 복원

▲ 배 목수임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는 전기철 대표.
ⓒ 강정호
전기철(41) 대표. 그는 우리나라에 10명도 채 안 되고, 경상도 지역에서는 고작 4명 정도이고, 통영에서는 유일하게 나무배를 만드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쉽게 그를 '배목수'라 부른다. 그를 지난 20일 만나봤다.

그가 목선을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17살 때. 어린 시절 목선을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배우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함께 일을 배웠던 동기들, 선배들이 다 떨어져 나갔지만 끝까지 혼자서 배 목수로의 혹독한 과정을 이겨내 왔다고….

그렇게 억척스럽게 20년을 넘게 배 목수로서의 외길 인생을 고집하며 500척 이상의 배를 만들어왔다. 그런 그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인정받아 2006년에는 한강 거북선 복원 대상업체로 선정이 되는 등 현재 통영에서 '경남조선소'를 운영하며 전 대표 나름의 꿈을 펼쳐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국내 목선의 경우 명맥이 끊길 위기다. 가장 큰 어려움은 선주들이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볍고 빠른 FRP선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항구에도 FRP선들이 넘쳐나고 있다.

목선은 20년의 긴 수명이고 기름도 적게 든다. 친환경적이어서 폐선처리도 문제가 없다. 다만 수시로 페인트칠을 새로 해야 하는 등 유지관리가 어려워 손쉬운 FRP선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또 목선의 주 재료인 '수기목'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목선 건조의 70%를 차지하지만 목선 수요가 없으니 원목상들이 수입을 꺼린다.

전 대표는 다음과 같이 안타까움과 포부를 이야기했다.

"해가 갈수록 목선이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남은 목선들마저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계속 감축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전 그 많던 배 목수들이 거의 다 사라지고, 그 기술력도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배 목수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배 목수의 기술을 후대들에게 전파하고 싶은데, 일단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우리 선목 기술력에 대한 보장, 지원정책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배 목수인 나의 기술력을 인간문화재로 등록, 인정받아 후대 양성에 힘 쏟고 싶다."

그리고 전 대표의 진짜 꿈을 말했다.

내 생애 제대로 된 거북선 복원 꼭 하고 싶어...

▲ 2006년 한강 거북선 복원 공사 현장모습.
"내 생애 단 1번만이라도 제대로 된 거북선을 만들고 싶다. 통영은 이순신 장군의 해군기지 역할을 했다. 그런 곳에 제대로 된 거북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10년 전부터 거북선 복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전국 각지에 거북선이 있다는 곳은 다 수소문을 해서 찾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보고 자료를 모아서 연구를 마쳤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거북선은 그냥 눈으로 보고 즐기기 위한 거북선이 아니라 옛날 이순신 장군이 직접 전투에 나섰던 그때의 그 전투형 거북선을 복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거북선에 직접 승선하여 노도 저어보고, 포도 쏘아볼 수 있는 거북선 체험 관광 사업을 추진해보고자 한다."


현재 전 대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거북선 복원에 대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그동안 각종 거북선 모형과 2006년 한강 거북선의 완벽한 복원 등으로 쌓아왔다.

거기에다 거북선을 복원할 수 있는 설비와 시설까지도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실제 거북선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거북선 관광 사업으로까지 확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본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 대표 개인 혼자서의 자본력으로는 거북선 복원의 꿈, 거북선 체험관광의 꿈은 요원하기만 할 수밖에.

"거북선 복원조성과 체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제반 준비는 다 끝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혼자서 통영시청, 도청, 민간투자자들을 만나며 투자를 호소하고 있다. 거북선 복원 조성, 체험관광 사업은 역사적 의의성과 경제적 이익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꼭 이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자들이 함께해주길 바란다."

전 세계 1위의 조선강국이라는 명성과는 비견하게 실제 수많은 소형조선소들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조선업 간에도 대형조선소와 소형조선소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 대표가 운영하는 '경남조선소'도 다른 소형조선소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인 거북선 복원과 배 목수 기술력 전파를 현실화하기 위한 그의 땀과 노력에 우리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아무쪼록 그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자체 및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과 민간 투자자들이 관심을 주길 기대해본다.

▲ 무더운 날씨에도 경남조선소 안에서는 배 수리작업에 한창이었다.
ⓒ 강정호

덧붙이는 글 | <시사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전기철#배목수#경남 통영#거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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