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애영 해녀(거제시 나잠회장)
김애영 해녀(거제시 나잠회장) ⓒ 김석규
거제도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대부분 제주도 출신이다. 300여 명의 해녀 가운데 90%인 270여 명이 제주도 출신이고, 5%가 거제도, 나머지 5%가 강원도 속초, 포항 등 동해안 해안가 출신이다.

제주도에서 처녀 때부터 물질을 하다 지난 1986년 거제도로 남편과 함께 온 김애영(거제시 나잠회장) 해녀를 만나 거제도 사람이 되려는 그녀들의 노력들을 들어봤다.

"호이∼ 호이∼" 해녀들이 15m 아래 물속으로 내려갔다 물 위로 올라오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리다.

김애영(51)씨는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가 고향이다. 나이 스물을 갓 넘기고부터 물질을 시작했다.

그녀가 고향 제주를 떠나 거제도 사람이 되려고 온 것은 1986년. 남편, 아이 둘과 함께 제주도와 기후조건이 엇비슷하고, 거제도가 살기 좋다고 해서 시고모가 있는 거제로 오게 됐다고 한다. 대부분의 제주 해녀들이 거제도로 온 사연은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을 하고 거제도로 왔느냐, 거제도에 와서 결혼을 했느냐의 차이 뿐이다.

처음 거제도에 와서 물질할 때만 해도 전복, 성게, 멍게, 해삼, 가리비, 청각, 청초 등이 많이 잡혀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금은 예전의 30% 수준에 불과해 사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해녀들은 해녀복(고무슈트 2-3㎏)에 납덩이(8-10㎏)를 달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모두 날씬(?)하다고 자랑한다.

그녀는 다른 해녀들(평균적으로 2분)에 비해 호흡이 짧아(1분40초 정도) 빠르게 내려가 손동작을 빨리해 해산물을 딴다고 했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과 비슷한 양을 캘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자맥질해서 10여m 물속으로 들어갈 때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에 "수십가지 생각을 하게 돼요, 오늘 저녁 찬거리는 뭘로 하나, 애들 운동화도 하나 사야 되고, 남편 생일이 언제쯤이지 등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해산물은 본능적으로 캐게 된다"고 했다.

해녀들이 물질해서 얻는 평균 수익은 월 150만원∼200만원 정도란다. 가끔씩 선주를 잘못 만나면 캔 양보다 수익을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또 어촌계와 선주들간, 선주와 선주간에 보이지 않는 자리싸움과 신경전, 그리고 인근 통영의 선주들까지 거제도로 들어와 작업을 하는 등 보이지 않는 선주들의 전쟁(?)이 해녀들로서는 큰 어려움 중에 하나라고 전했다.

그래서 그녀는 해녀들의 권익보호와 보다나은 삶을 찾기 위해 올해 3월 (사)거제시 나잠회를 창립, 초대회장을 맡았다.

그녀는 최소한 물질 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 겸 휴게실(해녀회관) 건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거제시에 예산지원을 건의했다.

20여년 이상을 거제도에서 보내면서 거제도를 위해, 거제도 사람이 되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거제시로부터 어떠한 관심도 받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거제도 사람이 되기 위해 제주를 떠나 온 해녀들에게 거제도가 따뜻이 품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작은 소망을 물었다. 그녀는 "해녀들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해삼 전복 등 종패를 살포할 수 있는 나잠회 어장을 만들 수 있도록 거제시가 도와주길 바란다"면서 "20∼50년 전 거제도로 건너온 제주 해녀들의 거제도 사람이 되려는 작은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